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바이어던 - 자유와 맞바꾼 절대 권력의 유혹
토마스 홉스, 시대의 혼란 속에 새로운 세상을 꿈꾸다
이른바 ‘암흑의 시대’로 불리는 중세의 유럽은 철저한 신분 질서에 바탕을 둔 봉건 사회였으며 무엇보다도 세상의 모든 것이 신과 교회를 중심으로 움직이던 시기였다. 사회의 각 분야에 걸쳐 교회의 영향력이란 실로 절대적이었고 고대부터 학문의 대명사로 불리던 철학은 ‘신학에 봉사하는 시녀’ 역할을 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홉스가 살았던 17세기 초 영국은 도시를 중심으로 상공업이 발달하며 자본주의가 태동하고 있었고 그에 따라 중세적 질서에 대한 저항이 시작되고 있었다. 권력의 실세이자 신분 질서의 상층이던 왕, 귀족, 대지주들과 새롭게 떠오르는 세력인 상공업 계층, 자영 농민들은 각기 자신의 이해관계를 두고 충돌해 사회적 갈등을 빚었고, 영국 국교회와 종교 개혁 분파 가운데 하나인 청교도, 가톨릭교도의 종교적 갈등 역시 심화되던 상태였다. 이렇듯 불안한 시대적 정황들로 인해 영국 사회는 반복되는 전쟁과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고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이 극심한 혼란기에 홉스는 새로운 질서, 새로운 국가를 꿈꾸며《리바이어던》을 썼다.
홉스는 자신의 사상이 모두 집약된 이 책에서 중세의 초월적 신앙이나 비합리적 세계관을 비판하고 전쟁과 혼란을 막을 수 있는 과학적인 이론을 제시하고자 했다. 그는 신이나 이성을 현실의 세계와 분리해 그것이 모든 것을 초월하는 절대 진리라고 주장하던 중세의 사상, 특히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과 신학을 결합한 스콜라 철학자들을 맹렬하게 비판하면서 경험에 근거한 지식과 인식, 그리고 법 앞의 평등이라는 근대적 논리를 제시했다. 무엇보다 개인의 안전과 평화를 보장하기 위해 국민 스스로가 서로 계약을 맺어 국가를 구성하고, 그 국가의 목적과 권력의 범위,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법으로 정해서 합리적인 정치 질서를 수립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근대 시민 국가의 사상적 기반이 된 사회계약론의 틀을 만들며 오늘날 그를 근대를 연 사상가로 손꼽게 만들었다.
《리바이어던》, 근대 국가론의 초석이 되다
《리바이어던》은 당대의 학자들을 비롯한 많은 이들에게 수많은 오해와 비판을 불러일으키며 논쟁거리가 되었던 책이다. 홉스 자신은 “언젠가 이 책이 완전한 주권의 행사를 통해 국민을 보호하고 교육하려는 주권자의 손에 들어가 쓸모 있게 이용되기를 희망한다.”라고 소망했지만, 그의 바람과는 달리 이 책은 출간 당시부터 영국을 포함한 유럽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던지며 금서로 지정당하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 무엇이 《리바이어던》을 이런 비판의 도마 위에 올려놓은 것일까?
우선 홉스는 당시 지식인 사회를 지배하던 스콜라 철학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스콜라 철학은 기독교 신앙과 그리스 형이상학을 결합해서, 인간을 움직이는 근원적인 힘이 선이나 정의처럼 추상적인 덕성, 또는 신의 전지전능함이나 신에 대한 신앙처럼 인간 외부의 어떤 원인에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홉스는 구체적 논거를 제시하며 그런 추상적인 이론들을 비판하고, 인간을 움직이는 근본적인 힘은 다름 아닌 욕망(욕구)이라고 주장했다. 생존의 욕망부터 지식에 대한 욕구까지 인간은 욕망하므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욕망을 실현하는 것이 물리적인 것이든 권력이든 다른 사람을 누를 수 있는 힘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홉스는 사람의 신체와 정신 능력은 어느 정도 비슷하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다른 이들 및 사물에 대한 권리를 동등하게 지닌 자연 상태는 그의 주장 중 가장 잘 알려진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가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자연 상태에서 모든 사람은 ‘서로가 서로에 대해 늑대’이므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은 그야말로 폭력에 의한 죽음의 공포를 불러온다. 그리고 인간이 폭력과 혼란 속에서 느끼는 이 공포야말로 인간이 평화를 유지하고 국가를 설립하는 심리적인 토대가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강력한 제재 없이는 사람들이 약속을 잘 지키지 않으므로 서로의 동의 아래 계약을 맺어 강제 집행이 가능한 공통의 권력을 구성한다. 바로 이것이 사회계약론의 시초이자 홉스가 인용한 구약성서 속 거대 괴물, ‘리바이어던’의 탄생이다. 즉 홉스의 리바이어던은 전쟁과 공포에서 벗어나 개인의 안전과 평화를 보장받기 위해 국민 스스로가 선택한 절대 권력을 의미한다.
또한 그는 스콜라 철학의 형이상학적인 인식론과 중세적 신분 질서가 내세웠던 태생적인 신분차별론을 정면에서 비판했다. 절대 왕권과 신분 질서에 매달리던 자들은 왕이 신으로부터 권력을 넘겨받았다는 왕권신수설을 부정하는 홉스를 무신론자라고 비난했고, 왕권을 부정하는 자들은 홉스를 절대 왕권의 옹호자라며 비난했기에, 그의 이런 구상은 당대의 어느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가 제시한, 개인과 개인의 계약을 기반으로 한 이 새로운 국가론야말로 얼마 지나지 않아 많은 사람들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며 근대 시민 국가를 탄생시키는 사상적 기초가 되었다. 홉스를 이어 로크와 루소 등에 의해 발전된 사회계약론은 프랑스 혁명의 불씨가 되었고 모든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평등하다는 천부인권설의 모태가 되었다. 그러므로 《리바이어던》은 근대 시민 사회의 성립 과정과 정부 구성의 원리를 제공해 주는 근대적 국가론의 초석이 된 대표적 고전이다.
《리바이어던, 자유와 맞바꾼 절대 권력의 유혹》, 홉스 사상의 진면목을 만나다
《리바이어던》은 홉스가 평생에 걸쳐 연구한 모든 인식론, 사회론, 과학 이론이 집약적으로 담긴 저작이다. 그러나 이 책은 오늘날과는 용법이 서로 다른 모호한 개념어들이 곳곳에 등장하고 내용 자체도 쉽지 않을 뿐더러 분량의 부담까지 있어 선뜻 읽어 내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는《리바이어던》은 대다수 국내 번역이 1부와 2부에만 치우쳐 있을 뿐 그 완역본조차 없기에 홉스 사상 전부를 돌아보기에 부족한 면이 있었다.
풀빛 청소년 철학창고 18 《리바이어던, 자유와 맞바꾼 절대 권력의 유혹》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보완해 출간했다. 까다로운 원문을 청소년들이 제대로 파악할 수 있도록 본래의 의미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쉽게 풀어썼고 홉스의 핵심 사상을 파악할 수 있게 각 부와 장에 도입을 넣었다. 이와 더불어 홉스의 생애를 상세히 살피고 그의 주요 이론들을 훑어보는 해설을 수록함으로써 그가 남긴 학문적 성과와 그것이 후대에 미친 영향을 돌아볼 수 있게 했다. 청소년 철학창고 《리바이어던, 자유와 맞바꾼 절대 권력의 유혹》을 통해 홉스가 남긴 근대 국가 이론의 실체에 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