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항 막걸리집의 안주는 사람 씹는 맛이제
전북 부안 변산의 터줏대감 박형진 시인이 들려주는 찰지고 맛있는 사람들 이야기. 초등학교만 나와 농사짓고 살면서 지금까지 한 번도 고향 변산을 떠나본 적 없는 저자는 변산과 변산 사람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등단 초부터 가난한 농촌의 환경과 농부들의 삶을 살아 있는 토속적 시어로 표현해온 저자는 이번 산문집에서도 해학과 골계미가 넘치는 언어로 삶의 밑바닥에서부터 길어올린 애절하고 익살스러우며 고소한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모항의 막걸리집은 오며 가며 반드시 거치게 되는 길목에 위치해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는 장소이다. 막걸리집에 들른 사람들은 텁텁한 막걸리 한 사발에 취기가 오르면 속옛말을 털어놓고, 격렬한 논쟁을 벌이고, 꼬인 속내를 풀어버리기도 한다. 이런 술자리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사람 이야기. 저자는 막걸리집에서 나누는 사람 이야기처럼 소박하고 촌스럽지만 생생하게 살아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시면 마실수록 구수하고, 취기가 오르면 코끝 찡해지기도 하는 막걸리 같은 산문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