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파발 할아버지 - 빨강 파랑 문고 002-7
할머니는 우리가 이 동네에서 가장 오래 전부터 살아온 훌륭한 집안이라고 말해 주었다. 그러나 나는 할머니의 말을 믿을 수 없다. 우리 집안이 할머니 말처럼 훌륭한 집안이라면 어떻게 할머니와 나, 단둘만 사는 외로운 집으로 변해 버렸을까,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동네를 사람들은 구파발이라고 부른다. 나는 구파발이 무슨 뜻인지 잘 모른다. 그냥 동네 이름이겠거니 생각할 뿐이다. 사람이나 물건이나 동네 이름에 무슨 뜻이 있을 리가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세상에 많고 많은 이름들 중 하나일 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