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해도 잘사는 부자들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왜 잘사는가?”
IMF의 원인 중 하나가 됐던 많은 재벌 기업의 붕괴,
국민의 혈세가 그 기업들의 회생을 위해 쓰였고
직장을 잃은 많은 근로자를 비롯해 많은 사람이 고통을 받고 있을 때
마땅히 책임져야 할 기업주는 허리띠를 졸라맨 국민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호화 생활을 하고 있다.
1997년 우리나라를 강타한 외환위기를 전후로 수많은 재벌기업이 공중분해 됐다. 그 여파로 재벌 기업과 거래하던 많은 중소기업이 덩달아 무너졌으며 그 재벌 기업과 중소기업에서 열심히 일하던 근로자들이 한순간에 일자리를 잃어야 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고통에 빠져 괴로운 시간을 보낼 때 정작 책임을 져야 할 재벌의 기업주가 끝까지 책임지고 노력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무너지는 재벌 기업 때문에 막대한 세금이 공적 자금으로 사용되고, 국민 모두 위기를 빠져나가기 위해 힘겹게 생활할 때, 재벌 기업의 기업주와 경영진은 허리띠를 졸라맨 국민을 비웃기라도 하듯 호화롭게 생활했다.
망한 재벌 기업 기업주들이 각종 비리에 연관되었음이 밝혀졌으나 이해할 만한 벌을 받았다는 소식을 신문, 방송에서 들을 수 없었다. 해외 도피 중인 기업주를 안 잡는 것인지 못 잡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황망한 시간만이 흐를 뿐이었다. 그들은 마땅히 내야 할 세금조차 돈이 없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내지 않고 있다. 호화로운 생활을 하면서 말이다. 그들은 이미 다른 ‘주머니’에 재산을 가득 채워놨기 때문에 국민의 분노에 아랑곳없이 태평스럽다.
경영은 동네 구멍가게 주인 마인드로, 책임은 사기꾼 마인드로
사업하다가 망할 수는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의 눈에서 피눈물을 짜내면서 호의호식하는 기업주를 어떻게 사기꾼이라고 손가락질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도 어찌 된 일인지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망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대한민국에서는 마치 진리처럼 인식되고 있는 모양새다.
IMF 전후로 망한 재벌 기업의 총수 대부분이 분식회계는 기본이고 로비에 청탁, 탈세, 해외 자금 은닉 등 온갖 불법을 자행했다. 그러면서 엄청난 재산을 가족 혹은 교회나 절 등의 종교단체 및 해외로 빼돌렸다. 그러고는 뻔뻔하게도 ‘돈이 없다’고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근로자가 수만 명이나 되는 대기업을 마치 자기 마음대로 해도 되는 동네 구멍가게처럼 경영했기에 일어난 일이다. 하지만 정작 책임을 져야 할 부분에서는 동네 구멍가게 주인보다 못한 사기꾼 마인드로 빠져나간다.
대한민국 불량기업 불량총수
이 책에 소개된 한보, 기아, 쌍방울, 거평, 신동아, 극동 등 누구나 알 만한 25개 기업은 IMF 전후로 망한 기업으로 우리나라 경제에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 그로부터 거의 20년이 지나는 시점이지만 우리 경제는 아직도 그때의 상처를 치유 중이다. 그런데 망한 기업의 총수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 유감스럽게도 아주 잘살고 있다. 불법으로 형을 살던 총수는 대부분 건강상의 이유로 풀려났으나 그들 역시 건강하게 잘 먹고 잘산다. 또한 그들 대부분은 돈이 없다는 이유로 대부분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
나 전 회장은 법적으로 ‘무일푼’이다. 해마다 공개되는 전국 고액 체납자 명단에는 항상 나 전 회장의 이름이 올라 있다. 나 전 회장의 체납 세금은 부가세를 포함해 40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나 전 회장의 가족은 재력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 전 회장은 주소만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재단 사무실로 등록해놓고 실제로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 아파트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아파트는 나 전 회장 막내딸 명의로 되어 있다. 나 전 회장 가족이 소유한 부동산은 서울 구로구 구로동 611-26번지, 서울 용산구 후암동 101-62번지, 경기 성남시 분당구 금곡동 161∼163, 165, 170번지 등 총 5600여 평에 이른다. 현재 그 땅들에는 구로동 복합 건물 오퍼스1, 후암동 브라운스톤, 분당 천사의 도시 1, 2, 3차 오피스텔이 들어서 있다.
-<과유불급, 고래 삼킨 새우_나승렬과 거평그룹>, 본문 17쪽
장 전 회장은 연극배우 출신인 부인 나옥주 씨와의 사이에서 두 딸을 뒀다. 장 전 회장의 장녀 호정 씨는 강원 원주시 신림면에 있는 대지 1만 2000평, 산림 1만여 평을 보유한 땅 부자다. 호정 씨는 이곳에서 스포츠 시설과 낚시터, 송어 양식장, 주말농장, 인공폭포, 식당, 물놀이장 등을 갖춘 초대형 펜션을 운영 중이다. 시사 주간지 《일요시사》를 통해 세간에 드러난 해당 펜션에는 장 전 회장도 가끔 들러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돈 없는 아빠 땅 부자 딸_장치혁과 고합그룹>, 본문 141쪽
2011년 9월 방송된 MBC 은 전 전 회장이 미국으로 도피하여 호화 생활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 전 회장은 미국 뉴저지 주 허드슨 강이 보이는 부촌의 한 고급 아파트에서 방 세 개짜리 집을 임대해 거주했다. 딸 명의로 BMW의 고급 승용차를 구입하기도 했다. 2011년 6월 한 달간 사용한 직불카드 사용 금액만 1만 5000달러(한화 1760만 원)에 달할 정도였다.
-<2만 명 피눈물 나게 한 ‘양아치 회장님’_전윤수와 성원건설>, 본문 160쪽
망한 재벌 기업 총수들의 재산을 빼돌리는 방법은 다양하다. 누구는 교회나 절 등 종교단체를 이용해서, 누구는 부인이나 자식에게, 누구는 재단을 이용해서 재산을 빼돌리지만, 모두가 한목소리로 자신은 무일푼이라고 주장한다. 마치 가라앉는 배에서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지 않고 자기만 살려고 도망친 선장이 자기에겐 ‘아무 잘못이 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과 똑같다. 망한 재벌 기업 총수들의 모습은 책임지는 기업주의 모습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이 책은 《일요시사》에서 시도된 연속 기획을 보완하여 출간되었다. 잘 먹고 잘살고 있는 ‘망한 기업’ 수뇌부들의 현주소를 낱낱이 조명함으로써 그릇된 기업가 정신과 우리 사회와 경제의 어두운 면을 신랄하게 고발한다. 저자의 심층 취재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 사회의 기업가 정신과 기업 윤리가 어떠해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