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명사이자 인생 선배들이 살아오면서 가장 후회되는 일 한 가지를 고백한 책이다. 박경철, 김정운, 엄홍길, 안성기, 조영남, 김홍신, 조수미, 김창완, 정민, 승효상 등 모두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었다고 평가받는 이들의 이름을 보면, 얼핏 후회라는 단어가 이들의 사전에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하지만 실패했기 때문이 아니라, 인생을 돌아볼 줄 알기 때문에 후회하는 것이다.
문학, 음악, 연기, 연구, 정치 등 저자들이 활약한 분야가 다양한 만큼, 이들이 인생에서 후회하는 한 가지 역시 다양하다. 가난하던 젊은 날 아픈 친구에게 사주지 못했던 보신탕 한 그릇(전무송, 「보신탕 한 그릇」), 의대생 시절 몸이 안 좋다는 아버지의 말씀을 과로 탓으로 넘겼던 일(박경철, 「아버지의 건강검진」), 해외 학회에 참석할 때마다 후회되는 영어 공부(정민, 「영어 공부」), 평생 주도권을 빼앗긴 신혼 첫날밤의 폭음(승효상, 「폭음과 바꾼 신혼 첫날밤」), 피아노도 못 치면서 촬영했던 영화 「피아노 치는 대통령」(안성기, 「악기 하나 다룰 줄 알았더라면」), 아내와 아이를 저버리고 가정을 박차고 나온 일(조영남, 「이혼」)까지, 때로는 웃음을 지어내는 해프닝이 있고, 때로는 가슴을 저리게 만드는 슬픈 기억도 있다. 이런 50가지의 각기 다른 후회에도 공통점은 있다. 바로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치열하게 살아왔기에 가슴에 남아 있는 후회라는 것이다. 사랑하지 않은 인생, 기억하지 못하는 날들엔 후회 또한 남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의 인생 이야기를 들은 독자들은 자신이 지나온 길 또한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저자소개
1951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국문학과와 동대학원을 나와 「윤동주연구」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1975년 25세에 대학강의를 시작으로 28세에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를 지낸 후 1984년부터 연세대학교 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92년 10월 『즐거운 사라』필화사건으로 전격 구속되어 두 달 동안 수감생활을 한 후 95년 최종심에서 유죄가 확정되어 연세대에서 해직되고 98년 복직됐으나, 2000년 재임용탈락의 우여곡절 끝에 지금은 연세대학교 교수로 있다.
1977년 박두진 시인의 추천으로 문단에 데뷔한 이후 그는 시, 소설, 에세이, 평론 등 여러 장르를 아우르는 35권이 넘는 저서를 쏟아냈다. 89년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라는 에세이로 세간의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던 그는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꼬리표가 채 식기도 전에 소설 『즐거운 사라』가 외설스럽다는 이유로 표현의 자유를 구속당한다.
마광수는 분명 화제를 몰고 다니는 저자 중의 하나이다. 그의 긴 약력은 마광수의 글들이 얼마나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으며 동시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모았는가를 보여준다. '구속', '수감', 항소심' 등이 말이 등장하는 마광수의 이력은, 마치 무슨 민주화 운동가의 이력을 보는 듯할 만큼 극적이다. 그러나 문제는 마광수가 정작 자신은 자신을 '무슨 운동가'로 규정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물론 마광수가 자신을 규정하는 사회적 주류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마광수의 논리는 아주 단순하다. 자신은 자신의 하고싶은 말, 옳다고 생각한 말을 했을 뿐이고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한 자신은 처벌받을 일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마광수는 무슨무슨 운동과는 거리가 먼 전형적인 자유주의자로서의 면모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광수수의 글과 생각은 그것이 발표될 때마다 일종의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것은 마광수의 생각이 가지는 일종의 '솔직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마광수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나 체면에 관계없이 과감하게 발언한다. 이것의 그가 대중에게 호소력을 발휘하는 부분이기도 하고, 동시에는 많은 사람들에게서는 지탄을 받는 부분이기도 하다. 많은 작가들이 자신의 글로 인해서 옥고를 겪거나 했지만 마광수는 유난히 많은 문제를 겪었다. 재직하던 학교에서 해직되어서 시간 강사로 일하기도 했으면 재판정에 나가야만 하기도 했다.
그러나 마광수는 행복한 저자이기도 하다. 자신이 가르치던 제자들이 마광수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책을 써냈기 때문이다. (『마광수는 옳다』) 사회적 논란을 가져온 많은 저자들이 있었지만 그를 옹호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책을 내기까지 한 일은 없었다. 그런 점에서 마광수는 옹호자를 가진 행복한 저자이다.
마광수가 이름을 알린 것은 분명히 성에 대한 자유분방한 상상력과 거침없는 발언들이다. 그러나 그 주제가 중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마광수는 한국 사회가 가지는 '관용의 정신'이 어느정도인가를 시험하는 일종의 잣대이기 때문이다. 보통 음습한 곳에서만 이야기되던 개인의 성적 취향을 사회의 토론장으로 끌어들였다는 것이 마광수에 대한 비판의 주된 근거들이었기 때문이다. 최근에 들어서 마광수는 자신만의 주제와 글쓰기 스타일에 머무르는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그것은 주요한 논제가 아니라고 보여진다. 마광수는 아직도 자신의 생각을 수정할 생각이 없으며, 동시에 한국 사회 또한 마광수에 대한 비판을 멈출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소설을 쓸 때 문장에 가장 신경을 쓴다고 토로한다. 가장 친근감 있고 가벼운 문장이 되도록 애쓴다는 것이다. ‘성해방’과 ‘표현의 자유’를 뺀 ‘진보’란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라며 반문하는 그는 작가란 모름지기 ‘꿈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작가는 ‘상상의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마교수는 소설은 허구이기에 ‘그럴듯한 거짓말’임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또한 시나 소설에서만큼은 에세이나 평론과는 구성이나 문체상 거리를 가져야 한다고 설명한다. 교양주의나 교훈주의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창작이 살아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목차
1장 후회 없는 이별을 위하여
아버지의 건강검진 (박경철_ 의사·경제평론가)
어머니와 감나무 (박승_ 전 한국은행 총재)
보신탕 한 그릇 (전무송_ 배우)
그녀에게 말 걸지 못한 것 (이윤택_ 극작가·연출가)
왜 깨끗한 껌을 골랐을까 (김운경_ 드라마 작가)
단풍 든 암자의 그 모시잎떡 (구효서_ 소설가)
이혼 (조영남_ 가수)
셰르파 도르지의 죽음 (엄홍길_ 산악인)
떠나는 친구를 보내주지 못한 일 (김덕수_ 국악인·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이별 연습 (윤후명_ 소설가·시인)
2장 지금 하고픈 말을 그때 알았더라면
한마디 말 때문에 (박동규_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문학평론가)
장인의 보청기 (이원종_ 성균관대학교 석좌교수·전 충청북도 도지사)
월급봉투와 어머니 (문용린_ 서울대학교 교수·전 교육부장관)
일중독 딸 (최정임_ 정동극장 극장장)
아내의 학구열을 외면하다 (이만열_ 숙명여자대학교 명예교수·전 국사편찬위원장)
옳은 말만 하는 엄마 (김성녀_ 배우·국립창극단 예술감독)
너무 늦어버린…… 사랑합니다 (한경희_ 한경희생활과학 대표)
아들과의 연주 거절 (정경화_ 바이올리니스트)
스물아홉 홀어머니의 소원 (최백호_ 가수)
떠돌이 장남 (장사익_ 소리꾼)
3장 내 젊음을 가지고 무얼 했니
원양어선을 끝내 타지 못했다 (한승원_ 소설가)
첫 단체 해외여행 (김형경_ 소설가)
영어 공부 (정민_ 한양대학교 국문과 교수)
끝내 못 쓴 역사소설 (이이화_ 역사학자)
사춘기에 접은 가수의 꿈 (신율_ 명지대학교 교수·정치평론가)
한 해 일찍 학교에 들어간 일 (이정우_ 경북대학교 교수·경제학자)
죽음의 균과 보낸 15년의 청춘 (김명곤_ 배우·전 문화부장관)
고시공부 (강지원_ 변호사)
스물한 살의 결혼 (손숙_ 배우·전 환경부장관)
스무 살의 여행 (김홍탁_ 제일기획 마스터)
4장 살아온 날들 살아갈 날들
미처 다니지 못한 대학 (배한성_ 성우)
영어를 좀 알았더라면 (이호재_ 배우)
폭음과 바꾼 신혼 첫날밤 (승효상_ 건축가·이로재 대표)
광고출연 No! (오현경_ 배우)
시간의 여유 (김대진_ 피아니스트·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나만을 위한 읽기와 쓰기 (이지성_ 작가)
허송세월한 예과 2년 (김동규_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WBC 한·일 결승전 (김인식_ 야구 감독)
재앙 부른 과욕 (박명성_ 신시컴퍼니 대표)
발레를 얻고 친구를 잃다 (최태지_ 국립발레단 단장)
5장 후회, 내 인생에 안부를 묻다
고려대로 가주세요 (김정운_ 문화심리학자)
어릴 적 어떤 거짓말 (정이만_ 한화63시티 대표)
늘 못마땅했던 나 (김창완_ 가수)
악기 하나 다룰 줄 알았더라면 (안성기_ 배우)
위기 때 흔들린 마음 (공병호_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자만의 대가 (남경읍_ 뮤지컬배우)
결혼 그리고 결혼식 (마광수_ 작가·연세대학교 교수)
가족과 함께 못한 시간들 (조수미_ 성악가)
등굣길 어머니의 이슬털이 (이순원_ 소설가)
내가 숨 쉬는 한 그대는 ‘사사’ (김홍신_ 소설가·건국대학교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