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도 우리
고승의 환생으로 태어난 소년, 그 아이를 돌보는 늙은 승려
-전생의 마을을 찾아가는 어린 린포체의 여정을 통해 깨닫는 동행의 의미
티베트 불교에는 전생에 고승이었던 사람이 생명을 다하고 세상을 떠나면 얼마 뒤에 다시 인간의 몸을 받아 환생한다는 믿음이 있다. 그를 ‘린포체’라 부른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라마도 그 중 한 사람으로, 린포체들은 고승이 전생에 다 이루지 못한 선업을 잇기 위해 몸을 바꿔 다시 태어난다고 전해진다.
인도 북부 라다크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여섯 살 앙뚜도 린포체였다. 문제는 앙뚜의 전생이 티베트의 시골마을이라는 것, 더구나 티베트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통제를 받고 있어 앙뚜에게는 전생에 살았던 땅이 달나라보다 멀리 있다는 사실이었다. 어디에도 머물지 못하는 경계인의 운명을 타고난 린포체 앙뚜의 삶은 처음부터 그렇게 난관이었다.
앙뚜가 전생의 사원에서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끝내 마을사람들로부터 배척을 당하자, 스승 우르갼은 앙뚜를 데리고 티베트로 향하는 3,000킬로미터의 대장정을 시작한다. 두 달 반 동안의 고단한 도보여행을 통해 삶을 뛰어넘은 무조건적인 사랑을 나누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베를린영화제, 시애틀영화제, 모스크바영화제 등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며 세계 영화계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살면서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는 좌절과 시련을 겪지만,
이 책을 통해 혼자뿐인 순간에도 주변에
함께 해줄 사람이 있다는 희망을 찾기 바랍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앙뚜가 다섯 살 때 처음 만난 이후 8년여 동안, 작가는 아이의 방황과 성장통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히말라야 산자락을 배경으로 설산이 무한대로 펼쳐지는 가운데 앙뚜의 남다른 학교생활과 지난한 불교수행, 사춘기를 맞아 방황하는 모습과 어떤 경우에도 흔들림 없는 스승의 눈물겨운 정성을 한편의 수채화처럼 그려내고 있어 그것만으로도 가슴 가득 따뜻함이 번진다.
히말라야의 한겨울에 전생의 마을로 가기 위해 티베트로의 먼 여행을 시작한 그들의 뒤를 쫓는 카메라는 두 사람의 눈물겨운 도전과 번번이 겪는 속세에서의 시련과 좌절, 그럼에도 절대로 놓지 않는 희망의 끈을 담담히 담아내고 있어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울음을 멈출 수 없다.
영화제의 심사위원들은 ‘눈물 젖은 가슴에 한줄기 햇살이 환히 비치는 것 같다’고 했다. 정말 그렇다. 행복할 때도, 슬프로 아플 때도, 항상 함께하는 두 사람의 거룩한 동행을 통해 우리는 혼자뿐인 순간에도 주변에 함께 해줄 사람이 있다는 희망을 찾을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영화의 원작 다큐멘터리를 단행본으로 출간한 책에는, 어떤 감동소설보다도 울림이 깊은 내용을 담기 위해 영상으로 미처 그려내지 못한 이야기와 관련사진들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