다섯시 반에 멈춘 시계
1975년 <소년>에 동화가, <현대 문학>에 소설이 추천되어 글쓰기를 시작한 동화 작가 강정규의 장편동화. 별명이 똥장사인 인규. 인규는 어느날 아주 귀한 시계를 차게 된다. 여름방학이 되어 친구들과 바닷가를 간 인규는 물가를 조심하라는 할머니의 말을 상기하며 해수욕장에서 교복을 입고, 정모를 쓴채 그렇게 앉아 있는다. 그런 인규가 음식을 잘못먹어 배탈이 났다. 급한 나머지 숙녀용 화장실로 들어간 인규. 그러나 이를 어찌한다. 허리띠를 풀자 허리띠에 찼던 손목시계가 철썩 밑으로 떨어진 것이 아닌가. 철사를 구해다가 시계를 꺼내 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런 인규에게 아버지가 나타나고… 평소 무뚝뚝하고 무섭게만 여겨지던 아버지가 보여준 진한 사랑과 손자를 무조건 믿어주고 사랑하는 할머니, 엄하면서도 결국에는 그 흉한 냄새를 마다 않고 시계를 찾아주는 아버지의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삽화와 함께 담았다.
내 이름은 인규다. 할머니는 나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나를 사랑하신다. 옆집 경호는 큰형이 제대할 때 사다 준 시계를 차고 있다. 그 당시 시계는 아주 귀한 것이었다.
여름방학이 되자 서울에서 공부하는 방앗간 집 형이 친구들과 함께 내려왔다. 그때 고등학교에 다니는 누나도 함께 왔다. 나는 그들이 어디를 가나 졸졸 따라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그 형들이 바닷가에 가기로 했다. 나도 따라나서고 싶었다. 할머니는 토정비결에서 오뉴월에는 물가에 가지 말라고 했다는 말을 상기시키며 물에는 들어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셨다. 그리하여 나 인규는 교복을 입고 형들을 따라나셨다. 그리고 경호 네로 달려가 시계를 빌려 찼다.
나는 해수욕장에 가서도 교복을 입고, 정모를 쓴 채 그렇게 앉아 있었다. 시계는 허리에 맨 채로……. 집에 올 때가 되었다. 내가 집에 간다고 일어서자 방앗간 집 누나가 차비를 집어주었다. 버스를 타고 있는데, 배가 몹시 아파 왔다. 먹은 음식이 잘못된 모양이다.
버스가 동포 역 광장에 멎자 나는 화장실로 달려갔다. 신사용 화장실은 모두 잠겨 있었기 때문에 나는 할 수없이 숙녀용 화장실로 들어갔다. 허리띠를 풀자 허리띠에 찾던 손목시계가 철썩 밑으로 떨어졌다. 나는 철물점으로 달려가 철사를 구해다가 시계를 꺼내 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렇게 나는 눈을 멀쩡히 뜨고 시계 하나를 잃어버리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