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그 여름 라틴아메리카 - 갈레아노와 함께

그 여름 라틴아메리카 - 갈레아노와 함께

저자
송혜령
출판사
책보세
출판일
2014-06-25
등록일
2014-11-26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0
공급사
북큐브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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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마흔이 된 그녀와 남편은 결혼 10주년을 핑계로 1년 동안 3개 대륙 여행에 나서고 마침내 마지막 여행지인 라틴아메리카에서 자신의 삶을 향해 던졌던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다. 배낭에 담겼던 갈레아노의 책들은 라틴아메리카에 덮였던 ‘무지’와 ‘소외’ ‘왜곡’의 껍질을 벗겨내는 여정에 길잡이가 돼주었고, 우리와 놀랍도록 닮아 있는 그들의 현실과 마주해서는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한 삶의 방식을 고민한다. 이 책은 페루 리마에서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 쿠바를 거쳐 멕시코 오아하까에 이르는 50여 일간의 여정을 통해 역사와 문명, 혁명과 민주주의, 그리고 ‘우리의 모습’을 반추하고 성찰한다.
역사를 보다, 사람을 읽다 그리고 우리를 묻다
“말하자면, 이 여행은 첫사랑과의 순진한 약속이나 맹세 같은 것이었다. 나이 마흔, 결혼 10년차…, 절반쯤 남은 삶의 방향을 결정지어줄 어떤 계기 같은 것이 필요하다고, 그래서 택한 것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나는 긴 여행이었고, 혹시나 이 순진한 약속이 일상의 안온함에 궁둥이 붙일까 두려워 지인들에게 농담처럼 떠벌리고 다녔고, 그러다보니 거짓말처럼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싣게 된 것이다.”
누구나 긴 여행을 꿈꾼다. 더구나 저 멀리 라틴아메리카의 광활한 자연과 불가사의한 역사의 숨결이 살아 쉬는 곳이라면 더욱 간절할 터이다. 우리 사회에서 나이 마흔에 10년차 부부가 고민해야 하는 문제들로 삶이 지쳐간다면 혹 여행은 그 삶에 대한 깨달음을 제시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쉽지가 않다. 대부분의 삶들이 이 핑계 저 핑계로 제 스스로 목줄 채우기에 바쁘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저자 스스로 지인들에게 떠벌리며 망신당하지 않으려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려고 했을까. 오늘 그녀의 재치와 용기가 그 여름 라틴아메리카의 현실을 우리 삶의 방식과 교차해가며 촘촘히 엮어, 좀더 나은 우리의 길을 묻고 있다.
먼저 여행이 우리에게 만들어내는 마법은 ‘무지’다. 한번도 마주하지 않은 그 장소와 낯선 이와의 조우,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와 해석에 가까운 독도법 등. 결국 맨몸으로 부딪혀 깨닫고서야 자신의 경험으로 온전히 그곳을 바라본다. 다만 저자는 우루과이 출신으로 라틴아메리카의 진보적 논객이자, 소설가, 역사가, 언론인인 에두아르도 갈레아노의 책(《수탈된 대지》 《불의 기억》 《거울 너머의 역사》)을 길잡이 삼아 라틴아메리카의 맨얼굴을 보고자 노력했다. 책 곳곳엔 갈레아노가 풀어놓은 ‘거울 너머의 역사’가 우리의 무지를 그나마 덜어주고 있다.
“‘신세계’로 이름 붙기 전 그 땅에 얼마나 많은 인간들이 살고 있었는지,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자연을 대했고 그로부터 어떤 문명을 만들어냈는지, 바다 건너에서 온 구세계의 인간들이 그들을 어떻게 짓밟았고 그렇게 시작된 콜럼버스의 저주가 어떻게 뿌리박혔는지, 독립 후 계속된 혁명과 쿠데타, 반란과 독재의 소용돌이 속에서 민중의 삶은 얼마나 고단했을지가 눈앞에 그려졌다.”
여행이 두 번째로 빚어내는 마법은 ‘왜곡’이다. 해안가 갈매기의 조분석으로 유럽이 굶주림을 모면한 반면 페루의 바닷새들은 전멸하고 만 이면의 역사, 빼앗기는 것에 익숙한 볼리비아가 우유니 소금사막의 광활한 풍광 아래 헤아릴 수 없이 묻혀 있는 리튬을 지켜내기 위한 선택, 칠레의 사회주의자 대통령 살바도르 아옌데가 쿠데타에 맞서다 숨을 거둔 산띠아고의 모네다 궁전, 아르헨티나 군부의 좌익 소탕 명분으로 ‘추악한 전쟁’ 당시 사망과 실종된 3만여 명의 지식인 청년들을 오늘까지도 잊지 말자는 ‘망각 금지’의 부에노스 아이레스, 체 게바라와 까밀로 시엔푸에고스?피델 까스뜨로가 만들어낸 라틴아메리카 사회주의 혁명의 심장부 쿠바, 멕시코 민중들의 삶과 부르주아 계급에 대한 노골적인 조롱과 풍자로 강렬한 색채가 인상적인 리베라와 오로스코?시케이로스의 벽화가 뛰어나올 듯 전시되어 있는 멕시코 예술궁전 등. 정복의 역사가 만들어낸 오늘날 라틴아메리카의 사회주의를 바라보는 왜곡된 시각은 비로소 저자와 마주하고서야 다시 ‘왜곡’되어 온전히 그들의 시각으로 우리에게 투영된다.
자연이 이루어낸 멋진 풍경과 그곳을 지키고 살아가는 삶들의 모습, 그리고 그 역사를 찾고 더듬는 저자가 경험한 그 여름의 라틴아메리카는 우리의 ‘무지’와 ‘왜곡’을 벗겨냈을 뿐 아니라 지금도 귓전을 때리고 있는 아옌데의 마지막 라디오 육성처럼 좀더 나은 사회로의 전진을 꿈꾸고 있다.
“그들은 나를 부술 수 있어도 사회의 진전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역사는 우리의 것이고, 인민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언젠가 자유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더 나은 사회로 향하는 위대한 길을 열 것이라고 여러분과 함께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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