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 대처법 - 교사와 학부모를 위한
학교 폭력이 줄었다고? 어른들의 숫자 놀음 뒤에 아이들은 폭력에 방치된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로 학교 폭력이 거론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가벼운 폭행부터 집단 따돌림, 성폭력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학교’는 깊이 병들어 있다. 이 책은 저자인 전직 교사 이보람 변호사가 학교 폭력 문제를 지속적으로 접하고 연구한 결과물이다. ‘수승화강水昇火降,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라는 말에 꼭 들어맞게, 저자는 아이들에 대한 애정과 법률가로서의 전문성을 어울러 이 책에 담았다.
일반적으로 ‘학교 폭력’이란,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력, 감금, 협박, 약취·유인, 명예훼손·모욕, 공갈, 강요·강제적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폭력 정보 등에 의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주는 행동 모두를 말한다(〈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2조). 그러나 정의만 그럴듯하게 내렸을 뿐이다. 최근 정진후 의원실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파악한 학교 폭력 관련 통계는 그 수치가 민망할 정도로 제각각이다. 또한 교육부는, 학교 폭력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는 학생이 2012년 12.3퍼센트에서 2014년 1.2퍼센트로 급감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관련 전문가들은 통계의 오류를 지적하면서, “사회의 폭력 총량은 줄지 않았는데 학교 폭력만 줄어든 것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이라고 꼬집는다. 관련 학생들의 이민, 전학, 자퇴 등은 통계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실태 조사 참여율이 학교 평가 항목에 들어가는 것도 착시를 일으킨 원인으로 지목된다(《한겨레신문》 2014년 11월 27일 자). 이렇듯 ‘어른’들이 숫자와 실적에 집착하는 순간에도 학교 폭력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애정과 전문성이 어우러진, 가장 실효성 있는 학교 폭력 대응 지침서
물론 학교 폭력은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러나 이 책은 학교 폭력이 발생하는 현실을 인정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학교 폭력의 원인을 찾아 근원적이고 구조적인 대책을 세우는 것이 우리 사회 전체의 몫이라면, 이 책의 저자 이보람 변호사는 이미 발생한 학교 폭력에 초점을 맞춘다. 학교 폭력이 사라지는 ‘그날’이 오기 전까지 이 문제는 우리 사회가 안고 가야 할 ‘숙제’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로 눈을 돌리면, 학교 폭력에 대한 해결책은 ‘단순한 예방 지침’과 ‘가해자 처벌’에만 중점을 둔 실효성 없는 대책이 대부분이다. 저자는 직접 접한 26개의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다양한 학교 폭력의 실태를 보여준다. 학교 폭력이라는 소용돌이에 휘말린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을 중심에 놓고, 교사와 학부모가 해야 할 혹은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차근차근 풀어놓는다.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야 하듯, 그는 교사로서 아이들과 생활한 경험을 바탕으로 사안 하나하나를 조심스럽고 애정 어린 목소리로 들려준다. 더불어 법률 전문가답게 꼭 필요한 것을 명확하게 집고 제시한다. 교육 현장에서 학교 폭력 문제로 고민하는 교사와 학교 폭력에 노출된 아이를 둔 학부모에게, 이 책은 친절하고 현명한 조언이자 지침이 될 것이다.
“사람은 사람에 의해서만 사람이 될 수 있다.”
_이마누엘 칸트
학교 폭력이 발생했어요!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에 선정된 이 책은 학부모 편, 교사 편 그리고 법률 해설로 구성되었다. 그리고 책 마지막 부분에 학교 폭력과 관련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소개하고, 학교 폭력 관련 통계를 수록했다.
학부모 편에서는 아이가 피해 학생인 경우와 가해 학생인 경우를 중심으로, 사건 파악과 수습, 아이를 보호하고 양육하는 방법은 물론, 법적 문제에 따른 절차를 소개한다. 사건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기록해야 할 것과 챙겨두어야 할 것 등을 꼼꼼하게 알려준다. 또한 학교 폭력의 직접적인 당사자는 아니지만, 아이 학급에 폭력이 발생했을 경우 학부모로서 유의해야 할 점, 교사에게 폭력을 당했을 경우 대처하는 방법 등을 상세하게 알려준다. 그리고 부모로서 해서는 안 되는 것을 당부한다.
교사 편에서는 담당 학급에서 폭력 사건이 벌어졌을 경우, 처음으로 해야 할 일부터 학생과 학부모를 대하는 방법은 물론, 학교 관리자와 재단, 나아가 언론에 대처하는 방법까지 알려준다. 저자는 교사가 학교 폭력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교육자’로서의 자세를 잃지 말 것을 당부한다. 그리고 사태를 수습한 후에 학급을 운영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교사 역시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리게 마련이니, 자신을 챙기고 수습하라고 강조한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해설에서는, 학교 폭력 사건 발생에서부터 법적 분쟁에 이르기까지 단계를 세분하고, 단계별로 해당 법률을 쉽게 소개한다. 피해 학생을 보호하기 위한 법령과 억울하게 가해자로 몰린 학생을 구제하기 위한 법령 등을 알려준다. 그리고 낯설고 어려운 법률 용어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
“만일 우리가 아이에게 올바른 생활에 관해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았다면,
그가 잘못된 길로 나아가더라도 욕하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아이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우리의 소홀 때문이다.”
_장 자크 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