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돈이 아닌 사람을 번다
왜 《채근담》을 읽어야 하는가
동양의 탈무드라 불리는 《채근담菜根譚》은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처세서로 명나라 말기에 출현한 이래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대표적인 고전이다. 제목의 ‘채근菜根’은 풍성귀를 뜻하는 단어로, “사람이 씁쓸한 맛의 풍성귀를 달게 씹을 수만 있다면 세상 모든 일을 다 이룰 수 있다”는 취지로 언급한 말이다. 《채근담》은 쓰디쓴 나무뿌리 같은 우리의 험난한 삶을, 달게 느껴질 정도로 지속적이고 덤덤하게 견뎌낸다면 누구나 풍요를 누릴 수 있다고 역설한다.
하지만 현자가 아닌 이상 삶을 담담하게 견뎌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세상은 이해타산으로 가득하고 사람 사이의 정은 변덕스럽다. 삶은 관계 속에서 상처받고 관계를 통해 불행해진다. 《채근담, 돈이 아닌 사람을 번다》는 《채근담》에 담긴 관계론·처세법·용인술을 ‘나눔의 정신’이라는 키워드로 재해석한다. 《채근담》은 관계 속에서 상처받지 않고 삶을 풍요롭게 누리기 위해서는 이해타산에서 벗어나 좋은 것의 3할가량을 기꺼이 베풀고, 나쁜 것의 3할가량을 떠안아 주위의 신망을 얻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여기에 ‘그 사람’을 ‘내 사람’으로 만들어 관계에서 성공하는 전략적인 비결이 숨어 있다. 저자 신동준은 본문에서 이를 ‘3할의 미학’이라 표현했다.
뜻이 작으면 그릇이 작고, 그릇이 작으면 담는 것도 작아지는 법이다. 나라와 사람이 작은 게 문제가 아니라 뜻과 꿈이 작은 게 문제라는 이야기다. 크게 주고 크게 얻어야 한다. 이것이 《채근담》이 이야기하는 처세법과 용인술의 핵심이다.
[손자병법]의 방법론을 보완하는 단 하나의 고전
보통 전략과 처세에 관해 배우고 싶을 때 [손자병법], [오자병법] 등의 병법서나 [한비자], [법가] 등의 법가서 등을 꺼내든다. 하지만 이 책들은 혼란스러운 상황에 기지를 발휘하는 임기응변을 강조하는 등 전략전술 측면에 치중된 저서들로, 편독할 경우 자칫하면 방법론에 빠질 위험이 있다. 병법서나 법가서로는 따듯한 정취를 이야기하는 인간학·인문학적 관점, [채근담]에서 언급된 “천금을 주고도 한때의 환심을 사기 어려우나, 한 끼의 밥으로도 평생의 은혜를 만들 수 있다”는 원리를 설명할 길이 없다. 하지만 관계 속에서 정이 가진 힘을 무시할 수 없음을 우리는 경험으로 안다.
방법론으로 치우치는 병법서와 법가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사상이 바로 ‘유불도사상’이다. [채근담]은 “동양의 3대 종교 유불도의 진수를 한 권에 녹인 수작”이라 평가된다. 병법서와 법가서의 단점을 보완할 만하다. 하지만 국내에 현존하는 대다수의 [채근담] 번역서가 수신제가 차원에 머물고 있어 처세에 관해 논하기에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 [채근담, 돈이 아닌 사람을 번다]는 [채근담]에 담긴 처세법을 인간학·인문학적 관점에서 논한 최초의 저서에 해당한다.
나누면 얻는다, 내주면 이긴다
고금을 막론하고 자신이 지닌 것을 조건 없이 나누어주는 데 감동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주위 사람을 내 사람으로 만들고 성공하는 비결이 여기에 있다. 요체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유형의 자산과 공덕을 주변에 나눠 함께 즐기며 성장해나가는 데 있다. 이것이 [채근담]에 숨은 최고의 방략이다.
[채근담, 돈이 아닌 사람을 번다]는 [채근담]의 이 나눔의 정신을 크게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첫째, 높은 명성과 뛰어난 절조의 3할을 남에게 넘겨주는 ‘여3분’, 둘째, 세인의 손가락질을 받는 오명과 지탄의 3할을 자신이 뒤집어쓰는 ‘귀3분’, 셋째, 큰 공을 세웠을 때 3할의 공덕을 주변 사람에게 돌리는 ‘양3분’, 넷째, 사람을 사귈 때 3할의 의협심을 지니는 ‘대3분’, 다섯째, 큰 이익이나 이윤을 남겼을 때 3할을 덜어내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주는 ‘감3분’이다.
나눔은 어떻게 그들을 역사의 영웅으로 만들었는가
이 책은 [채근담]에 담긴 ‘나눔의 정신’을 행한 중국 고전의 인물을 살펴봄으로써 나눔이 성공적인 삶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살펴본다. 책에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스스로를 모질게 단련하고, 공과 이득은 남에게 넘기고 오명과 지탄은 자신이 짊어져 결국 대공을 거둔 사례가 무수히 많이 나온다. 물러날 때와 나설 때를 알았던 범리와 장량, 공을 세우고도 자랑하지 않던 맹지반, 죽는 순간까지 청렴결백을 외쳤던 포청천, 주변의 문객을 널리 품는 자비심으로 훗날 위기를 모면한 정곽군, 날선 대립은 피하고 보는 기지를 발휘해 50년 동안 재상의 자리에 오른 문언박 등, 자신을 낮추고 남을 높이는 행동으로 역사적 영웅이자 스승이 된 인물들이 대표적인 예다.
또한 나눔과 배려의 자세를 잃어 역사에 오점을 남긴 인물들도 다수 등장한다. 자신의 치부를 가리기 위해 신하 적방진을 희생시켰다가 결국 더 큰 화를 당한 한성제, 스스로 재주를 내세우다가 비명횡사할 뻔한 범수, 관우와 장비의 죽음으로 격분해 조급하게 전쟁을 일으켰다가 참패한 유비, 자신의 흠은 보지 못하고 가혹한 도덕윤리를 강조하다 위군자라는 멍에를 안아 말년이 비참해진 주희, 측천무후의 총애 아래 폭정을 행사하다가 버림받은 주홍·색원례·설회의 등은 반면교사로 삼을 만한 인물이다.
이처럼 본문에 언급된 100여 가지 고금의 풍성한 사례는 원전 [채근담]의 숨은 뜻을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 다양한 고금의 사례를 통해 독자들은, 스스로를 낮추며 함께 살아가는 자세가 필요한 이유를 이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