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 사람 속에서 찾은 사람의 길
? 오늘 우리는 왜 《논어》를 읽어야 하는가?
《논어》는 쉽고 현실적이며 무엇보다 마음으로 읽는 진보적인 책이다. 그러나 이 책 본연의 성격과는 달리 많은 사람들은 《논어》를 봉건 시대를 대표하는 고리타분하고 낡고 보수적인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오해는 대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이며, 오늘 우리가 《논어》를 다시 제대로 봐야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한국은 중국과 일본, 베트남과 함께 동아시아 문화권에 속하는 나라다. 그리고 예부터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공자의 사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컸다. 즉 공자의 사상, 곧 유교는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시대와 나라, 사회 계층을 막론하고 엄청난 영향을 미친 사상이었다. 때문에 공자 사상의 모든 것이 들어 있는 《논어》 역시 우리 삶의 모든 방식 속에 깊이 들어와 오늘에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근대 이후 서구 제국주의 열강의 침탈에 유교 문화권이 잠식되면서, 많은 사상가들은 그동안 우리를 지배해 온 공자의 사상에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 우리가 서구에 추월당하게 된 원인이 공자 사상의 경직성과 비효율성에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결국 유교는 낡고 비합리적이고 비생산적이라는 오명 아래 서구 문명과 가치관에 지배적인 자리를 내주어야 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공자의 사상을 폄하할지라도 현재 우리의 삶이 변함없이 그 영향 아래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오늘에도, 《논어》를 통해 공자가 강조한 삶의 덕목들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기본 윤리이자 이미 그 자체로 하나의 가치관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 사회의 기저를 이루는 사고방식이나 정서, 세계관을 객관적으로 검토하기 위해서는, 그것의 원형이라고 할 《논어》를 읽고 제대로 이해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다시 말해 지금의 우리를 좀 더 잘 알기 위해서라도 《논어》를 읽어야 된다는 뜻이다.
공자는 많은 이들의 생각처럼 앞뒤가 꽉 막힌 보수주의자도 아니었고, 유교의 대표적 병폐로 알려진 형식적 관료주의나 족벌주의를 제시한 바도 없다. 오히려 《논어》의 한 구절 한 구절 속에는 우리가 처한 현실적 문제들을 새롭게 인식하고 극복하게 할 수 있는 실마리가 제공되어 있다. 물론 《논어》가 개개인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키는 아니지만, 책을 읽으며 깊이 생각해 보는 가운데 삶의 여러 문제에 관한 나름의 통찰을 얻기에는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논어》, 참된 사람의 길을 좇다
《논어》는 이천오백 년의 시공을 초월해 공자의 지혜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은 공자의 어록을 모아 후대 사람들에 의해 편찬된 것일 뿐 공자가 직접 쓰지도 않았고, 한번에 한 책으로 만들어지지도 않았다. 자연히 《논어》에는 책 전체를 관통하는 일관성 있는 의도가 체계적으로 제시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논어》가 공자의 핵심 사상인 ‘인(仁)’을 주축으로, 근본적인 사람의 도리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논어》의 핵심을 이루는 인이란 대체 무엇일까.
그것은 한마디로 도덕적인 실천과 자각의 총체를 아우르는, 넓은 의미에서의 ‘애인(愛人)’, 즉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을 뜻한다. 인이라 불리는 이 사랑의 마음을 부모에게 돌리면 ‘효(孝)’가 되고, 연장자에게 돌리면 공경함, 즉 ‘제(悌)’가 되며, 자기가 맡은 일에 돌리면 성실함, 곧 ‘충(忠)’이 되고, 말과 행동에 돌리면 미더움, 곧 ‘신(信)’이 된다. 더구나 공자는 인이 사람의 마음속에 본래 갖추어져 있는 것이라서 반성적인 생각을 기울이면 어렵지 않게 찾아지는 일상의 가치라고 보았다. 하지만 매사 인을 유지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에, 공자는 인의 자각보다는 일상생활에서의 끊임없는 반성과 수양, 즉 인의 지속적인 실천을 강조했다.
공자가 무엇보다 인을 중요하게 여긴 이유는 마침내 인을 이룰 때만이, 나라를 지배하는 모든 행동 규범과 근본 원리인 ‘예(禮)’가 붕괴되어 미움과 싸움이 만연한 춘추 시대의 혼란이 종식되고, 인간이 인간다워지는 평화로운 세상이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모두가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며 서로의 처지를 헤아리고자 할 때, 누구 한 사람 소외 받는 이 없는 행복하고도 평등한 삶이 찾아온다. 그것이 바로 평화주의자이자 애민주의자였던 공자의 진짜 속내이자 그가 제시한 사람의 참된 도리였다.
공자는 누구보다 유연하고 합리적인 사고의 소유자였고, 내용 없이 형식만 강조하거나 혹은 형식 없이 내용만 강조하는 경직되고 편향된 삶의 태도는 지향하지 않았다. 《논어》의 곳곳에서 우리는 어려운 이들의 처지를 걱정하고, 사랑하던 제자의 죽음 앞에 목 놓아 울던, 사람 냄새 나는 한 성인(聖人)의 진솔함과 만나게 된다. 인간이 인간다워지기 위해 갖춰야 하는 태도들을 냉철히 직시하며, 그러나 무엇보다 따뜻한 시선으로 사람 속에서 사람의 길을 구하고자 한 공자야말로 시대를 크게 앞서간 선구자요, 우리 모두의 진정한 스승이다. 그리고 《논어》야말로 그런 그의 가르침을 가장 잘 보여 주는 빼어난 삶의 지침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