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사 없이 음반내기
“내가 하고 싶은 음악, 내가 만들면 어때?”
오디션에 목매지 마라!
1990년대 후반 기획사들이 만들어낸 ‘아이돌’ 가수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돌 그룹 멤버를 뽑는 연습생 선발 오디션이 유행처럼 번졌다. 운 좋게 발탁된다고 해도 가수 데뷔를 꿈꾸며 5~10년을 기획사의 연습생 신분으로 기다리는 이가 부지기수다. 이런 상황에서 2009년 7월 Mnet과 KM에서 동시 방송된 [슈퍼스타K]는 가수 데뷔를 꿈꾸는 이들에게 그야말로 새로운 등용문이었다. 이후 각 방송사가 경쟁적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을 방송하자 음악 좀 한다는 이들이 경쟁적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마치 오디션이 아니면 가수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모두가 오디션에 목매는 상황에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누구를 위한 오디션인가?”
오디션을 통해 기획사에 소속된 이들이 과연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할 수 있을까? 아니, 자신의 개성을 확실하게 드러내는 음악으로 과연 기획사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 기획사는 음악 시장에서 이익을 창출해야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의 가수 지망생의 음악적 개성과 취향에 일일이 대응할 수 없다. 거대 기획사에게 음악은 엄연한 현실의 사업일 뿐이다. 자본주의에 잠식된 음악 시장에서 신인 발탁은 기획사의 운영진이나 담당자의 주관에 크게 좌우된다. TV 오디션 프로그램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시청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의 음악적 재능 외에 흥미를 유발하는 부수적인 면모(참가자의 삶, 외모, 성격, 말투 등)에 집중하기 마련이다. 더욱이 유명 기획사 소속의 심사위원 또한 소속사의 특성을 심사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가수 지망생들이 오디션을 통해 데뷔의 꿈을 이루거나 자신의 앨범을 세상에 내기 위한 발판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에 도전하는 선택 자체에 이미 많은 문제가 있다. 오디션은 그저 확률 낮은 방법의 하나일 뿐이다.
내 앨범은 내가 만든다!
음악을 ‘업’으로 삼고자 하는 가수 지망생들은 엄청난 시간을 투자하며 스스로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내기 위해 몸부림친다. 그렇게 만든 샘플을 여러 기획사 보내는 것으로 자신의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이가 많다. 그러고는 “와! 당신 음악 참 대단하네요! 우리 회사와 함께 앨범 작업을 해보시지 않겠어요?”라는 답변을 기대하며 긴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기 일쑤다. 하지만 이런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기획사 입장에서도 몰려드는 지원자의 샘플 중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한 결과물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그러면 어떡해야 할까? 나는 이러한 상황에 놓인 이들이 어떻게 대처하는지 오랫동안 지켜봐왔다. 대처 유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 다시 작업실로 들어가 연락을 기다리며 다음 작업을 이어나가는 경우. 나쁘지 않다. 작업은 계속되어야 하니까. 두 번째, ‘내 음악을 감히 거절하다니!’ 하면서 밖으로 뛰쳐나가 결국에는 앨범을 내고야 마는 경우. 음악 자체가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몰라도 일단 아주 바람직하다. 세 번째, 술만 마시는 경우. 하나도 멋지지 않은 최악의 유형이다.
나 역시 음악이 좋아 앨범을 내고 싶었던 뮤지션 지망생이었다. 친구와 함께 골방에서 만든, 나름 ‘베스트’라 생각한 열두 곡을 담은 데모 CD를 소위 잘나간다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마다 돌렸다. 결과는? 당연히 연락이 오지 않았다. 혹시 내가 전화를 못 받은 건 아닐까 싶어서 다시 연락해보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저희 회사와는 맞지 않아서요”였다. 나 역시 ‘어떡하지? 여기까지인가?’라고 생각했다. 그 당시 나는 내가 좋아서 만든 곡들을 어떻게 해서는 많은 사람에게 들려주고 함께 즐겼으면 좋겠다는 열망이 컸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앨범을 내고 싶었다. 방법이 없었다. 그냥 직접 내는 수밖에. ‘어떡하긴 뭘 어떡해? 내 앨범 내가 내면 되지!’”
[저자 프롤로그 중에서]
《소속사 없이 음반 내기》의 지은이는 어려서 음악 교육을 받거나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지 않았어도 하고자 하는 뜨거운 열정만 있다면 환경과 관계없이 누구나 음악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특별한 사람이 음악가가 되는 시대가 아니라 누구나 음악가가 될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앨범 역시 음악적 재능과 상관없이 누구나 낼 수 있는 ‘일’일 뿐이다. 음악이 하나의 앨범으로 만들어져 세상의 빛을 보는 과정은 정해져 있다. 기획사에서는 주로 음반 기획/제작팀 혹은 음반 사업부에서 담당하며 몇몇 과정만 거치면 끝나는 작업들이다. 기획사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사람이든 TV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된 사람이든 앨범을 만들려면 모두 같은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은 부지런만 떤다면 누구든 충분히 소화해낼 수 있다. 지금까지 그 방법을 몰랐을 뿐이므로.
저자는 대학에서 ‘교육학’과 ‘국어교육’을 전공하다 음악을 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에 임용고시를 포기하고 2007년 무작정 상경했다. 이후 지금까지 음반 제작, 유통, 등록, 홍보, 정산까지 맨몸으로 뛰며 쌓은 생생한 경험을 통해 얻은 노하우를 책에 담았다. 《소속사 없이 음반 내기》는 자신의 음악 결과물로 세상에 메시지를 전하려는 수많은 이 시대의 가수 지망생이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자신감을 북돋운다. 더불어 이 책은 음악 기획사에서 처음 실무를 시작하는 사람들이나 자신이 만든 음악을 주위의 지인들이나 불특정 다수에게 들려주길 원하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