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
간통죄 폐지, 친일파 논란, 최순실 게이트의 내부 고발, 정권 교체…
“2017년 마지막 화두, 한국을 뒤흔든 사건들의 중심에는 ‘배신’이 있었다”
역사·문화·종교·개인적 “배신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고찰한 책!
이스라엘 철학자 아비샤이 마갈릿이 배신에 관하여 철학적으로 고찰한 인문서가 을유문화사에서 나왔다. 유다의 배신부터 트로이의 목마, 드레퓌스 사건, 최근 있었던 스노든의 내부 고발, 그리고 배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외도까지… 우리는 일상에서 배신을 보고 듣고 읽고, 또 직접 겪기도 한다. 이 책은 간통과 반역, 배교, 변절 등 다양한 형태의 배신을 역사적, 종교적, 문화적, 개인적 사례를 들어 이야기한다. 나아가 배신으로부터 손상되는 가족, 친구, 공동체 등의 인간관계를 다각도로 살펴본다.
사랑인가 간통인가? 내부 고발인가 배반인가? 영웅인가 변절자인가?
가족, 친구, 공동체 등의 인간관계를 손상시키는
간통, 배반, 배교, 반역 등 배신에 관한 거의 모든 것!
『배신』은 세계적인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아비샤이 마갈릿이 영국의 옥스퍼드대, 독일의 자유베를린대, 미국의 프린스턴 고등연구소 및 뉴욕대, 스탠퍼드대 등 세계 유수 대학을 돌아다니며 오랫동안 강의하고 연구한 주제인 ‘배신’에 관하여 철학적으로 고찰한 내용을 한 권에 담은 책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배신’을 수없이 접한다. 배신은 영화나 드라마의 단골 소재이며, 현실 속 정치·경제·사회·역사적 사건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배신을 직접 겪거나 가까운 주변 사람들의 경험을 종종 전해 듣기도 한다. 이처럼 일상에서 흔해 빠진 것이 배신이라 그런지 ‘배신’이란 단어에 큰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또한 ‘배신’을 많이 말하지만, ‘배신’이란 개념과 ‘배신자’와 ‘배신행위’에 대해서는 깊이 있게 생각해 본 적이 거의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배신인가? 배신에 대한 판단은 왔다 갔다 해서 도무지 신뢰할 수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의로운 내부고발자라고 해도 어떤 사람에게는 중상모략가일 수 있다. 누군가의 눈에는 반역자로 보여도 대중의 눈에는 영웅으로 보이기도 한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여기에 딱 맞는 표현인 듯하다.
설령 배신행위를 했어도 역사적으로 봤을 때 배신자가 아닌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정치가 샤를르 드골은 프랑스 군부와 알제리에서 거주하는 프랑스인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지만, 알제리의 독립을 선언하여 그들을 배신하고 말았다. 여기서 드골은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배신행위를 했지만 인류애를 생각했을 때 배신자는 아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정치인 프레데리크 빌렘 데클레르크가 백인 보수 정치 가문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아파르트헤이트를 폐지한 일이나, 미국의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지지 세력인 우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적국인 중국을 방문한 일, 이스라엘의 정치가 메나헴 베긴이 과거 이집트에게서 빼앗은 시나이반도를 되돌려 준 일 등도 함께 생각해 볼만하다.
아비샤이 마갈릿은 말한다. 배신이란 두터운 관계에 있는 사람들에게서 신뢰라는 접착제를 떼어 내는 것이라고. 경제가 세계화를 추구하고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서로 모르는 사람들 사이의 신뢰, 즉 얕은 신뢰에 대해서도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저자는 이런 관계를 이끄는 것은 도덕이고, 윤리는 두터운 신뢰나 소속감을 주는 사람들과 집단에 지니는 의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윤리적 관점에서, 즉 가족이나 연인, 친구나 공동체 등 두터운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배신에 대해 고찰한다. 또한, 배신을 통해 두터운 관계란 무엇이고, 그런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유다의 배신, 드레퓌스 사건, 트로이의 목마, 가이 포크스의 반역,
제2차 세계 대전 속 부역자들, 스노든의 내부 고발, 연인의 불륜…
역사·종교·문화·개인적 사례를 통해 “배신의 세계”를 총망라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배신’이라는 광범위하고 모호할 수 있는 주제를 역사적, 문화적, 종교적, 개인적 사례를 들어 구체적으로 풀어낸 것이다. 12사도 중 한 명인 유다의 배신 이야기부터 그리스군의 속임수가 돋보인 트로이의 목마, 16세기 가톨릭 탄압에 저항하며 ‘화약 음모 사건’을 일으킨 가이 포크스의 이야기(오늘날 ‘녀석’을 뜻하는 guy는 그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19세기 말 프랑스를 분열시킨 드레퓌스 사건, 제2차 세계 대전이 벌어진 상황에서 독일에 저항한 지도자와 부역한 지도자의 상반된 주장, 그리고 최근 미국 국가 안보국에서 컴퓨터 기술자로 일했던 에드워드 스노든이 대량 감시 프로그램 문서를 공개한 이야기 등 다양한 사례가 많이 나온다.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제1장과 제2장에서는 왜 배신을 다루는지, 무엇 때문에 배신을 철학적으로 논의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말한다. 그리고 배신이라는 개념의 변화무쌍함과 배신행위의 모호성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본다. 제3장과 제4장에서는 배신으로 인해 어떤 결과가 생기는지, 그리고 그 결과로부터 배신의 어떤 면이 가족, 친구, 공동체 등 두터운 인간관계를 손상시키는지를 거꾸로 추론해 나간다. 이와 관련한 사례로, 배신을 말할 때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올리는 ‘간통’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간통이 그토록 고통스럽고 쓰라린 이유는 우리의 유일함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우리가 특별하다는 느낌도 무너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간통이란 네가 특별하기는 하지만 유일하지는 않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알려 주는 가장 잔인한 방법인 것이다. 제5장에서는 반역을 다룬다. 간통이 개인적 배신의 전형적인 예라면, 반역은 정치적 배신의 대표적 사례다. 간통의 전형적인 형태가 배우자의 가장 친한 친구와 눈이 맞아 배우자를 배신하는 것이라면, 반역은 적에게 도움과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다.
제6장과 제7장에서는 군사적 점령하에서 일어나는 배신인 부역에 대해 논의한다. 지금도 평가가 꽤나 엇갈리는 프랑스 군인인 필리프 페탱의 경우나 오랫동안 동족(유대인)을 배신한 역사가라 알려진 플라비우스 요세푸스 사례 등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살펴본다. 제8장에서는 종교적 배신에 대해 말하는데, 신에 대한 배신(우상 숭배)이 아닌 종교 공동체를 배신(배교)한다는 의미에 초점을 맞춘다. 제9장과 제10장에서는 저자가 옥스퍼드대학에서 강의할 때 우연히 만난 보수파 지지자와 나눈 대화나 선진국의 노동자 계급이 이민자를 대하는 방식과 관련한 일화 등을 소개하면서 계급에 대한 배신을 다룬다. 그리고 배신과 위선은 투명하지 않은 사회가 낳은 부산물인지 고민해 보고, 그에 대한 대안과 저자의 생각 등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