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그림 속으로 들어가보자!
오늘, 너희들에게 낸 그리기 문제는 사실 수백 년 전에 어느 임금님이 신하들에게 낸 시험 문제란다. 그 때에도 많은 사람들이 산과 절과 숲을 그렸어. 그런데 일등에 뽑힌 그림은 달랐거든. 어떻게 다른지 한번 볼까 ?
선생님은 교탁 밑에서 그림책을 꺼내시더니, 그림을 펼쳐 보여 주셨어요. 그런데 그 그림에도 절이 없었어요. 산이 있고, 바위와 나무 사이로 좁은 길이 보였어요. 그 길로 스님 한 분이 물을 길어서 걸어가고 있는 모습뿐이었습니다. 놀란 것은 나뿐만 아니었어요. 모두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으니까요. 일등을 한 그림이라면 멋진 절이 있는 그림이라고 상상했는데, 겨우 숲 속에 있는 스님을 그린 그림이 일등이라니…….
선생님은 우리들의 표정을 살피시더니 웃으며 말씀하셨어요.
아직도 내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아듣지 못했니? 흔히들 그림이라고 하면 예쁘고 멋있게 그린 그림을 떠올리지. 그런데 그 임금님이 이 그림을 일등으로 뽑은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어. 그림을 잘 보렴. 물을 길어서 가는 스님이 있고, 이 길을 따라 쭉 올라가면 바로 산 너머 숲 속 어딘가에 절이 있을 것 같지? 바로 그림 속에 감추어져 있는 절을 보는 이에게 상상하게 한 거야. 저 산 너머에 어떤 절이 있을지. 자, 한번 상상해 봐.
산 뒤편에 숨어 있는 절을 상상해 보라! 그제서야 나는 줌줌 선생님이 왜 안개와 오솔길만 보이는 내 그림을 칭찬하셨는지 알았습니다.
모두 입을 벌린 채 신기한 듯이 그림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모두들 그림 속에 숨겨져 있는 절의 모습을 상상하고 있는 눈빛이었습니다. 하지만 지우는 여전히 흥미 없다는 표정이었어요.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