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난 사립박물관
[이 책은]
이 책은 저자가 전국의 작은 사립박물관을 돌아다니며 메모해 두었던 내용들을 모았다. 대규모 국립박물관이나 주목받는 사립박물관이 아니라 차를 타고 가다 우연히 만난 박물관을 기록했다.
작은 취미에서 시작된 수집이 어느덧 시간이 지나 박물관까지 이르게 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주변에서 ‘쓰레기’라는 소리까지 들어가며 소중히 간직해온 것들이 드디어 빛을 발하게 된 것이다.
무료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살며시 자신만의 보물을 간직한 사립박물관의 재미있고, 신기한 세계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책 속에서]
이곳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집도, 도시도, 해야 하는 일도… 무념무상이 되어 마냥 판화의 숨결에 숨어 넋 놓고 명상이 하고 싶어진다. 날씨 탓인가. 고즈넉한 산새와 마음의 안정을 주는 실바람. 거기에 역사의 숨결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판화의 작품들이 쉽게 발길을 떼지 못하게 한다.
― 치악산 명주사 고판화 박물관
짜이의 달달한 맛처럼 에듀 큐레이터의 상세하고 친절한 설명이 곁들어지면서 이곳에서 하룻밤 묵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즈넉한 풍경의 폐교에 싹튼 인도미술. 이곳에서 인도 전체의 풍경과 냄새를 맡을 수는 없겠지만 이곳을 펼쳐놓은 관장님과 에듀 큐레이터를 통해 인도의 정서가 충분히 전달된다.
― 영월 인도미술박물관
허도령이 탈 11개를 완성하고 12개째를 만들던 중 허도령을 사모하던 소녀가 문지방에 구멍을 뚫어 허도령이 작업하는 것을 보게 돼 “누구도 들여다보게 해선 안 된다”는 신의 금기가 깨어지는 순간 허도령이 그 자리에서 피를 토하며 죽었습니다. 그렇게 턱이 채 완성되지 않은 12번째 탈이 이매탈입니다. 탈들은 그 이후로 800년 동안 보존됐고, 12개 중 9개의 탈이 전승되고 있습니다.
― 하회동탈박물관
사립박물관 관장님들의 공통점은 아마도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이 아닐까 싶다. 이건 얼마짜리고, 얼마나 귀중한 것이며, 국보급이니 뭐니 하며 자랑하는 관장님은 없다. 전시품에 얽힌 이야기를 하실 때 보면 저절로 흥이 나 전시품의 손동작까지 따라한다. 어린왕자의 미소를 품고 끊임없이 동화 같은 이야기들을 꺼내신다.
-인사동 목인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