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기담
백 개의 촛불이 꺼지면 귀신이 찾아온다!
한밤중에 촛불을 끄며 읽는
때론 잔혹하고, 때론 슬픈 무서운 이야기들
생활 속에 자리 잡은 일본의 기담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생활 속에 기이한 이야기가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오랜 세월 이어진 기담들이 만화, 애니메이션, 드라마, 영화 등으로 재해석되어 많은 인기를 끌고 있으며, 백물어(百物語, 햐쿠모노가타리)라는 재미있는 풍습도 있다. 이것은 100명의 사람이 각각 촛불을 들고 기묘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모든 사람이 이야기를 마치고 100개의 촛불이 모두 꺼지면 귀신이 찾아온다고 여긴다.
이렇게 일본에서 기담이 자주 회자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역사상 내전이 오랫동안 계속됐기 때문에 죽음이 항상 가까이 있었으며, 죽은 영혼들이 모두 신이 된다는 독특한 종교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진, 태풍 등 불시에 찾아오는 자연재해의 영향도 빠뜨릴 수 없다. 이렇게 갑자기 찾아와 삶을 앗아 가는 존재들과 공존하며 역사를 발전시키면서 일본만의 독특한 이야기들이 탄생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기담과 비교했을 때 일본의 기묘한 이야기들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한국 기담은 혼령들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이 인과응보, 권선징악의 형식을 지닌다. 억울한 혼령들은 귀신이 돼서 사람들을 놀라게 하지만, 사건이 해결되면 원한을 풀고 사라지며, 이유 없는 화풀이를 하지도 않는다. 이에 비해 일본의 기담은 훨씬 잔혹하고 슬프다. 영혼이 직접 악령이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며, 때로는 살아 있는 사람이 원령으로 변하는 경우까지 있다. 착한 사람이라도 희생양이 될 수 있으며, 불행하게 죽음을 맞기도 하는 등 오히려 너무나 현실적이기까지 하다.
그런데 한국과 일본의 기담은 이렇게 다르지만, 또 비슷한 양상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그것은 한국과 일본, 중국이 교류하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이야기들을 발전시켰기 때문이다. 또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보는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코드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일본기담》에 수록된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생소하지만, 한편으로는 익숙하기도 하며,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결말을 보여 주기도 한다.
백 개의 촛불, 백 개의 이야기
《일본기담》은 일본인만이 이해할 수 있는 역사적 배경을 우리가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한국 작가와 일본 작가가 공동으로 서술한 것이 특징이다. 양국의 작가는 이 책에 수록될 보편적이고 기괴하며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함께 선택했으며, 그것을 우리가 이해하기 쉽게 풀어냈다.
이 책은 총 다섯 개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원한, 사랑, 요괴, 동물, 괴이가 그것이다. 각 장에는 주제어에 부합하는 기묘한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다. 그런데 옛날이야기의 특성상 사랑과 원한이 공존하는 것도 있고, 원한과 괴이가 공존하는 것도 있다. 이렇게 주제가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는 경우 최대한 하나의 주제에 가깝게 분류했으나, 그 주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이야기들을 통해 읽을 수 있는 우리네 인간의 삶일 것이다.
사람에 상처받고 죽어서 요괴가 된 사람들, 사랑에 복수하고자 스스로 괴물이 된 여인, 때론 인간을 속이고 또 때로는 은혜를 갚은 동물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일본 특유의 요괴들을 수록한 것은 물론이며, 계모와 의붓딸, 인간의 욕심 등 한중일, 나아가 서양까지 아우르는 인간사의 각종 클리셰들까지 이 한 권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