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든처럼
“당신은 도시에서
정말로 행복합니까?”
일을 내려놓고 산골에 와서 살아보니
이 길이 내 길이다.
편하고 자유로운 길, 나를 나답게 드러내는 길,
진정한 나에게로 가는 길!
왜 우리는 도시에서 행복하지 못할까?
왜 자꾸 떠나고 싶은 걸까?
복잡한 스카이라인도, 사람들의 생활 형태도 빡빡한 도시에서 잘 살기란 보통 일이 아니다. 좀 더 행복해지기 위해 열심히 산 게 전부인데 어쩐지 달리면 달릴수록 행복은 더 먼 곳에 있는 것만 같다. 경쟁에서 익숙해진 몸은 상처투성이가 됐고, 어느 날 마음에 남은 건 그동안 살아온 인생 전체를 휩쓸어 버리는 도둑 같은 허무다. ‘어디론가 떠나 버리고 싶다’는 충동을 가슴에 담고 먼 곳으로 여행을 다녀오기도 하지만, 다시 되돌아와야만 하는 여행은 도시 생활에 큰 활력소가 되어주지 못한다. ‘떠나고 싶다’는 욕구의 가장 아래에는 ‘이런 생활을 그만 하고 싶다’는 권태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월든처럼』의 저자 김영권은 경제부 기자로 22년을 살았다. 이를 악물고 뛰어온 시간이었다. 일이 목숨 같았던 날들. 그동안 생각한 건 가족에게 더 잘하는 가장이 되는 일뿐이었다. 남들보다 꿀리게 살고 싶지 않았다. 좋은 옷, 멋진 차, 맛난 음식들을 걱정 없이 누리면 삶이 성공한 것이라고 믿었다. 직장인 대부분이 그렇듯 그도 몸 바쳐 일했다.
그러던 어느 날 허무가 밀려왔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살아야 하나.’ 그는 그동안 무엇을 하면 행복한지 어디에도 묻지 않았다. 생각하지도 않았다. 무엇을 하면 더 벌 수 있는지만 고민했다. 자신이 행복을, ‘나’를 잊고 살았다는 건 그때 알았다.
‘이제 그만 벌고 살 수 없을까. 살아남기 위해 행복하지 않은 일을 계속하는 걸 멈출 수는 없나?’ 그는 생각했다. 그때 불현듯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이 떠올랐다. 미국의 대학생이 1년 동안 내는 집세보다 적은 돈으로 평생 살 집을 마련하고 뿌듯해 하던 소로의 모습이 기억났다. 소로는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그렇게 살 수 있다고 했다. ‘나도 해 보자.’ 그가 마음을 먹은 순간 가슴에 물컹한 것이 올라왔다.
그 길로 지은이는 사표를 냈다. 직장 생활을 끝냈다. 도시에서 ‘내달리기’와 ‘후달리기’를 마치고 진정으로 자신만의 페이스대로 ‘여유롭게 달리기’를 시작하게 됐다.
그는 이것으로 자신의 삶에서 전반전을 마친다. 인생 후반전에는?‘월든’ 호수로 들어간 헨리 데이비드 소로처럼?숲으로 들어간다. 강원도 산골에 태평家라는 집을 짓고?완전히?새로운?두 번째 삶을 모색한다. 자신만의 박자로 ‘진짜 나’를 찾아가는 가슴이 시키는 삶!?
그는?강과 산과 들의 품 안에서?단순하고 소박하게 산다.?덜 버는 대신?덜 쓰고, 머리 덜 굴리는 대신 몸 더 움직이고, 마음 덜 쓰는 대신?가슴 더 열면서?산다. 생명을 노래하고 영혼을 두드리는 지혜와 통찰을?구한다.
『월든처럼』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든 평화와 기쁨이 가득한 내면을?일구려는 인생 2막에 대한 기록이다. 4년간 숲을 삶의 터전으로 새로 잡고 호수와 들과 바다를 가까이하면서 숨과 걸음과 생각이 멎는 순간을 책에 담았다.
나는 숲에 간다.
내 삶에서 가장 본질적인 것들만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월든』에서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스물여덟 살에 월든이란 호수 근처에 손수 집을 짓고 밭을 일궈 자급자족하며 살았다. 그가 살던 오두막에 가면 푯말이 하나 등장하는데 이렇게 쓰여 있다.
“나는 숲에 간다. 삶의 가장 본질적인 것들만을 대면해 보고 싶기 때문이다.”
이 책은 22년 동안 도시에서 내달리기만 해 온 한 사람이 생활을 그만 두고 강원도 화천으로 내려가 집을 짓고, 자연을 벗하며 살면서 깨달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처음에는 내달리기만 하는 삶이 허무해서 좀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 선택한 인생 2막이었다. 어떻게 행복하게 살지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은 그리지 못했지만 이것 하나는 분명했다. 나의 삶을 들여다보는 일에 충실하다 보면 행복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는 믿음.
도시와 문명에 길들어 있던 그의 삶은 자연에서 완전히 새로 태어나게 된다. 우선 경쟁할 대상이 전혀 없는 삶에 새로 적응해야 했다. 많이 갖기 위해 욕심을 내던 습관에서 벗어나 덜 벌고 더 사는 삶에 몸을 적응시키기까지 네 계절만큼의 시간이 들었다. 해야 할 일과 성과에서 멀어지고 나면 곧바로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숲으로 들어간 그의 인생은 세상을 처음 맞는 아기처럼 백지와 같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비로소 자신의 손으로 직접 삶을 만들어 가야 하는 상황이 그에게 주어진 것이다.
물질과 문명이 전부였던 그의 인생 전체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틀어 놓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소박하게 사는 데도 큰 결심이 필요했다”고 이야기한다. 마음을 비워야 일을 간추릴 수 있고, 소신을 지켜야 단순함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욕심을 경계해야 샛길로 빠지지 않고 자신이 숲으로 들어갔을 때 마음먹었던 처음을 지켜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이러한 삶에 대한 열정은 인내를 키웠고 삶과 공부를 일치시켰다. 그렇게 자신과 아웅다웅 4년을 보내면서 자신과 삶과 자연의 본질을 찾아나가게 된 것이다. 이 책에는 그에게 가르침을 준 대자연의 모습이 사진과 글로 생생히 담겨 있다.
나는 누구인가, 어디에 있으며,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소로는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시간을 통해 인생의 핵심을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월든처럼』의 저자 김영권도 그렇다. 자신을 위해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시간을 쏟아붓는다. 첫째로 하는 일은 혼자 있기다. 그에게 혼자 있는 시간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외로운 상태를 유지하는 것. 물리적으로 혼자인 상태를 뜻한다. ‘태평家’라는 집을 짓고 두 번째 인생을 혼자 사는 저자는 환경을 거스르지 않고 어우러지고 견디며 사는 법을 알았다. 그리고 자연을 경험해야만 알 수 있는 행복한 일화들을 책에 꼼꼼하게 기록했다. 그는 불편함을 느꼈을 때 욕심을 덜어 내면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다는 깨달음도 얻었다. 그래서 그의 인생 실험은 ‘모두가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격려하고 안내하는 궁극의 응원이자 권유다.
그의 또 다른 혼자 있기는 홀로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상태다. 우리가 문학에서 발견하는 ‘고독’이다. 고독은 명상, 내적인 탐구와 성장을 위해 필수다. 지은이는 깨달음을 주는 삶의 지혜와 철학을 담은 책들을 탐독하는 독서광이다. 이 책에는 불교의 가르침을 마음 치유에 적용해 대중과 소통한 틱낫한 스님, 법정 스님을 비롯하여, 이 시대가 사랑하는 문인과 예술가 박완서, 류시화의 작품, 오쇼 라즈니쉬, 닐 도널드 월쉬 등 세계적 명상가, 철학가, 인문학자의 명문장을 곳곳에 그의 진중한 감상과 함께 곁들였다. 그가 공유하는 글들은 삶에서 일을 빼면 공백이 너무 큰 사람들의 마음을 정화시키고 치유한다.
귀촌, 귀농을 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깨달음을 얻는 것은 아니다. 마루야마 겐지가 자신의 책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시골에서는 “내 일은 내 힘으로 한다는 강한 마음가짐과 체력이 필요하다.” “고독은 시골에도 따라오”며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내려가 소중한 퇴직금을 날릴” 수도 있다. 그러니 귀촌을 하더라도 본인의 간절함과 단호함이 없다면 도시에서 살 때와 다를 바 없는 인생이 시작되고 만다.
이런 의미에서 『월든처럼』은 진짜 자기를 들여다볼 계기를 던져준다. 세상사람 모두가 숲으로 들어가 호숫가 근처에 통나무집을 짓고 소로처럼 살 수는 없지만, 도시에서 나 자신이 무엇을 지향하고 살 것인지, 가슴이 시키는 삶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자연스레 발견한다면 자연에 가까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목적은 독자 스스로 자신의 삶의 모습이 어떠한지를 함께 알아가자는 데에 있다. 삶의 참맛이 무엇인지, 내가 정말로 즐거워하는 삶의 순간은 어떤 때인지를 느끼는 데에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 우리 자신을 자유롭게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