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자의 낯선 하루
낯선 오늘, 이 길 끝에서 나를 만날까
혼자인 시간을 맘껏 즐기는 유쾌한 일탈 가이드
문화 예술 분야 파워 블로거이자 12년차 방송작가이며 여행작가인 저자 권혜진이 일상을 비틀어 새로운 시선으로 하루하루의 삶을 바라보는 유쾌하고도 특별한 여행법을 소개한다. 저자는 가방에 짐을 싸고 지도를 들고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낯익은 공간, 즉 집에서, 부엌에서, 거리에서, 버스 정류장에서, 카페에서 얼마든지 여행을 즐길 수 있음을 보여준다. 깨어 있는 시선으로 일상을 비틀어 보면 파리에 가지 않고 파리지앵 즐기기, 티베트에 가지 않고 오체투지 도전하기, 태국에 가지 않고 카오산의 공기 호흡하기, 인도 고아에 가지 않고 히피 누리기가 가능하다.
이 책은 당신이 경험하고 싶었던 그 무수한 세계가 ‘하늘을 기존 하늘과 다르게, 버스를 기존 버스와 다르게, 식탁을 기존 식탁과 다르게 보는 시선의 변화와 습관을 탈피하겠다는 마음’만 있다면 충분히 지금 당장 이곳에 펼쳐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일상 여행 지도를 따라 혼자인 시간을 맘껏 즐기는 설레임 가득한 낯선 하루를 만나보자.
우리의 하루하루는 소소하지만 위대하다
여행자의 시선만 있다면 집 앞 골목에서도 앙코르와트의 일몰을 볼 수 있고 동네 커피숍에서 헤밍웨이가 되어볼 수도 있다. 이 시작도 끝도 없는 유쾌한 일상 우주 여행에 필요한 노잣돈은 ‘깨어 있는 시선’이다. 저자는 캠벨 수프 통조림을 보며 1960년대의 뉴욕 소호를 떠올리고 “일상이여, 일상을 빠져나와 스스로 예술이 되라”는 앤디 워홀의 말을 음미한다.
또 어느 날엔 걸어서 방을 순례하며 미국의 유명한 기자이자 여행 저술가인 빌 브라이슨을 만나 이 방 저 방의 풍경과 사물들의 역사를 되짚다가 화장실에서 위생학의 역사를 발견하고, 부엌에서 요리의 역사를 경험하며, 서가에서 도스토옙스키와 헤밍웨이, 마르케스, 그리고 김연수를 만난다. 한 입 베어 문 사과 한 조각을 이리저리 돌려 보며 세잔의 미술세계를 이해하고 에곤 실레와 고흐, 모딜리아니와 대화도 할 수 있다. 포스트잇과 액자, 마스킹 테이프만 있다면 자신의 역사가 담긴 전시회를 열 수도 있으며, 내 방이 바로 루브르 박물관이 되기도 한다. 그들처럼 누구나 일상을 창조하는 예술가가 될 수 있다.
가끔은 일부러 길을 잃는다
왕복선처럼 오가는 레일 위 기차처럼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많은 것들을 의미 없이 쉽게 지나쳐버리게 된다. 찬란한 빛과 그림자, 구름의 신비, 거리에서 마주치는 아이의 맑은 웃음, 노인의 굽은 등이 주는 아련함까지... 이 모든 것들을 보는 법을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방인의 눈으로 일상을 바라볼 때 그동안 잘 보이지 않았던 각자의 껍질이 발견되며, 그 방법이 발칙한 일탈일 때 진짜 일상 여행이 유쾌해진다. 철학자 니체가 스위스 엔가딘 골짜기 마을을 산책하다 발견한 서광의 아름다움을 우리 집 옥상에서 경험하고, 내 부엌에서 팟타이를 볶아 일회용 흰 접시에 투박하게 담아 땅바닥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 사흘 굶은 여행자처럼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먹으며 철학자 디오게네스를 추억하는 일은 그래서 즐겁다. 어스름한 저녁엔 인적이 끊긴 공중전화를 보며 《호밀밭의 파수꾼》에서 주인공이 여동생 피비에게 전화를 걸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 말했던 모습을 떠올리다 보면 설레임 가득한 일상 여행이 이미 시작되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말이 맞다면 여행의 발견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얻는 것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