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부모혁명
대한민국 모든 부모에게 묻다.
“당신은 부모입니까, 학부모입니까?”
“당신은 부모입니까, 학부모입니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한 공익광고에 나오는 물음이다. 부모로서 자식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과 학부모로서 자식의 성공을 바라는 입장 사이의 모순과 갈등을 절묘하게 묘사한 이 광고는 교육문제로 조용할 날이 없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예리하게 포착한 초상이자, ‘능력 있는 매니저’로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부모들을 향한 항변으로도 읽힌다.
이 도발적인 광고를 사이에 두고 부모들 사이에 논쟁이 열띠다. “인정한다”부터 “불편하다”까지 서로 상반된 의견이 팽팽한 긴장감 아래 맞서 있다. 학부모란 단어가 부정적인 의미를 띠게 된 대한민국 사회의 특수성은 이제 정점을 찍은 듯하다. 더 늦기 전에 아이들에게 행복한 교육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의지가 일어나고 있다. 성공 일방향의 교육이 아닌 아이들의 타고난 개성과 적성을 최대한 살려주는 가치 지향의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절박한 수준에 이르렀다. 지난 교육감선거의 결과는 이와 관련하여 많은 점을 시사한다.
《핀란드 부모 혁명》은 위기 속에 돌파구를 찾는 부모들에게 희망을 선사한다. 부제에서 보듯, 이 책은 대한민국의 모든 ‘부모와 아이가 행복해지는 대한민국 가정 희망 프로젝트’다. ‘1등만 알아주는 더러운 세상’이 아닌 누구나 자신의 잠재력을 극대화하여 인정받는 사회를 지향하며, 그 토대로서 건강한 자녀교육법을 제시한다. 아이들이 즐겁고 행복하게 공부하는 핀란드의 부모들은 어떤 자녀교육관을 갖고 있는지 살펴보고 과학적인 근거와 핀란드의 성과를 통해 증명하는 한편, 우리 부모들이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해법과 비전까지 선사한다.
성공 이상의 가치를 위하여! 가정 희망 프로젝트
OECD 57개국 중 우리 아이들의 학력은 최고 수준이다. 우리 사회는 이런 수치를 노골적으로 자랑하며 부모들을 자극한다. 오바마 미국대통령이 ‘대한민국 학부모의 대단한 교육열’을 부러워했다는 보도로 아이들을 사교육 시장으로 내모는 부모들의 결정을 정당화한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공부 효율성, 아이들의 행복지수는 세계 최저 수준이다. 결과만 중요시하고 과정은 소홀히 하는 왜곡된 기준이 아이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마주치는 우리 아이들의 창백한 얼굴과 축 늘어뜨린 어깨가 그 어떤 수치보다 아이들이 처한 상황을 잘 대변한다. 특목고, 명문대를 목표로 한 성적 중심의 교육 아래서는 부모나 아이 모두 불행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입시제도를 무조건 쫓아가다가는 부모나 아이 모두 방향성을 잃고 위태로운 지경에 빠질 위험도 있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자녀의 교육문제에 대한 거의 모든 결정권을 부모가 쥐고 있다는 사실이다. 핀란드에서는 세 살짜리 아이가 자기 나이에 해당하는 셋까지만 헤아릴 줄 알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우리 부모들은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한글 교육, 영어 교육 등 조기교육을 강행한다. 학교에 진학하면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학교 수업, 선행 학습 등에 쫓겨 다니느라 잠잘 시간조차 없는 안타까운 상황을 목격하며 안타까워하면서도 부모들은 “어쩔 수 없다”며 외면한다.
그러나 《핀란드 부모 혁명》의 저자 박재원 소장은 “핀란드를 알면 알수록 공부와 행복은 비례해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고 강조한다. 우리 아이들도 즐겁게 공부할 수 없을까? 그가 핀란드 교육에 관심을 두게 된 문제의식이다. “배우는 일은 스스로의 몫이지 남과 경쟁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경쟁이라는 틀에 갇혀 아이들을 학교로 몰아넣고는 친구들을 다 뛰어넘어 선두로 나아가라고 채찍질한다. 이러니 공부가 재밌을 리 없고, 한창 꿈을 키우며 행복해야 할 시기를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으로 살 수밖에 없다. 예민해지고 무기력해진 아이들과 부딪쳐야 하는 부모들도 같이 불행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더 늦기 전에 바로잡아야 한다”며 책을 집필하게 된 동기를 밝혔다.
학교도 아이들의 꿈을 지켜주지 못하고, 사회는 아이들을 소비 주체로만 바라보며 사교육을 부추기는 가운데 아이들이 마음 편히 기대 쉴 데라고는 오직 부모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부모 역할이 중요해진다. 아이들이 행복하게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에서부터 지친 마음을 쉬게 할 수 있는 정서적 안정까지,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모든 부모에게 내려진 과제다. 책은 경쟁 없이 즐겁게 공부하면서도 세계 최고의 학력과 공부 효율성을 자랑하는 핀란드를 통해 우리의 교육문제가 처한 문제적 상황을 점검하고, 가정에서 적용 가능한 현실적인 해법을 정리했다.
미래를 살아갈 내 아이에게 필요한 핵심 역량, 문제해결능력
왜 대한민국 부모와 아이들은 불행할까? 너나없이 ‘강요된’ 성공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내재된 잠재력이 있고, 남보다 뛰어난 능력을 지녔음에도 타고난 자질을 다 무시하고 하나 같이 명문대에 진학하여 의사, 변호사 같은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가 되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자녀들이 사회생활을 할 10년 뒤의 미래를 과연 부모가 제대로 예측할 수 있을까. 부모들의 정보력이라고 해봤자 고작 직간접적 경험과 소문,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 수준이다. 그럼에도 “넌 공부만 해. 다른 건 엄마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라며 ‘능력 있는 매니저’로 살기를 자처한다. 그것만이 자녀가 당장도 훗날도 성공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부모 역시 한 치 앞을 예상하지 못하는 미래와 직면해서는 무기력하고 불안할 뿐이다. 이런 부모에게 인생의 소중한 시기를 전적으로 위임하며 사는 아이들의 미래가 어떠할지를 짐작하면, 불안을 넘어 암담할 지경이다.
국제학업성취도 1위를 놓치지 않는 핀란드를 비롯하여 교육선진국들이 당면 과제로 고민하는 문제는 어떻게 아이들에게 문제해결능력을 가르칠 것인가다.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어떤 문제에 직면하더라도 현명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문제해결능력만 갖춘다면 미래의 불안도 해결할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방법을 고민하여 실천에 옮길 수 있을 때 공부도 즐길 줄 알고, 나아가 자신의 삶을 책임질 줄 아는 성숙한 사람으로 성공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핀란드 부모들은 아이들의 문제해결능력 향상을 위해 가능한 한 많은 경험을 할 기회를 제공하고자 애쓴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도구를 직접 만드는 법을 가르치거나 숲에서 버섯, 베리 등을 채취하여 요리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도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문제해결능력 방법의 하나다. 가족 간에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하면 가족회의를 통해 해결책을 찾고, 인생의 가장 위대한 스승이라 할 책과 친해질 수 있도록 독서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세심하게 신경 쓴다. 이처럼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대안적 자녀교육법은 결코 거창하지 않다. 조금만 신경 쓰면 누구나 실천할 수 있다.
다만 직접체험을 강조하는 진로 지도는 많이 낯설었고, 동시에 우리가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하기에 충분했다. 핀란드는 초등학교 때부터 부모가 일하는 현장을 방문하고, 중학교 3학년이 되면 직접 자기가 일하고 싶은 직장을 찾아가 실무 경험을 쌓게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아이들의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다.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 가장 행복해할 일을 찾아 부모의 결정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미래를 디자인할 수 있는 것이다.
《핀란드 부모 혁명》에 수록된 ‘핀란드 가정 통신’은 현재 헬싱키에 거주하는 이보영씨가 썼다. 세 아이를 키우면서 느낀 인상을 솔직하게 기록한 체험담이자 교육 강국 핀란드의 부모들은 아이들의 자기주도성 향상을 위해 어떻게 노력하는지 철저한 조사를 통해 정리한 현지 보고서다. 이보영씨는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 교육공학 석사과정을 거쳤다. 1999년부터 핀란드에 거주하며 미코, 이다, 마티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자, 국내 언론사의 헬싱키 통신원으로도 활발하게 활약하고 있다.
핀란드 부모처럼, 아이의 잠재력 살리는 공부의 재구성
“아이에게 무엇이 결여되었는지를 보지 말고, 무엇이 있는지를 보라. 그러면 아이는 변할 것이다.”
_위스콘신 의과대학 대럴드 트레퍼트 교수
전 세계가 인정하는 핀란드의 가정교육의 전제는 우리 부모가 간과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짚어준다. 첫째, 모든 사람은 잠재력을 타고난다. 둘째, 아이는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배워야 할 기술이 있을 뿐이다. 셋째, 아이의 잠재력을 믿고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넷째, 아이가 실천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줘야 한다. 국제학업성취도 1위, 세계 학습 효율성 1위 등 핀란드의 교육 경쟁력은 이처럼 아이의 타고난 학습 프로그램을 잘 살려 최대한 발휘하도록 지원한 결과다. 우리 부모들이 자녀를 남의 집 아이와 비교하고, 성적과 입시 위주의 공부를 강요하는 것과는 참 다르다. 위스콘신 의과대학의 대럴드 트레퍼트 교수의 지적은 자녀의 장점보다 단점을 더 예민하게 바라보며 언어 폭력을 행사하는 우리 부모들에게 매우 중요한 사실을 일깨운다. 아이들은 스스로 자존감을 인정받는다고 느낄 때 타고난 잠재력을 발휘하며 더욱 열심히 공부할 수 있다.
우리는 당장의 입시를 위해 아이들에게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교육 선진국은 미래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창의력, 통합적 사고, 열린 사고, 문제해결능력 등을 효과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또 실천한다. PISA 역시 미래사회에 꼭 필요한 핵심 역량으로 응용력, 사고력, 창조성, 실천력을 제시하며, 핀란드의 교육 시스템을 가장 인정하고 주목한다. 성적을 올리기 위해 벼락치기 효과를 경험한 우리 아이들이 장기적 안목으로 ‘느린’ 단계를 견디고 미래형 인간으로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제 부모들의 혁명적 결단이 남았다. 호기심을 자극하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끈기 있게 격려하며, 독서습관을 통해 사고하는 힘을 길러주고, 폭넓고 깊이 있는 경험을 쌓도록 지원해야 한다. 아이가 자존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독립된 인격체로서 존중하고, 아이의 타고난 잠재력을 믿어주며, 크든 작든 아이 스스로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교육, 그 결과 부모와 아이가 모두 만족하고 행복한 가정, 이것이 《핀란드 부모혁명》의 두 저자가 발견한 진정한 핀란드식 자녀교육 철학이었다.
교육 희망 보여준 핀란드 교실, 공부법에 이어 가정교육까지
“인간은 보이는 대로 대접하면 결국 그보다 못한 사람을 만들지만,
잠재력대로 대접하면 그보다 큰 사람이 된다.”_괴테
공교육의 위기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공교육 회복을 위한 해법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사교육 시장은 갈수록 거대해져간다. 위기 속에서 발견한 희망이 바로 교육 강국 핀란드였다. 아이들 각자의 잠재력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경쟁 없이 학습 효율성과 학력 수준까지 높인, 그야말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핀란드 교육의 경쟁력을 파헤치고자 국내외 교육 전문가들이 핀란드를 줄지어 방문했다. 덕분에 서점가에는 핀란드 교육을 다룬 도서들이 즐비하게 쏟아졌다.
그 선두에 《핀란드 교실혁명》이 있었다. 스스로 즐겁게 공부하면서도 세계 최고 학력과 공부 효율성을 자랑하는 핀란드 교육의 성공 비결이 교실에 있음을 밝혀내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교육에 현실적으로 적용 가능한 노하우를 제시하며 우리 교육에 희망을 보여주었다. 이후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건강한 공부법을 소설로 재구성한 《핀란드 공부 혁명》을 출간했다. 기존의 공부법 관련 도서들이 지극히 사적이고 예외적인 성공담에 치우쳐 있어 일반 학생 개개인에게 적용하기 힘든 한계를 안고 있었다. 《핀란드 공부 혁명》은 일반 학생들이 실천하기에 매우 현실적인 솔루션을 제공한 책이다.
대한민국 교육의 희망을 발견하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획된 핀란드 교육 3부작의 마지막 책인 《핀란드 부모 혁명》! 부모의 올바른 자녀교육관이 전제될 때 비로소 우리 아이들이 즐겁게 공부하고 거침없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아이들의 잠재력을 발견하는 방법에서부터 아이들이 신나게 공부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원하는 지침까지 핀란드 사례를 통해 건져 올린 해법들을 상세하게 담았다. 대한민국 교육의 희망을 찾기 위해 시작된 핀란드 교육 3부작은 교육의 핵심 주축인 교육계와 학생, 부모를 위한 가치 지향적인 교육 대안을 선사하며 이로써 완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