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각시 박효신의 봄 여름 가을 겨울
물자는 덜 쓰고 마음은 더 쓰면서 사는
풀각시의 살맛나는 시골살이
네이버 인기 블로거 겸 예산대흥슬로시티협의회 사무국장인 저자 박효신(풀각시)의 알뜰살뜰 재미나는 시골살이 에세이. 똑똑한 식물 이야기, 땀 뻘뻘 흘리는 농사 이야기, 정붙이고 알콩달콩 사는 이웃 이야기 등 절로 미소가 떠오르는 아기자기한 일상을 사진과 함께 모아 엮었다.
한국일보 기자, 여성신문사 편집부장, 한국광고주협회 상무 등 35년 동안이나 서울에서 번듯하게 살던 저자는 어느 날 문득 50대 이후의 삶을 고민하다가 흙과 숨 쉬며 살 수 있는 시골행을 택하고 수년 동안 준비한 끝에 마침내 뜻을 이룬다. 이제 어엿한 농사꾼이 된 풀각시는 대흥에서 농사를 짓고, 과일주를 빚고, 자연의 위대함에 놀라워하고, 도시 사람들에게 시골살이의 참맛을 알리는 일을 하면서 느긋하고도 꽉 찬 삶을 살고 있다.
저자가 일기처럼 써 내려간 글에는 생각했던 것보다 두 배나 더 행복한 시골 모습이 꾸밈없이 드러나 있다. 그 순박함과 능청스러움에 키득키득 웃다가도 추운 겨울을 이겨 내는 풀 한 포기의 생명력에 감탄하고 어르신들의 솔직한 사랑 고백 시에 결국 눈물 한 방울 흘리고야 마는, 그야말로 살맛나는 에세이와 사진이 이 책에 가득하다.
여기에 덧붙여 아직 시골살이와 참먹거리 맛을 모르는 도시 독자들이 조금이나마 자연의 향기로움을 맛볼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이 행복해지는 풀각시 자연밥상’을 부록으로 실었다. 조리법을 따라 하다 보면, 맛있고 건강에도 좋은 음식을 그토록 간단히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퍽 놀랄 것이다.
슬로라이프를 꿈꾸면서도 막상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은퇴 후 귀농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물자는 덜 쓰고 마음은 더 쓰는 삶’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풀각시의 솔직한 행복이 가득한 이 책을 권한다.
100만큼 행복할 줄 알았는데
살아 보니 200만큼 행복해진 진짜 농사꾼 풀각시
요즘 ‘행복’ 열풍이 무섭다. 다들 입만 열면 행복을 달고 사는데 정작 그것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 정말로 그런 것이 있기는 한지 아무도 모른다. 어느새 사람들은 진짜 행복을 느끼지 못하면서도 다른 이들의 말에 휘둘려 그저 행복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에 빠져들고는 한다. 그런데 수십 년 넘게 번듯하게 사회생활을 한 저자 박효신은 달랐다. 다들 은퇴하고 나서 치킨집이며 부동산, 연금 등으로 먹고살자 생각할 때, 저자는 흙과 함께 부대끼며 사는 시골살이를 마음먹었다. 그는 15년 동안이나 귀농을 착실하게 준비했고, 시골로 내려와서 한동안 자연에 적응하는 ‘반 농사꾼 풀각시’로서 진심어린 땀을 흘리다가 드디어 자타공인 ‘진짜 농사꾼’이 되는 데 성공했다.
그렇다. 사골 국물처럼 오랫동안 뭉근하게 인생 제2막을 준비한 저자는 이제 ‘100만큼 행복할 줄 알았는데 그 두 배는 더 행복한’ 근사한 삶을 누리고 있다. 정말로 행복해지고 싶다고? 흙냄새 가득한 풀각시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다. 진정한 행복이란 자기가 원하는 것을 확실히 선택하고 꿋꿋이 밀고 나가는 데 있다는 사실을.
식물이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지,
사람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자기가 직접 선택한 삶을 사는 풀각시는 자연에 정을 듬뿍 붙인 지 오래다. 사람들 보기에 예쁘고 편한 것뿐만이 아니라 잔디밭 한가운데에 피어나는 성가신 잡초마저도 풀각시에게는 신기한 관찰 대상이다.
뇌도 없는 잡초가 얼마나 똑똑한지 도시 사람들은 알까 모르겠다. 잡초는 잔디와 똑같이 보이도록 위장술을 펼쳐 매서운 사람 눈을 피해 무사히 살아남는다. 어떤 경우에는 잔디 깎기 기계에 잘려 나가지 않도록 땅바닥에 납작 엎드리기도 한단다. 세상에나, 알려 주는 이 하나 없어도 풀은 벌써 잔디 깎는 기계를 알고 있는 모양이다. 이렇게 식물들도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서라면 만물의 영장이라 우쭐거리는 인간만큼이나 영악하고 약삭빠르게 행동한다.
그 모습을 보면서 풀각시는 우리는 다 같이 신비한 생명의 세계에서 숨 쉬고 살진대 인간이니 짐승이니 식물이니 편 가르고 하찮게 여기는 것이 얼마나 오만하고 편협한지 깨닫는다. 모든 존재는 나름대로의 존재 이유가 있는 것이다.
노력한 만큼 되돌려 주는 정직한 흙, 어머니처럼 만물을 낳고 보듬는 자연, 동·식물 가릴 것 없이 모든 것에 들어 있는 숭고한 생명까지. 시골 사는 풀각시는 오늘도 그 모든 것에 무한한 감사와 존경을 바친다.
내 마음 넉넉하면
벗의 마음도 넉넉해지네
시골살이 재미있게 하려면 정직하게 땀 흘리기를 좋아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도 좋아할 줄 알아야 한다. 어떤 사람은 고독하게 살고 싶어 시골로 내려온다고 하지만 오히려 남과 더불어 살 줄 모르면 어쩔 수 없는 고독에 지쳐 금방 시골을 떠난다고 하니, 남을 즐겁게 하는 데 시간을 쏟을수록 그리고 남에게 받은 기쁨을 헤아릴수록 시골에서의 삶은 행복 그 자체가 될 것이다.
더운 날 우편물을 배달하러 온 우체국 직원에게 예쁜 꽃을 넣어 얼린 꽃얼음 물 건네기, 이름 모를 분에게 꽃씨 받기, 자기 밭에서 푸성귀 따 먹으라고 알려 주는 이웃 주민들의 친절 등등, 소박하지만 사람 냄새 가득한 나눔은 ‘받는 사람보다 주는 사람이 더 행복하다’는 격언을 그대로 보여 준다.
그것뿐이랴. 매화나무 한 그루에서 매화꽃이며 상큼한 매실, 시원한 나무그늘, 먼 데서 찾아온 친구들을 기쁘게 해 준 매실주까지 얼마나 많은 것을 받았는지 떠올리고 나면 고맙다 못해 괜스레 미안해질 정도다.
가진 것이 없어도 미소 한 번으로 남을 즐겁게 해 줄 수 있는 것, 그리고 그로인해 나도 같이 웃게 되는 것. 이것이 바로 넉넉한 시골 인심이고 행복의 근원이다. 지금 행복하지 못해 마냥 울상 짓고 있는가? 그렇다면 이제 풀각시처럼 자연을 다 가진 넉넉한 마음 부자가 되어 환하게 웃어 보자. 행복이 넝쿨째 들어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