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좌전 - 중국 문화의 원형이 담긴 타임캡슐
세상의 모든 진실에 도전한 역사와 만나다!
《춘추좌전》은 공자가 쓴 역사책 《춘추》를 동시대에 살았던 좌구명이 해설한 주석서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책의 구조나 내용으로 볼 때 대다수 학자들은 사관이던 좌씨 집안에서 전국 시대 초기에 집필한 것이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
잘 알려져 있듯이 《춘추》에 대한 주석서로는 한나라 초기에 크게 각광을 받았던 《춘추공양전》과 공양전과 유사한《춘추곡량전》그리고 《춘추좌전》의 3전을 들 수 있는데, 한나라 말기에 와서 《춘추좌전》만이 우뚝 서게 된다. 그 이유는 백가쟁명의 시대였던 춘추 시대에 대해 정치·사회·군사적 사건과 일화를 풍부하게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물이나 배경 묘사 등에서도 생생한 독창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춘추좌전》은 문학 작품으로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노나라 역사를 다룬 《춘추》는 문장이 매우 간략하고 짧게 기술되어 있지만 5경의 하나로 추앙받아 왔다. 그 이유는 성인인 공자가 집필했다는 측면도 있었지만 “난신적자(亂臣賊子), 곧 사직을 어지럽히고 인륜을 해치는 이들을 떨게 만든” ‘춘추필법’으로 기록했다는 점 때문이었다. 공자는 《춘추》를 편찬하면서 잘한 일을 칭찬하고 못한 일을 비판하는 포폄(褒貶)에서 문장 하나하나까지 신경 쓰며 엄정하고 공평하게 처리했다.
하지만《춘추》의 결정적 단점은 그 자체만으로는 도무지 무슨 말인지 이해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주석서였다. 그 가운데《춘추좌전》이 후대에 이르러 경서로까지 격상되어 《춘추》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은 《춘추》의 행간에 숨겨진 공자의 참뜻과 그의 철학을 올바르게 담아냈을 뿐만 아니라 춘추 시대라는 난세를 살아간 인물들을 흥미진진하고 생생하게 묘사해 그 잘잘못을 정확하게 지적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딱딱한 경전인《춘추》가 좌구명의 손을 거치면서 흥미진진한 소설 또는 병법서가 되었다가, 때로는 인간의 본질을 밝히는 철학서가 되면서 인간 사회의 진실과 거짓, 허울과 욕망을 가감 없이 드러냈기 때문이다.
세상을 다스리는 인문의 힘, 역사로 세상을 호령하다!
‘모든 역사는 기록하는 자의 역사’라는 말이 있듯이 춘추 시대의 혼란상조차도 어떻게 기록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런 점에서 공자의 사상을 바탕으로 춘추 시대를 기록한 《춘추좌전》은 단순한 과거의 역사책이 아니다. 그 속에는 그 시대에 지향하고자 했던 인간관을 포함해 이상향에 대한 열망, 이민족에 대한 감정 등 모든 인간의 생각이 녹아 있다. 이 점에서 일찍부터 사상의 꽃을 피우고 기록을 남겼던 중원의 한족이야말로 책으로 승리한 민족이라 할 수 있다.
춘추 시대에 책은 ‘오랑캐’의 나라를 중원의 문화 중심지로 일순간에 탈바꿈시키기도 하는 문화 그 자체이기도 했다. 주나라의 경왕이 천자 자리를 다른 이에게 물려준 데 불만을 품은 왕자 조의 반란이 실패로 돌아가자 왕자 조는 주나라 왕실 서고에서 상당량의 전적을 챙겨서 초나라로 망명한다. 중원의 제후국에게 늘 ‘오랑캐’ 소리를 듣던 초나라는 이들이 들고 온 서적을 바탕으로 문화적 역량을 키울 수 있었다. 그 결과 초나라는 짧은 시일에 신흥 문화 중심지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그러면 ‘오랑캐’는 왜 ‘오랑캐’로 남을 수밖에 없었는가? 남만ㆍ북적ㆍ동이ㆍ서융으로 표현되던 ‘오랑캐’는 중원의 제후국들과 함께 춘추 시대의 주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인격이 아닌 동물의 수격을 가졌다고까지 치부되었다. 그 까닭은 중원인은 역사를 문자로 기록해서 남겼으나 ‘오랑캐’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역사는 중원인의 시각만이 존재하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시공을 초월해서 그 영향력을 발휘하는 인문의 힘이며 역사의 힘이다.
우리가 역사를 읽고 역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역사를 담을 줄 아는 이들만이 인문의 힘을 가늠하고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취할 수 있다. 《춘추좌전》은 바로 이런 인문의 싹이 성장하며 백가쟁명하던 시대, 제정일치 사회에서 제정분리 사회로 도약하던 시대를 기록함으로써 일찍부터 인문의 승리를 예고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까지 살아남아 고전으로 자리 잡았던 것이다.
《춘추좌전》을 읽지 않고 중국을 논하지 말라!
20세기의 위대한 학자 전목은 중국을 이해하고자 하는 이들이 춘추ㆍ전국 시대의 문헌 가운데 《논어》와 《맹자》 등은 읽으면서 《춘추좌전》을 읽지 않는 현상을 일갈한 적이 있다. 그는 설사 《춘추좌전》에서 다루고 있는 시대보다 1,000여 년 후인 송나라의 역사를 공부한다고 할지라도 《춘추좌전》을 읽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것은 《춘추좌전》이 춘추 시대만을 다루고 있지만 춘추 시대가 중국 문화의 원형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사실 주나라의 봉건제가 흔들리던 춘추 시대야말로 온갖 사상이 꽃피던 시절이었고 이 시기에 태어났던 도가 사상이나 유가 사상 그리고 법가 사상 등은 이후 중국 사회의 인문적 토양이 되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화이사상(華夷思想)을 포함해 스스로를 중원 또는 중국이라 높였던 민족적 자존심도 이 시기에 싹튼 관념이었다. 더구나 춘추 시대만큼 다양한 인간의 모습이 솔직담백하게 드러난 시대도 흔치 않았다. 약육강식과 부국강병의 논리가 지배하던 혼란과 무질서의 시대야말로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과거는 물론 현재의 중국을 이루는 모든 인문의 근간은 춘추 시대에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므로 춘추 시대를 모르고서는 중국을 안다고 할 수 없다. 21세기 들어 중국은 우리의 삶에 상상할 수 없음만큼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현재의 중국을 이해하는 것은 우리에겐 선택 사항이 아니라 필수 요건이 되어 버렸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전목의 일갈이야말로 우리에게는 타산지석이라 할 만하다. 중국을 이해하는 단초가 춘추 시대를 이해하는 데 있다고 한다면, 《춘추좌전》은 중국을 이해하는 열쇠라고 할 수 있다.
흥미진진한 역사로의 초대《춘추좌전, 중국 문화의 원형이 담긴 타임캡슐》
역사를 공부하는 목적은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을 기억하고 마는 데에 있지 않다. 과거의 사건을 통해 그 시대의 사회와 사람을 이해하고 이를 토대로 현재의 사회와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춘추좌전》은 중국이 문화적 원형을 갖추던 시대에 대한 세밀한 증언집인 동시에 인간의 보편적 지혜와 삶을 고스란히 담은 귀중한 자료이기도 하다.
이 책은 청소년이 읽기 편하도록 큰 줄기는 《춘추》를 따랐으나 내용은 주제를 중심으로 재구성했다. 워낙 책의 내용이 방대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원서를 충실히 옮기는 데 중점을 둔 책들은 청소년이 쉽게 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춘추좌전, 중국 문화의 원형이 담긴 타임캡슐》은 원서의 본질은 살리되, 최대한 그 속에 담긴 철학과 역사적 배경 지식 등을 함께 구연함으로써 중국 역사에 낯선 청소년들도 쉽게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눈높이를 맞췄다고 하겠다.
또한 본문 총 12장 51절과 함께 춘추 시대 국가들을 담은 지도와 춘추 시대 각국의 제후 즉위 연표, 그리고 춘추 시대에서 전국 시대까지의 사회 구조 등을 설명한 별도 단락을 앞에 넣음으로써 중국 역사에 대한 지식이 없는 청소년들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꾸몄다. 또한 본문에 등장하는 인물의 그림 자료와 함께 간략한 인물 설명을 넣음으로써 지루함을 덜도록 만들었다.
따라서 책을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중국 고대사의 큰 맥락과 오늘날의 중국을 만든 중국 문화의 원형이 무엇인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춘추좌전, 중국 문화의 원형이 담긴 타임캡슐》은 오늘날 세계에 미치는 중국의 힘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그리고 그들의 의식과 문화 밑바탕에 깔린 사고방식은 어떤 것인지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