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오래된 책과 잃어버린 인연을 찾아 떠나는 짧은 여행
안타깝게 요절한 아쿠타가와상 수상 작가의 마지막 소설
육상자위대 출신 아쿠타가와상 수상 작가의 마지막 소설
이 책을 쓴 노로 구니노부는 국내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작가다.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대표작 「풀의 검」이 1970년대에 우리말로 번역된 바 있지만(『아쿠타가와상 소설집芥川賞小說集/70년대』, 김후란 외 옮김, 현암사, 1976) 우리나라에서는 무명이나 다름없다.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뒤로도 그는 소설, 산문, 평론 가릴 것 없이 많은 작품을 썼으나, 마흔세 살 한창 나이에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 더는 알려질 기회가 없었다.
『사랑에 관한 데생』은 그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펴낸 책이다. 잡지 연재 후 출간된 초판은 1979년에 나왔고, 오랫동안 절판된 채로 있다가 2006년에 복간되었다. 노로 구니노부는 대학 교육을 받지 못했으며, 어린 시절에는 고향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되는 것을 목격했다. 작가로서는 특이하게도 그는 육상자위대 출신이었다. 1년 남짓한 자위대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 바로 1974년, 제70회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풀의 검」이다. 자위대 경험의 흔적은 이 책에 실린 몇몇 작품에도 어렴풋이 드러나 있다.
“(…) 불행하게도 자네 세대 사람들은 전체주의의 공포를 모르네. 활자 속에서만 알지. 평화의 고마움보다는 평화의 따분함밖에 몰라. 걱정스러운 시대가 됐다고 생각하지만, 내 입장에서 보면 오래 살 수 없으니 전체주의, 아니 파시즘이라고 해야 하나, 그 공포를 맛볼 일은 이제 두 번 다시 없겠지. 한 번으로 충분해, 그런 시대는.” ―「학」에서
저자소개
저 : 노로 구니노부 野呂邦暢
1937년 9월 20일 나가사키시에서 태어났다. 1945년 외가가 있던 이사하야시(諫早市)로 피난하여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되는 것을 목격했다. 1956년 나가사키 현립 이사하야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교토 대학 문학부에 응시했으나 실패했다. 가을에 도쿄로 올라가 주유소, 카페 등에서 일했다. 1957년 봄에 귀향하여 6월 육상자위대에 입대했다가 이듬해에 홋카이도에서 제대했다. 이사하야에서 가정교사를 하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1965년 「한 남자의 고향」으로 분가쿠카이(文學界) 신인상(가작)을 받았다. 1967년 「벽화」가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올랐으며 이후 「백도白桃」, 「해변의 넓은 뜰」, 「새들의 하구」가 차례로 아쿠타가와상 후보가 되었다. 1973년 첫번째 창작집 『11월 수정水晶』을 간행했다. 1974년 자위대 경험을 바탕으로 쓴 「풀의 검草のつるぎ」으로 제70회 아쿠타가와상을 받았다. 이사하야에 뿌리를 내리고 소설, 수필, 평론 등 다양한 글을 썼다. 1980년 5월 7일 심근경색으로 갑작스레 사망했다.
『해변의 넓은 뜰』, 『새들의 하구』, 『풀의 검』, 『한 방울의 여름』, 『이사하야 창포 일기』, 『두 여자』, 『엽총』, 『낙성기落城記』, 『언덕의 불』 등 다수의 소설이 있으며, 수필집 『왕국, 그리고 지도地圖』, 『낡은 가죽의자』, 『작은 마을에서』, 평론 『잃어버린 병사들?전쟁문학 시론』 등이 있다. 15주기에 즈음하여 『노로 구니노부 작품집』이 간행되었고, 2013년부터 『노로 구니노부 소설 집성』(전9권)이 간행되기 시작했다. 『사랑에 관한 데생』은 작가가 세상을 떠나기 전해에 마지막으로 출간한 작품이다.
역 : 송태욱
연세대학교 국문과와 같은 대학 대학원을 졸업하고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도쿄외국어대학교 연구원을 지냈으며, 현재 연세대학교에서 강의하며 번역 일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르네상스인 김승옥』(공저)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사랑의 갈증』, 『비틀거리는 여인』, 『세설』, 『만년』, 『환상의 빛』, 『탐구 1』, 『형태의 탄생』, 『눈의 황홀』, 『윤리 21』, 『포스트콜로니얼』, 『트랜스크리틱』, 『천천히 읽기를 권함』, 『번역과 번역가들』, 『연애의 불가능성에 대하여』, 『소리의 자본주의』, 『베델의 집 사람들』, 『매혹의 인문학 사전』, 『책으로 찾아가는 유토피아』, 『핀란드 공부법』, 『빈곤론』, 『유럽 근대문학의 태동』, 『세계지도의 탄생』, 『십자군 이야기』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호모 이그니스, 불을 찾아서』,『바이바이, 엔젤』,『관능미술사』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