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 없는 세상
열아홉살 소년을 주인공으로 한 제6회 문학동네 신인소설상 당선작!
주인공은 이제 막 수능을 치렀으나 대학 같은 데는 별로 가고 싶지 않고 꿈이 있다면 오직 여자친구 서영과 한번 하는 것뿐인, 피끓는 십대다. 지은이는 이 작품을 성장 없는 독특한 성장 소설, 동정(童貞/同情) 없는 우리 시대의 우화로 만들어 놓았다.
스물 전에 나를 임신한 것이 틀림없는 엄마는 헤어 디자인 연구소장으로, 집안에서 유일하게 경제능력을 갖춘 인물이다. 삼촌은 명문대 법대 출신이지만 직업은 백수고, 아빠는 없다. 이 정도의 가족 구성이면 주인공은 빗나가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그런 구도에서 벗어나 빗나가리라는 예상을 빗나가게 하면서 그 매력을 더한다. 언뜻 보면 이 소설은 주인공이 동정 딱지를 떼기까지의 해프닝들을 가벼운 투로 쉽게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주인공의 심리변화를 살펴보면 단순한 이야기에 그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주인공은 동정 딱지를 떼는 것으로 진짜 남자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이 동정을 떼고 싶어 안달하는 것은 단순히 성에 대한 호기심뿐만 아니라, 더 넓은 의미에서 성인의 세계로의 진입을 의미한다. 그런데 그가 동정(童貞)을 떼고 나서 맞게될 세상은 어쩌면 동정(同情) 없는 세상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정작 그렇게 바라던 동정을 떼는 순간 두려움을 느끼고 망설이게 된다.
이 소설은 한번 하자로 시작해서 한번 하자로 끝난다. 그런데 외관상 동일한 그 시작과 끝의 언어 사이에는 중요하게도 액센트의 차이가 있다. 시작과 종결의 두 지점 사이에는 소년의 변화가 발생해 있고 새로운 언어를 배우려는 소년의 전환이 개입해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성장한다는 것이 오히려 성인의 세계를 떠나는 일이라는 독특한 메시지를 담은 독특한 성장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