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자리 엄마의 자리
삼십 년 불량엄마의 진솔한 고백.
여자 나이 오십, 나는 아직도 나에게 설렌다.
삼십 년 불량엄마의 진솔한 고백
여성가족부 최초 여성 차관을 지낸 워킹맘 스토리
어느 날 아침, 나는 실업자가 되었다
차관님, 오늘 후임 차관이 발표된답니다. 지금 짐을 싸셔야겠습니다.
여느 날 아침처럼 분주하게 회의준비를 하고 있던 이복실 차관은, 직원들과 이별을 나눌 시간도 없이 짐을 싸 집으로 돌아왔다. 되돌아보면 30년 동안 쉼 없이 달려온 시간이었다. 차관에서 물러난 그녀는 유학 중인 딸이 있는 곳으로 가서 하루에 한 편씩 지난 30년 동안 워킹맘으로 살아온 경험을 정리했다. 직장생활을 한다며 두 딸들에게 따뜻한 밥 한 그릇 못해주었던 엄마였기에 더욱 미안한 엄마의 마음이 글 사이사이로 전해진다.
지난 30년을 돌이켜보면 난 여자이면서 엄마였다. 여자와 엄마의 자리는 똑같을까? 다를까? 엄마도 여자라는 이름이 별도로 있다. 밖에서는 여자로서 성공하고 싶었다. 인정받고 싶었다. 집에서는 엄마로서도 행복했다. 딸들을 키우면서 느끼는 기쁨이 엄마에게는 큰 버팀목이었다. 엄마는 해준 것이 없는데 아이들은 알아서 잘 자라 주었다. 아이들을 떼어 놓고 일한 만큼 보상받고 싶었다. 힘든 만큼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마음이 큰 동력이자 자극제였다. 여자와 엄마의 자리. 모두 갖고 싶었다.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고 싶었다. (7쪽)
출근하고 몇 시간 만에 나는 퇴임을 준비해야 했다. 대변인실에서 퇴임사를 준비해 왔는데 워낙 짧은 시간에 만들었기 때문에 내 마음이 담겨지지 않았다. 나는 할 말이 없으면 우리집 길고양이 키우는 이야기를 했다. 그 얘기로 수많은 이야기를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퇴임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나는 기존의 고정관념과 편견을 깨준 길고양이 이야기로 퇴임사를 시작했다. 여성정책과 길고양이는 고정관념과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세상을 살면서 편견에 사로잡혀 사물을 잘 못 보지는 않는지, 옆과 뒤를 돌아보면서 살자는 깨우침은 3년 전부터 길고양이를 키우면서 배웠다. (11쪽)
엄마의 자리
저자 이복실은 스물세 살에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사무관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결혼 후 미국으로 유학을 간 남편이 박사학위를 받고 돌아올 때까지 직장생활을 하면서 육아도 홀로 담당해야 했다. 30년 동안 워킹맘으로 살아 온 그녀에게 엄마의 자리는 어떤 의미일까. 저자는 불량엄마로 살아 온 워킹맘 시절을 담담히 고백하면서, 두 딸을 키운 엄마의 자리는 사무관에서 여성부 최초 여성 차관까지 오르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두 딸들에게 엄마가 한 일, 엄마가 느낀 모든 것이 담겨 있으며, 우리 모두의 딸들이 당당하게 사는 세상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녹아 있다.
20대에서 50대 초반까지 젊음과 열정을 다 바친 직장을 그만두는 것은 분명 마음 허전한 일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기회와 이제껏 갈망하던 일상의 자유가 생긴 셈이었다. 정말 완전한 자유였기에 직장에 매여서 못했던 일들을 앞으로는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부터 하고 싶은 일과 그동안 못했던 일들을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에 노트에 하나하나 적어보았다. 가장 먼저 적은 것은 ‘딸들을 위해 따뜻한 밥 해주기’였다. (43쪽)
여자의 자리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5년 을미년에 여성인구가 2531만 명으로, 남성인구 2531만 명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다면 사회에서 여성 임원의 수는 어떨까? 1월 14일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30대 그룹 280개 계열사 중 204개 기업은 여성 임원이 한명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 임원이 재직 중인 기업은 76곳으로 그 수는 총 177명이다. (출처: 중기이코노미) 이처럼 아직 여성 임원의 수는 매우 부족하다.
저자 이복실 역시 공직생활을 하면서 여성으로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여성 장관, 여성 차관 모델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여 여성가족부 최초 여성 차관으로 임명됐다. 그녀가 말하는 여자의 자리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그 자리에서 어떠한 일을 해야 할까?
여성 장관, 여성 차관 모델이 안 된다고 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여성들은 경쟁심이 강하고 개인적인 성향이 강해서 1인자는 해도 2인자를 할 수 없다,”는 등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들이 많았다. 그런 지적도 오랜 세월동안 고착되어 온 편견과 고정관념이 아닐까? 나는 차관이 되고 나서 그런 편견을 깨트리고 싶었다. …(중략)… 어떤 학과는 여교수가 한 명 있었다고 한다. 남자 교수들이 여교수를 뽑으려고 했더니 그 여교수는 “여성은 나 하나면 충분해요.”하면서 반대했다고 한다. 여왕벌 심리이다. 혼자서만 여왕벌이 되고 싶은 여성들이 있기 때문에 후배들을 키우지 않는 것이다. 여왕벌이 사다리를 치는 것과 똑같다. 자신만 사다리를 올라가고 동료나 후배들이 못 올라가게 사다리를 차버리는 것이다.
남자들이 편견을 깨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진출한 여왕벌이 사다리를 차기까지 하면 여성들은 계속 소수자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남성 장관, 남성 차관 모델은 당연하고 여성 장관, 여성 차관 모델은 부자연스러운 사회가 계속 될 수밖에 없다. 여성들이 도와주고 끌어주면서 여성의 고위직 진출이 자연스러운 사회가 앞당겨질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62~63쪽)
유리천장을 깰 수 있는 7가지 리더십
15명의 여성장관 리더십 분석, 7가지 리더십 제시
저자 이복실은 ‘유리천장을 깰 수 있는 7가지 리더십’을 제시하고 있다. 그녀가 30년 동안 공직생활을 하면서 모신 15명의 여성장관에게서 배운 리더십이다. 추진력, 카리스마, 변화와 도전, 열정, 냉정, 소통, 당당함. 공직생활에서의 에피소드를 통해 7가지 리더십을 알기 쉽게 풀어냈다. 그녀는 단순히 “중요한 리더십을 배워야 한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 자신이 경험한 에피소드를 통해 그 리더십이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 알려준다. 이 책을 통해 학생, 직장인 등 리더가 되고 싶은 모든 사람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정책보다도 여성정책은 열정 없이 추진하기 어렵다. 반대도 많고 타 부처의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열정이 없으면 장애물에 걸릴 때 그냥 주저앉아 버리기 쉽다. 특히 보육정책은 장하진 장관님의 열정과 사명감으로 지금의 정책의 기틀이 마련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관님은 2004년 1월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임명되기 이전부터 보육에 관심이 많았다. 여성의 경제참여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아이들 양육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므로 보육문제를 국가가 나서서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장관님은 재임기간 내내 이를 실천에 옮겼다. 여성개발원장(현재는 여성정책연구원) 시절에도 보육에 관한 연구를 많이 하였다. (130쪽)
유리천장을 깰 수 있는 7가지 리더십 (108~152쪽)
추진력 : 말했으면 행동으로 실천하라
카리스마 : 뚜렷한 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 힘
변화와 도전 : 항상 새롭게 변신하라
열정 : 무엇이든 가능하게 하는 힘
냉정 : 때로는 엄격해야 한다
소통 : 리더의 기본은 관계와 소통이다
당당함 : 당돌함보다는 당당함을 가져라
최근 우리 사회에서 가장 관심있는 보육정책은 언제부터 일까?
최근 어린이집 관련 소식으로 많은 논란이 있다. 이에 보육정책에 관심이 쏠렸다. 여성가족부가 보육정책을 맡게 된 것은 2004년부터이다. 그때에도 보육시설장들의 의견을 전달하는 통로는 전국보육시설연합회였다. 이복실 전 차관은 협회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의견을 수렴하고 관철시키기 위하여 정부나 국회를 찾아다녔었다. 그녀가 30년 동안 공직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보육과 관련된 에피소드 역시 이 책에 담겨있다. 이 책을 통해 보육정책이 어떻게 수립되었으며, 그 과정에서의 어려움은 무엇인지, 지금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최근 무상보육 문제점에 대한 논의가 아직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중략)…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정책세미나 도중에 보육시설장들이 몰려와 아이의 똥 기저귀를 들고 나와서 시위한 것과 정부정책에 협조한 시설장을 감금하여 경찰이 출동했던 일이다. …(중략)… 부모들의 보육료 부담을 낮추기 위하여 먼저 민간시설의 보육료를 낮추었다. 동시에 교사 대 아동비율도 조정하였다. 0세의 경우 아동 5인당 교사 1인 배치를 3인당 1인으로 낮추었다. 그러다보니 시설에서는 교사를 더 배치해야 하고 이는 인건비 부담으로 이어졌다. 그 차액을 정부가 보조해주는 것이 기본보조금이었다. 나중에는 이 이름이 기본보육료로 바뀌었다. 보육료를 낮추라니 난리가 났다. 오죽하면 아이의 똥 기저귀까지 들고 나왔을까. 그런데 나중에는 시설에서 기본보조금을 더 고맙게 생각했고, 보조금이 없었다면 시설의 질을 담보하지 못했을 것이라 하는 얘기를 들었다. 보조금이 지원되니 정부규제가 함께 들어가야 했다. 교사 대 아동비율이 제대로 맞는지, 아동은 다 있는지 점검하려니 현장에서 점검에 대한 반발도 많았다. 이러한 반발들이 나중에는 보육업무가 다시 복지부로 이관되는 원인의 하나가 되었다. (131~132쪽)
당시 역점을 갖고 추진했던 사업은 국공립시설 확대였다. …(중략)… 쉽게 얘기하면 지자체 예산과 매칭사업이므로 부담이 늘어나는 지자체의 협조가 없으면 추진할 수가 없다. 말이 국공립 보육시설이지 국립시설은 하나도 없다. 다 공립시설인 것이다. 그렇다고 낙담만 하고 있을 장하진 장관님이 아니었다. 지자체장들에게 친필로 편지를 보내고 찾아가서 협조도 요청하는 한편 부처 내에 국공립 보육시설확대 태스크 포스를 만들고 장관실에 전국보육지도를 만들어서 하나하나 개소를 체크해 나갔다. …(중략)… 국공립 보육시설 신축에 따른 지방자치단체의 비용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100평 규모로 지원되던 신축비를 150평까지 확대하였고 농어촌 등 보육수요가 많지 않는 지역에는 소규모화(20명) 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했다. 제일 중요한 재정지원 비율도 40%에서 50%까지 확대하였다. (133~134쪽)
여자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알아야 할
여성정책 탄생 스토리
우리나라에서 여성가족부가 언제부터 왜 생겼을까? 아마 여자들도 잘 모를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여성정책 스토리를 독자들이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여성사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자료이다.
최근 뉴스와 신문에서 연일 보도되는 사건 중 하나가 성희롱 사건이다. 장소를 불문하고 언제 어디서든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정부가 성희롱 신고를 받은 것은 언제부터 일까? 이 책에는 정부가 성희롱을 언제부터 신고 받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다. 성희롱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것은 약 20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저자 이복실의 이야기를 통해 성희롱 관련 정책뿐만 아니라 셧다운제도, 아이돌보미 제도, 호주제폐지 등 다양한 여성정책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리고 그 의미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여성가족부에서 하는 정책 중에 아이돌보미 제도가 있다. …(중략)… 당시 가족정책국장은 보육시설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1 대 1 보육을 선호하는 영아를 위하여 돌보미 파견사업을 할 필요가 있다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중략)… 아이돌보미 제도는 지금은 여성가족부의 가정양육지원사업의 대표사업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처음 시작은 2007년 3억의 시범사업으로 조그맣게 시작되었다. 이름도 직원들이 공모하여 아이돌보미라고 지었다. 불과 3억의 예산으로 50명 정도 활용하던 아이돌보미 사업이 7년이 지난 2014년에는 돌보미는 18,000명, 예산도 480억 원, 이용자는 50,000가구로 양적으로 크게 확대되었다. (204~205쪽)
여성정책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이혼 가정의 경우 전 남편으로부터 양육비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78%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아동양육지원제도가 2015년부터 시행된다. 이 제도의 핵심은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는 부 또는 모가 아이를 양육하지 않는 부 또는 모로부터 양육비를 원활히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이다. …(중략)… 양육비를 받지 못해 자녀의 복리가 위태롭게 되었거나 위태롭게 될 우려가 있는 한부모 가족에 대해서는 국가가 최장 9개월 범위에서 양육비를 먼저 지원하고, 추후 양육비 채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210~213쪽)
여성가족부 입장에서는 보육교사의 주요 역할이 아이들을 돌보고 키우는 것이므로, 사이버 교육으로 이를 충분하게 전달하기 어려워 인정할 수 없고, 대면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이 주된 반론의 논거였다. …(중략)… 내가 참석하여 논리를 폈지만 민간위원들은 그래도 사이버 교육이라는 제도를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집합 교육과 똑같이 인정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지금 보육교사 양성에 있어서 사이버 교육이 인정받게 된 것이다. (219~220쪽)
여자 나이 오십, 나는 아직도 나에게 설렌다.
차관에서 물러난 뒤 저자는 바로 두 딸이 있는 미국으로 건너 가 이 책의 원고를 썼다. 부지런하게 자신의 30년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냈다. 공직생활을 하면서 모셨던 여러 장관님들과의 이야기를 주로 쓰다 보니 동료 직원들에게 배운 이야기를 쓰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하고 있다. 기쁨과 아쉬움을 이 책에 담아 저자는 세상과 소통하기를 바란다.
나는 항상 ‘지금 내 모습이 제일 좋아요.’라고 말하지 못했다. 미진하고 부족하여 덜 충족된 느낌으로 지금의 나를 사랑하지 않고 살았다. 조마조마하여 하루 하루를 살다보니 옆도, 뒤도 돌아보지 못했다. 지금의 나를 제일 사랑하는 때는 모든 것을 내려놓은 바로 지금이다. 안타깝다. 조금 더 지금의 내 모습을 사랑하며 살아갈 것을….(23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