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갈대숲
2011년 한국아동문학상을 수상하고, 2016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동문학분야 유망작가로 선정된 조두현 시인의 신작 동시조집이다. 시인의 다섯 번째 동시집이자, 세 번째 동시조집이기도 하다.
우리 고유의 시가 문학인 동시조의 가락 속에 동심(童心)을 담아낸 밝고 톡톡 튀는 작품들이 가득하다. 쉽게 써내려가는 동시의 흐름 속에서 ‘시조’라는 정형시로 써 내려간 작품들이 갖는 특별한 매력이 있는 시집이다.
압축된 표현 속에 동심과 시심을 함께 담아낸 이 시집은 이야기나 표현이 산만하지 않고 잘 정제되어 있어 어린이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시집이다.
얘들아, 한 발짝 다가가면 자연의 이야기가 보여!
요즘 어린이들은 숲으로, 체험학습장으로 ‘자연’을 배우고 느끼기 위해 다닌다. 그런데 실상 자연은 그리 멀리 있는, 찾아다녀야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들의 일상 곁에, 도심이든 시골이든 바로 우리 곁에 존재한다.
조두현 시인은 이 책『봄 갈대숲』을 통해 한 발짝만 다가가면 우리 주변에서 자연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큰 맘 먹고 찾아나서야 만날 수 있는 자연이 아니라, 동네 산책로에서, 집 근처 한강공원에서, 주차장 가로등에서도 자연을 만나고, 그 자연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시인의 시선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 발자국 / 더 넓어진 / 생태공원 / 산책길에 // 자벌레 / 한 마리가 / 가만 가만 / 기어간다. // 빼앗긴 / 제 땅 넓이를 / 온 몸으로 / 측량한다.
‘자벌레’ 전문
집 근처 생태공원을 산책하다가 흙길에서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 자벌레 한 마리. 느릿느릿 기어가는 그 자벌레를 바라보며 생태계를 생각하고, 개발된 도시에 대해 떠올려보게 된다. 자연에 대한 작은 관찰을 통해 직접적이진 않지만 훨씬 더 강렬한 메시지까지 덤으로 만나게 된다. 한강에서 자맥질하는 오리 가족이나 집 근처 나무위에서 재잘대는 참새, 우연히 발견한 하얀 민들레, 할미꽃 화분, 가을 꽃밭의 꿀벌들까지 모두 멀리 있는 특별한 자연이 아니라, 우리 곁에 존재하는 자연의 모습들이다.
이렇듯 일상을, 주위를 둘러보며 찾고 만나고 발견한 이야기들을 담아서 억지스러움이 느껴지는 작품은 한 편도 없다. 편안한 일상 풍경을 그림으로 만나듯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는 편안한 동시들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어렵지 않게 다가갈 수 있다.
주위에 자연스럽게 다가가는 시인의 시선은 자연 뿐 아니라, 주변 사물들도 잘 포착하고, 이야기를 찾아내는 솜씨를 보여준다. 산책길에서 만난 개똥을 보고 잎사귀들이 침을 삼키고 있는 이야기, 할머니의 일기장이나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를 통해서도 들려줄 이야기는 충분하다. 이런 주변에 대한 시선도 자연을 바라보는 것과 다르지 않게 표현되어 있다.
『봄 갈대숲』의 작품들이 쉽고 친근하게 읽을 수 있는 데는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이 지닌 형태적 특징도 한 몫 한다. 우리 고유의 정형시인 시조의 운율과 동시가 만난 ‘동시조’이기 때문이다. 형식적으로 잘 다듬어져 있기 때문에 산만하지 않고, 억지스러움이나 과장도 찾아볼 수 없다. 쉽고 자연스럽게, 그리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잔잔한 호수 같은 그런 동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