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가야 한다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 『정진홍의 사람공부』 저자 정진홍이
온몸으로 분투하며 써내려간 ‘생(生)의 철학’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정진홍의 사람공부』에서 인문학적 깊이와 날카로운 통찰로 인문과 경영, 사람을 이야기하던 저자 정진홍이 수많은 독자와 청중 들을 매료시킨 그만의 어법과 명쾌한 통찰로 이제 저자 자신을, 동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를 이야기한다.
2012년 봄, 저자는 ‘안주는 안락사다’라는 자신의 모토처럼 불안한 안주를 박차고 산티아고로 가는 길 900킬로미터를 걷기로 결행했다. 저자는 이를 ‘내 안의 날 선 위기감이 나를 내몰았다’고 말한다.
“40대의 10년을 질주하듯 달려왔지만 정작 어느 순간 정지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정지와 멈춤이 두려웠다. 하지만 더 먼 길을 제대로 가려면 오히려 어느 정도의 정지와 멈춤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깨달음은 벼락처럼 왔다. 그래서 일상의 쳇바퀴 도는 행보를 멈추고 스스로를 ‘거대한 정지’로 몰아넣기로 마음먹었다. 산티아고 가는 길의 900킬로미터는 매일매일 걸어야 하는 길임에도 불구하고 내 인생 전체에서는 실로 ‘위대한 멈춤’이었다. 더 멀리, 제대로 인생길을 나아가기 위한 ‘뜨거운 쉼표’였다.”
- 프롤로그에서
“자람은 아프지만 멈춤은 고통스럽다”
성장통이 아닌 정지통을 앓고 있는 이들을 위한 메시지
이대로는 더 갈 수 없을 것 같은 위기감이 드는 순간, 더 이상 아프다고 주저앉기만 할 수는 없을 때, 답답하고 길이 보이지 않을 때, 정작 필요한 것은 위로나 성찰이 아니다. 스스로의 인생무게를 끝까지 지고 갈 내 안의 힘이다.
『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가야 한다』는 성장통成長痛이 아닌 정지통停止痛을 앓고 있는 이들을 향해 저자 자신이 50여 일간 산티아고 900킬로미터를 걸으며 몸으로 꾹꾹 눌러쓴 메시지다. 저자가 오롯이 자신의 마음바닥을 드러낸 첫번째 고백록이다. 머리와 가슴으로 쓴 글은 마음을 울리지만 온몸으로 쓴 글은 영혼을 울린다. 읽는 내내 산티아고를 향해 걷는 하루하루의 결행과 분투가 영혼을 울리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결행決行- 인생배낭 다시 꾸려라
인생의 화려한 정점을 향해가고 있는 저명한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어느날 문득 날선 위기감을 느낀다. 질주해왔지만 여전히 멈춰있다는 것에 대한 자각이었다. 그리고 그야말로 백지상태에서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저자는 먼 길 가려면 덜고 털고 비워내야 한다는 점에서 인생배낭도 마찬가지라고 얘기한다. 줄이고 버리고 비우며 털어낸다고 하더라도 꼭 가지고 가야만 하는 짐이 있듯이 인생배낭에도 운명 같은 짐, 회피할 수 없는 인생의 십자가가 저마다 있기 마련이다. 저자는 그것을 인정하고 짊어질 각오를 하는 것이 먼 길 떠나는 채비를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1부에서는 산티아고 900킬로미터를 걷기로 결행한 후 떠난 길에서 정면으로 마주한 삶과 죽음에 대해, 몸 속 깊은 곳에 숙변처럼 쌓여있던 눈물에 대해 토해내듯 써내려간 고백이 담겨 있다.
성찰省察- 내 안의 나침반을 믿고 나아가라
산티아고 길은 노란색 화살표를 따라가는 길이다. 야간행보를 하던 날, 저자는 노란색 화살표가 일러준 방향을 따라 한참을 걸었지만 다시 출발점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되짚어간 길에서 자신이 노란색 화살표가 아닌 하얀색 화살표를 따라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노란색이 아닌 하얀색 화살표를 따라갈 때도 있고, 화살표가 없는 곳도 있다. 저자는 그렇게 방향을 잃었을 때 중요한 것이 내 안의 방향감각이라고 이야기한다.
변화變化_바람이 아니라 바닥의 흐름을 주시하라
중세 수행자들이 낡은 신발로 길을 닦으며 걸었던 산티아고 길을 따라 걸으며 저자는 치열하게 자신을 뒤돌아본다. 그의 행로는 흡사 자신을 찾아가는 길과 같다. 때로는 거센 폭우를 뚫으며, 때로는 고요한 평화와 작은 행복을 마주치며,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 속에서 아버지를 발견하고, 사랑하는 딸을 발견하고, 50일간 900킬로미터를 걸어서 마침내 자신을 마주한다.
분투奮鬪-인간은 패배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거쳐 피니스테레까지 가는 총 47일 900킬로미터에 걸친 여정의 마무리에서도 저자는 길을 끝낸 자의 회한이나 여정의 마무리가 아니라 삶의 분투를, 패배를 패배시키는 힘을 이야기한다. 그리하여 저자와 함께 이 길의 여정을 끝낸 자리에서는 삶의 매력은 끝까지 가보는 것이며 이기고 지는 것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하면 모두가 이기는 것임을, 누구와 경쟁하며 걷는 것이 아니라 혼자 가는 길임을 되새기게 된다.
세상에는
크고 작은 길들이 너무나 많다.
그러나
도착지는 모두가 같다.
말을 타고 갈 수도 있고, 차로 갈 수도 있고
둘이서 아니면 셋이서 갈 수도 있다.
그러나 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가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