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잡이 1
조선의 노는 여느 것과 같지 않고 물고기의 지느러미 같다.
왜란을 이겨낸 조선 노잡이들의 삶과 애환.
괴물 같은 아귀힘, 소도 들어 올릴 팔힘, 전라좌수사의 승리 뒤엔 이들이 있었다. 귀선(龜船)의 노잡이들!
“나리... 제발... 귀선의 노잡이만 안 됩니다요. 분네를 찾게 격군을 하겠습니다. 이렇게 빌고 또 빌지 않습니까요.”
위대한 영웅만이 국난에서 나라를 지키는 것이 아니다.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아도 이름 모를 아랫것들은 항상 꿋꿋하게 삶과 터전을 지켜왔다. 영광은 한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리스 ‘살라미스 해전’에는 ‘테미스토클레스’라는 영웅이 있었다. 로마의 ‘악티움 해전’에는 ‘아그리파’가 있었다. 조선 임진왜란 해전에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전무후무한 해전을 펼친 ‘리순신 장군’이 있다. 그러나 그들의 배밑에서 가장 처절한 싸움을 벌인 노군(櫓軍)들의 이름은 아무도 모른다. 이들은 누구일까? 조선의 대표적인 배 판옥선은 말할 것도 없고 임진왜란의 해전에서 승리를 이끈 귀선(龜船, 거북선)의 어느 모형도를 봐도 노는 빠지지 않고 달려 있다. 전쟁의 승리 아래엔 수군의 엔진 역할을 한 이들이 있었음을 알아야 한다. 이들은 어느 어촌의 어민들이나 사공들이었을 것이다. 어느 나라 건 시대마다 천대 받는 직업이 있다. 사농공상이라고 조선시대에는 어민과 사공이 천대 받았다. 임진년 척박하고 황량할 수밖에 없었던 시기 이들의 삶과 애환을 그려본다.
‘노잡이’는 조선시대 몸서리치도록 참혹했던 임진왜란 당시 사공들의 얘기이다. 물론 소설 속 인물은 허구의 인물이다. 역사적 배경 또한 사공들과 정확히 맞물리는 것도 아니고 단지 소설적인 요소로 가지고 왔을 뿐이다. 실제 사공들(소설 속 노잡이들)이 임진왜란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전해진 게 없다. 한 마디로 상상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삶과 애환까지 가짜라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아뒀으면 좋겠다. 노잡이의 시대적 배경은 임진왜란이다. 우리는 임진왜란하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영웅들만 떠올린다. 그러나 뒷간에 숨어 목숨을 부지하던 사람도 있었을 것이고 조총의 총알받이가 된 평범한 의병일 수 도 있다. 아니면 조선의 군선 판옥선의 하찮은 노꾼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묵묵히 버텨왔던 그들이 있었기에 조선이라는 나라가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노잡이’는 이들의 삶을 소설적으로 풀은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독자들이 이 소설은 재미로 읽고 진짜로 제대로 된 역사서로 임진왜란에 대해 한 번 쯤 공부하길 바란다. 작가는 오랫동안 영화 시나리오 대본을 쓰던 사람이라 아주 많이 상상력을 동원했음을 알아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