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인을 위한 미래 인문학
미래 인문학이라는 새로운 키워드를
독자들에게 알기 쉽게 설명하는 본격 대중 교양서
고전의 지혜와 현재의 상상력을 결합해 우리 앞에 펼쳐질 미래를 전망하는 『교양인을 위한 미래 인문학』이 을유문화사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인공 지능도 사랑을 할 수 있을까 같은 흥미로운 가정에서 시작된 질문을 영화나 드라마처럼 독자에게 친숙한 예시를 통해 알기 쉽게 풀어내고 있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기술 문명 시대에 필요한 미래 지향적 안목을 얻을 수 있다.
미래 인문학이라는 새로운 키워드를
독자들에게 알기 쉽게 설명하는 본격 대중 교양서
이 책은 미래의 기술 문명이 낳을 수 있는 여러 문제를 진단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인문학적 성찰을 제공한다. 우리 앞에 놓인 여러 도전과 난관의 해법으로 저자는 미래 인문학이라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미래 인문학은 고전의 지혜와 현재의 상상력을 결합한 지식 체계다. 서로 다른 세계처럼 여겨지던 자연과학과 인문학이 교차되고, 과거의 통찰과 미래의 성찰을 함께 아우르는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 앞에 펼쳐질 미래를 직시할 수 있다. 다른 여러 미래 예측서가 기술적 관점에 치우치거나 뜬구름 잡기 식의 설명에 머무르는 것과 달리, 이 책은 학계의 연구 결과를 비롯해 검증된 객관적 자료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그러면서도 딱딱한 이론이나 비평이 주가 아닌, SF 영화를 보듯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저자의 글쓰기는 ‘인공 지능도 과연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로봇은 과연 인간을 지배하려 들까’, ‘아이언맨의 자본주의와 블랙 팬서의 국가주의는 어떻게 다를까’ 같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질문에서 비롯된다.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저자가 우리에게 보여 주는 미래는 여러 모로 흥미롭다.
저자는 기술 발달로 인해 미래에는 인간의 본모습까지 바뀌게 될지도 모른다고 지적한다. 인공 장기가 병에 걸린 사람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쓰이는 것을 넘어서서 컴퓨터의 성능을 업그레이드하듯 인간의 능력을 신장시키기 위해 광범위하게 사용될 수도 있다. 이러한 미래는 사실 우리에게 그리 멀리 있지 않다. 이와 관련된 상징적인 사건이 이미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일어난 바 있다. 장애인올림픽 메달리스트였던 피스토리우스는 런던올림픽 때 의족을 착용하고 달리기 경주에 참여하려 했다가 올림픽위원회로부터 거부당했다. 탄소 섬유 의족인 그의 다리가 일반 선수들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있어 공정한 경기가 이뤄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신체의 기능을 확장하는 기술이 발전될수록 인간은 점점 더 사이보그처럼 진화할지도 모른다. 그러다 보면 미래에는 ‘신체 디자이너’ 같은 직업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의 신체를 개조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동반된다. 어디까지를 인간으로 볼 수 있을 것인지, 과연 능력을 높이기 위한 이유만으로 신체를 마음대로 개조하는 일이 윤리적으로 옳은지 등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처럼 저자는 단순한 기술의 발전만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이에 따른 여러 문제를 인문학적으로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식으로 풀어가야 할지 이야기한다.
고전에서 길어 올린 미래를 위한
인문학적 소양과 지혜
책에서는 과학 기술이 발전할수록 개인과 사회가 좀 더 문제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새로운 기술의 개발은 우리와는 멀리 떨어진 다른 나라의 이야기처럼 여겨지기 쉽다. 인간의 게놈을 분석하고 인공 지능이 변호사를 대신해 법률 상담을 하고 노화를 억제하는 메커니즘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은 신문 과학 기사에나 어울릴 법한, 나와는 다소 상관없는 일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기술 문명의 발달은 당장 내일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수도 있는 중요한 문제다. 예를 들어 점점 발전해 가는 로봇 기술은 보다 발전된 휴머노이드를 생산해 인간의 일자리를 점점 잠식할 것이다. 이 경우 사회는 실직자들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문제는 여기에 필요한 자본을 어디서 해결하느냐 하는 점이다. 이 문제의 대안으로 최근에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것이 로봇세 신설이다.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일정 부분 세금을 떼듯이 로봇에 세금을 부과하고 여기서 얻은 재원으로 여러 복지 정책을 펴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직업 자체가 주는 사회적 소속감 등은 해결할 수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또 다른 정책으로 가짜 직업인 페이크 잡(fake job)을 들 수 있다. 정부에서 실직자들에게 기본 소득을 주되 가짜 직업을 수행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경우 페이크 잡은 사회 복지 같은 공공 업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기술 문명의 진화는 곧 우리 생존 문제와도 직접적으로 연관된 중요한 이슈다.
흥미롭게도 저자는 미래 문제를 해결하는 키워드를 고전에서 찾는다. 이는 과거 르네상스 시기의 인문 고전 부활 운동과 비슷하다. 중세의 여러 문제와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르네상스 시기의 인문학자들은 고전에 눈을 돌렸다. 저자 역시 마찬가지다. 미래 사회의 성숙한 시민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이야기하면서 과거 칭기즈칸의 세계 정복을 예로 드는 식이다. 언뜻 보면 미래 시민으로서 지녀야 할 소양과 칭기즈칸 사이에는 별 연관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저자는 칭기즈칸이 세계 정복을 이룰 수 있었던 원동력인 다양성과 개방성, 고정관념의 탈피 등을 설명하며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추천사
황당한 예언서 같은 미래에 관한 책에 실망한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야 한다. 별세계를 이루고 있던 인문학과 자연과학은 이 책에서 교차하고, 저자는 미래를 알기 위해 과거를 성찰하고 역사에 대한 성찰로부터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을 솜씨 좋게 이끌어 낸다. 풍부한 예로 제시되는 SF 영화에 대한 해석은 별책부록처럼 책을 빛내 준다.
― 노명우(사회학자, 『세상물정의 사회학』 저자)
본문 속으로
만약 우리가 영혼이라고 믿는 기억과 감정의 복합적인 정보가 컴퓨터에 저장돼 있다면, 그 컴퓨터는 영혼을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또 A라는 사람의 신체에 B의 칩을 이식해 다시 살아나게 한다면, 그는 A일까요 B일까요. 더 가까운 예도 있습니다. 과거 인기를 끌었던 미국 드라마 〈600만 달러의 사나이〉나 마블 영화 캐릭터 윈터 솔져, 케이블 등은 한쪽 팔이 로봇입니다. 인간의 신체와 기계가 결합된 사이보그죠. 그런데 사이보그는 더 이상 SF 영화 속에만 나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미 로봇 팔을 장착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죠. 앞으로는 팔뿐만 아니라 다리와 인공 장기 등 다른 신체로 확장될 전망입니다.
- 본문 14쪽
중요한 것은 이미 결정돼 있는 미래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사회적인 저출산 현상은 막을 수 없지만 저출산 시대를 어떻게 준비하고 각 개인이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할지 정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우리 사회의 모든 것이 변할 것입니다. 삶의 방식 또한 크게 달라질 것이며 교육 방식도 완전히 새로워질 것입니다. 이렇게 이미 결정된 미래를 가장 잘 보여 줄 수 있는 단어는 바로 ‘다운사이징’입니다. 인구가 줄면 그만큼 시장이 작아지고, 시장이 작아지면 재화와 용역의 생산 또한 그에 맞게 감소해야 정상입니다.
- 본문 135쪽
그렇다면 미래 지구의 주인들은 인류세의 지질적 특성으로 무엇을 떠올릴까요. 아마도 동물의 화석보다는 플라스틱과 알루미늄 캔, 비닐 등을 떠올리지 않을까요. 더욱 재밌는 것은 다수의 지질학자들이 인류세의 대표 화석으로 닭 뼈를 꼽고 있다는 것입니다. 공룡의 뼈가 중생대의 트라이아스기부터 백악기까지를 대표하는 화석인 것처럼 현 시대의 대표 화석은 닭 뼈란 이야기죠. 실제로 우리가 소비하는 닭의 양은 어마어마합니다. 1년에 600억 마리에 달한다고 하죠. 70억 세계 인구로 나누면 1인당 매년 8마리 반씩 먹는 분량입니다.
- 본문 202~20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