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러 놀러가요 - 선애학교 여행기
대안학교 아이들의 프로젝트 여행 『공부하러 놀러 가요』
이 책은 선애학교 학생들이 내놓는 첫 번째 여행기이다. 16살 동갑내기 여학생 4명이 떠난 생애 최초의 해외배낭 여행! 위험하고 곤란할 일이 생길 수도 있을 거라는 우려를 뒤로 한 채 이들은 과감히 여행을 떠났다.
직접 경비를 마련하고 일정을 짜고 정보를 모아 떠나기까지 몇 달의 시간이 걸렸지만, 어른들은 인내심을 가지고 이들을 지켜보았고 함께 사는 공동체 마을 주민들의 후원으로 드디어 여행은 시작될 수 있었다.
동남아 일대를 도는 한 달간의 일정은 태국의 대안학교 무반덱에서 절정을 맞는다. 한글을 익히고 K-pop을 따라 부르는 태국 아이들과 어울리며 국경을 초월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모습은 뿌듯하기까지 하다.
여행에서의 감상을 학생들이 글로 정리하고 사진과 동영상을 온라인 카페와 유튜브에 올리고 직접 표지와 삽화를 그려 책으로 내놓았다. 모든 과정은 대안학교인 선애학교의 졸업 커리큘럼 중 하나였다. 하고 싶은 것을 꿈꾸고 구체화하는 과정 속에서 아이들은 성취감과 책임감, 동료애를 확인하며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여타 여행기와는 달리 이 책에서 관광 정보에 대해 특별한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하지만 아이들만의 톡톡 튀는 설명과 여행팁, 밝은 에너지는 읽는 내내 웃음을 자아낸다. 이들은 청소년다운 풋풋한 감성으로 현실에 충실하며 자유분방하게 행동하지만, 이들에게서 서로를 배려하는 속 깊은 마음씨, 순간순간 여행의 의미를 찾으려는 진지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아이들이 붙인 ‘공부하러 놀러 가요’라는 제목은 학생들을 틀에 가두지 않으려는 선애학교의 신념과 그 뜻을 잘 알고 자신들의 미래를 알아서 개척하려는 아이들의 의지를 반영한다. 여행 이야기와 부모들의 후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녹아 나오는 대안학교, 공동체에 대한 나름의 생각들, 그들만의 자유로움, 넉넉함, 따스함을 엿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아이들의 힘으로만 해낸 여행과 여행기. 아이들이 모금하고 기획하고 여행하고 그 내용을 전자책, 동영상으로 만들었다. 일반 중학생들이 교과과정으로 쉽게 접하기 어려운 과정이다. 일단 학기 중에 훌쩍 해외여행을 떠나는 것부터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선애학교 여학생 4명은 중학교 졸업 과제로 해외여행을 선택했고 한 달간의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신나게 돌아다니며 길거리 음식도 실컷 먹고, 노는 것에 자신의 역량껏 아낌없이 열정을 불태운다. 그런데 이것이 다 공부란다.
그도 그럴 것이 낯선 곳에서 택시를 잡아 흥정하고, 음식을 사먹고, 숙소를 구하려면 언어 장벽을 극복해야 하는 것은 물론 한정된 예산을 아껴 쓰고,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외국의 유명 대안학교에 방문, TV 다큐에서나 보던 아이들과 어울리며 자연스레 한류에 대한 자부심도 느끼고 국제 감각도 익힌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돌아와서는 동영상과 전자책 편집으로 밤을 지새우며 과제를 수행한다.
이 모든 것은 단순한 커리큘럼이라기보다 학습능력, 체력, 인내력, 포용력, 인간과 사물을 바라보는 넓은 시각 등 세상의 모든 분야로 인식을 확장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선애학교의 교육과정은 이렇듯 다각적인 사고체계와 인성을 갖춘 완전한 인격체를 만들어내는 것을 돕도록 되어 있다. 이 여행기 한편으로 모든 것을 보여줄 수는 없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선애학교가 걸어가는 과정을 함께 지켜보며 호흡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