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2041
인류 최초로 남·북극점에 도달한 로버트 스원
자연의 위대함과 인간의 경외감이 녹아있는
매혹적인 극지 탐험기
왜 2041년인가?
어느 누구의 소유도 아니지만 또한 우리 모두의 것, 남극. 세계 7번째 대륙인 남극을 보호하기 위해 남극조약체제(ATS)가 1959년 처음 체결되었고, 1991년에 환경보호 의정서가 추가됐다. 과학적 연구만 허용하고 군사적, 상업적 목적의 탐사는 금지함으로써 남극대륙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 조약이다. 그렇다면 왜 2041년인가? 1991년으로부터 50년 후인 2041년, 이 국제 조약은 힘을 잃는다. 2041년 이후에는 조약협의당사국 중 어느 한 국가라도 이 의정서에 대해 재검토를 요구하면 바로 회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극에서 발견된 석유, 보크사이트, 백금, 구리, 납, 아연, 금, 은……. 많은 국가들이 개발 유혹을 느낄 것이다.
《남극 2041》은 세계적 탐험가인 로버트 스원의 남극 탐험에 관한 이야기다. 그가 어떤 경위로 탐험에 나섰고, 어떤 난관에 부딪혔으며, 어떤 경험을 통해 남극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는지 등에 관한 내용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자가 남극은 보존할 가치가 있다는 점을 납득시키고자 하는 책이다. 그는 “2041년이라는 해는 데드라인이자 도전과제”라고 말하며, 세상 사람들의 머릿속에 2041년을 ‘남극의 운명이 결정되는 해’로 인식시키고자 한다. 갈수록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이 강력해지면서 우리에게 2041년은 보다 큰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만약 지금 당장 우리의 방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2041년은 우리의 삶 그리고 우리 아이들의 삶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에 직면하게 될 시점이 될 것이다. 현재 심각한 위기와 위협에 직면해 있는 곳이 바로 지구상의 마지막 대자연, 남극이다.
이 작은 책 속에는 그가 어떤 경위로 탐험에 나섰고, 어떤 난관에 부딪혔으며, 어떤 경험을 통해 남극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는지 등 흥미진진한 내용이 가득하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남극점과 북극점 둘 다에 걸어서 도달한 세계적 탐험가인 로버트 스원, 왜 그가 다급한 마음과 희망을 품고 2041년이라는 미래를 내다보게 되었는지도 돌아본다. 마지막으로 그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 이른바 ‘남극 탐험 영웅 시대’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의 세 영웅인 스콧과 섀클턴, 아문센을 위시해 그들 이전에 어떤 식으로든 대담하게 극지에 도전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40년에 걸친 탐험가로서의 삶
그가 남극에서 본 것은 무엇이었나
스원이 첫 번째 남극 탐험대를 조직한 이유는 그 자신을 시험하고 그의 세 영웅 로버트 스콧과 어니스트 섀클턴, 로알드 아문센을 기리기 위해서였다. 첫 탐험대에 붙인 이름도 ‘스콧의 발자취를 좇아’였다. 스콧은 16명의 대원과 조랑말 10마리, 두 팀으로 구성된 썰매견들과 모터가 장착된 썰매 두 대, 그렇게 꾸려진 탐험대를 이끌고 1911년 11월 1일 극점을 향한 여정을 시작했다. 그러나 각기 다른 속도로 전진하면서 두 팀이 서로 멀어지는 사태가 벌어졌다. 모터 썰매는 지나치게 앞서나갔고 고장을 일으키고 말았다. 썰매견들과 조랑말들은 힘겹게 버티다가 결국 죽어나갔다. 극점을 향해 행군을 계속한 다섯 명의 대원들도 결국 목숨을 잃었다.
스원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엔 죽음의 행군이 되어버린 여정을 그대로 좇아가는 것이 과연 옳은 선택일까? 그는 결심한다. 순교자의 뒤를 밟는 일 없이 본인 나름의 영웅적 성취를 꼭 이루리라고. 1985년 남극의 여름, 스원은 일행과 함께 남극대륙 안쪽으로 들어가는 통로인 로스 빙붕의 초입에 들어섰다. 대략 그 면적이 프랑스만 한 빙붕이었다. 밟은 얼음판은 두께가 300미터가 넘었다. 스원 일행은 혹독한 추위와 싸우며 곳곳이 갈라지고 크고 작은 굴곡이 심해 위험천만한 빙판 길을 느릿느릿 나아갔다. 허리춤에 로프로 연결한 그 무거운 짐 썰매를 끌면서. 무전기도 없는 무지원 행군이었다. 구조될 희망 따윈 없었고 남극점에 다다를 때까지 그저 무작정 앞으로 전진해야만 했다.
한 사람당 일일 5,200칼로리에 맞춰 식량을 준비했지만, 하루 종일 얼음 덩어리 위에서 고투를 벌이는 데엔 그보다 많은 열량이 필요했다. 그러다 보니 몸무게가 급격히 줄었다. ‘남극 다이어트’, 그들은 그렇게 불렀다. 점점 무기력과 우울감이 엄습했으며 처한 상황에 대한 패닉이 주기적으로 치솟았다. 그래도 멈추지 않고 하루에 9시간씩 행군을 이어갔다. 하루에 걷는 거리도 점점 늘어갔다. 극점에 대해 생각할 여유 따위는 허용되지 않았다. 자신의 스키 바로 앞에서 일어나는 상황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들었기 때문이다. 긴 고난의 여정 끝에, 마침내 스원 일행은 1986년 1월 11일 남극점의 아문센-스콧 기지에 다다르는 데 성공한다.
남극에서 돌아온 그는 TV 뉴스에 출연하는 등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그것은 잠깐뿐이었다. 허무감을 느꼈고 탐험을 위해 어마어마한 돈을 빌린 대가로 빚에 허덕이게 된다. 연일 술을 마시며 방황하던 어느 날, 그의 머릿속에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한 아이디어가 번뜩 떠오른다. 그것은 다름 아닌, 바로 남극점에 걸어갔던 것처럼 북극점에 걸어가자는 것이었다. 그는 북극 환경을 괴롭히는 문제가 전 세계적이었던 만큼 북극 탐험을 세계적으로 추진하고 싶었다. 이러한 탐험 목적을 설정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끝에, 1989년 3월 그는 새로운 일행과 함께 북극점을 향한 여정을 시작한다.
북극은 살아 움직이는 바다였다. 얼음 덩어리들과 빙판들이 바다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면서 서로 부딪쳐 신음 소리와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다. 길이라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한마디로 전체가 다 장애물 코스였다. 그곳에 완전히 압도된 그는 한번은 스키 바인딩 쪽으로 몸을 구부린 채 눈물을 떨궜다. 북극해의 빙원 위로 떨어진 눈물은 그 자리에서 바로 얼어버렸다. 눈물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숨도 얼었고 콧물도 얼어붙었으며 옷 속에서 난 땀도 얼어붙어 아주 불편한 종류의 얼음 갑옷을 형성했다. 소변은 거의 땅에 닿기도 전에 얼어버렸다.
일행 하나가 발가락에 동상이 걸리고, 녹는 빙하 탓에 숱한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1989년 5월 14일 ‘아이스워크’라 이름 붙인 그의 탐험대는 끝내 북극점에 다다른다. 이로써 그는 인류 최초로 남극점과 북극점 모두를 걸어서 도달한 사람이 되었다. 스원은 이 북극 탐험을 통해 기후변화 문제에 더욱 절감하게 되었고, 그 후 환경을 살리고 지구를 살리기 위한 행보를 이어간다.
‘한 걸음 더 넘어’라는 이름의 세 번째 탐험은 패러세일링을 이용해 남극을 횡단하는 것이었다. 풍력을 이용하는 것. 그것은 완벽한 해답이었다. 친환경인데다가 재생가능하며 남아도는 바람, 게다가 걷는 일도 대부분 제거해주는 바람이었다. 스원 일행은 바람이 강하기로 유명한, 웨일스의 펨브리에 있는 11킬로미터 길이의 세픈시단 모래 해변에서 바퀴 달린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훈련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좀 더 의미 있는 계획을 세운다. 유네스코 탐험 학생들이 남미에서 남극 반도로 배를 타고 오는 동안 마치 슈퍼영웅처럼 그들이 도착할 해안을 향해 패러세일링으로 남진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횡단 중 그에게 역경이 찾아들었다. 종종 시간 감각과 방향 감각을 상실하는, 이른바 장거리 트럭 운전사들이 겪는 ‘백색 차선 증후군’ 같은 ‘백색 풍경 증후군(빙원 최면)’에 빠져들기 시작한 것이다. 300마일만 더 가면 ‘남극대륙을 발로 횡단한 역사상 최초의 인물’이 될 수 있었지만, 그는 결국 최초의 실패를 받아들이고 만다. 대신 스원은 혼자 유네스코 학생들을 만나러 가고, 남은 일행은 계속 패러세일링을 이어나간 끝에 웨델 해 연안에 도달해 남극 대륙 횡단을 완수했다.
2017년 11월 15일 스원은 23세의 아들 바니와 함께 다시 한 번 지리남극점(남위 90도) 정복의 장도에 오른다. 이번 이들 부자의 탐험 여정은 태양열 썰매를 이용하는 등 오로지 청정에너지 기술에만 의존해 이뤄지게 된다. 사람들이 에너지를 인식하고 이용하는 방식을 바꾸기 위해 당당히 자신들의 목숨을 걸고 도전에 임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발 딛고 살아갈 지구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남극을 보호하려면 우리는 세상을 바꿔야 한다.” -로버트 스원
로버트 스원은 해수면 상승, 지구온난화 등 이 모든 것이 결코 불가피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합의에 따른 국제적 행동으로 얼마든지 우리는 그 모든 것을 피하거나 바꾸거나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국제 협약을 갱신하지 않고 그 순전하게 아름답고 꾸밈없고 무서운 대륙의 속을 파헤치는 굴착과 채굴을 허용하고 만다면 그것은 분명 사람으로서, 하나의 생물종으로서 우리에게 살 곳을 주는 지구를 보호하지 못한 우리 모두의 실패를 의미할 것이다.
남극의 위기는 지구의 위기이자, 바로 우리 모두의 위기이다. 남극 보존을 위해 스원이 제시한 방법으로는 집에 단열재를 추가하거나 자동차 타이어 공기압을 적절한 수준으로 높이고 전구를 교체하는 등의 작고 평범한 것에서, 코펜하겐 회의와 같은 행사에 환경보호의 목소리를 보태거나 멀리 내다보는 국제적 공조 식의 거시적 해결책이 있다.
그는 2041년이라는 해는 데드라인이자 도전과제라고 말한다. 기후변화의 재앙이 보다 선명하게 대두됨에 따라 2041년은 보다 큰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만약 우리가 지금 당장 우리의 방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의 삶과 보다 중요하게는 우리 아이들의 삶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에 직면하게 될 시점으로 다가오게 된 것이다. 명확한 위기에 직면해 있고 위협이 목전에 닥친 곳이 바로 지구상의 마지막 대자연, 남극이다.
스원은 국제환경보호단체 W재단의 명예이사이기도 하다. W재단은 글로벌 자연보전 캠페인 ‘HOOXI(후시)’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번 스원 부자의 그 거대한 얼음 덩어리를 가로지르는 600마일의 여정을 끝낼 무렵, 후시 캠페인 팀이 그들을 맞이하기 위해 지리남극점으로 날아갈 예정이다. 이 책 《남극 2041》을 추천한 국내 연예인들도 이 프로젝트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궁극적으로 사람들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주길 촉구하는 긍정적 호소를 담은 이 책은 전 세계적인 위기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정보와 더불어 실감어린 그 극지 현장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를 통해 남극을 구하는 일이 곧 우리 스스로를 구하는 길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