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진저맨

진저맨

저자
J. P. 돈리비
출판사
작가정신
출판일
2013-10-19
등록일
2014-02-25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0
공급사
북큐브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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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위대한 개츠비』의 ‘개츠비’와 『달려라 토끼』의 ‘래빗’ 사이

전후의 불안과 허무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문제적 인물, 진저맨




세계문학사상 최고의 문제작이자 J.P. 돈리비(J.P. Donleavy) 최고의 걸작 『진저맨The Ginger Man』이 국내 최고의 번역가 김석희와 만나 국내에서 처음으로 소개된다. 이 작품은 상스럽고 우스꽝스러운 반영웅적 인물 시배스천 데인저필드(진저맨, ‘생강색 머리의 남자’라는 뜻)를 등장시킨 활기 넘치는 소설로, 출간과 동시에 큰 반향을 일으키며 논란의 중심에 놓였다. 그 이유는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서술이 때로는 당혹스럽고 난삽해서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신성 모독적이고 음란한 내용, 비속한 표현, 초도덕성 때문이었다. 그러나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고 수백 가지 판본으로 5천만 부 이상이 팔리면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처음에는 선정적인 내용으로 저평가되었지만, 이후 이 작품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새로운 의미들이 밝혀졌고, 《모던 라이브러리》 20세기 100대 영문학으로 선정되면서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

“최고의 악한 소설”, “코믹하고 불결하고 감동적인, 당대 최고의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은 이 소설은 독특한 서술 기법과 기존 문학계의 잣대로는 도저히 규정지을 수 없는 전대미문의 문제적 인물 시배시천 때문에 평론가들 사이에 일관된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작품이기도 하다. 제임스 조이스를 연상시키는 내적 독백과 독특한 서술기법, 헨리 밀러의 시적인 문체, 사뮈엘 베케트의 부조리한 유머, 라블레적인 즉흥성과 쾌활함을 모두 담고 있으면서도, 어떤 기성 작가의 작품도 닮지 않은 독창성을 지니고 있다.

옮긴이는 작품 해설에서 “돈리비는 돈리비 외에 누구도 아니다”라고 했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 시배스천 또한 이제까지 본 적 없는, 세계문학사에서 유일무이한 인물이다. 그의 사전엔 눈치나 배려, 신뢰, 책임감 따위는 없다. 그의 삶은 오로지 여인의 육체를 탐하는 기쁨, 섹스의 기쁨, 술의 기쁨, 그를 아끼는 소수의 사람들과 나누는 우정의 기쁨 등 몇 가지 쾌락을 중심으로 돌아갈 뿐이다. 이 작품은 모두 31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시배스천과 그의 아내, 친구들, 연인들이 등장한다. 시배스천은 아일랜드 더블린의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법학을 전공하는 스물일곱 살의 청년으로 아내 메리언과 딸 펠리시티와 함께 살아간다. 집안의 가장이지만 가정을 돌보는 데 무책임하고, 변호사가 되는 것이 꿈이지만 공부는 뒷전인 데다, 술 마시고 여자를 유혹하는 데만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 어떤 것에도 구애받고 싶지 않다지만 자유를 갈망하는 것도 아닌, 기존 질서와 관념을 교란시키지만 사회적 저항도 아닌, 불결하고 불량하지만 품위를 강조하는, 거칠고 방종한 행동 이면에 당당하고 아름다운 비애가 흐르는 시배스천. 그에 대한 정의는 어떤 말로도 도저히 설명 불가능하다는 자가당착적인 설명으로만 가능하다. 이러한 모순과 혼돈 자체가 바로 시배스천이고, 그와 그 친구들이 속해 있는 청춘이고, 나아가 모든 사람이 한 번쯤 겪었을, 혹은 지금도 진행 중인 청년기적 열병이라는 부연 설명 정도가 가능할까.

돈리비는 시배스천을 통해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불안과 허무 의식이 팽배하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주의와 자본주의가 보편적 이상으로 부상한 과도기적 시대에 직면한 한 개인의 초상을 탁월하게 그려냈다. 20세기 영문학 가운데 가장 독창적인 소설 『진저맨』은 뛰어난 유머와 위트, 부조리한 삶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 밀도 높은 문학적 감수성으로 출간된 지 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세상의 열혈 독자들에게 뜨거운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하나의 신화로 자리 잡고 있다.





세계문학사상 전무후무한 인물을 창조한 소설! 국내 첫 번역!

20세기 영문학의 지형을 새롭게 창조한 J.P. 돈리비 최고의 걸작!




세계문학사상 최고의 문제작이자 J.P. 돈리비 최고의 걸작 『진저맨』은 상스럽고 우스꽝스러운 안티히어로 시배스천 데인저필드를 등장시킨 활기 넘치는 소설이다. 1955년에 발표된 이 소설은 “이례적일 만큼 훌륭하고 풍성하며 잘 단련된 통찰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주의 깊고 유연한 산문체로 이루어져 있고, W.B. 예이츠와 앤드루 마벨, 존 던, 제프리 초서 같은 위대한 작가들과 같은 반열에 놓아도 될 만큼 유려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무명의 아일랜드계 미국 청년이었던 돈리비는 이 소설을 통해 하룻밤 사이에 “같은 세대의 어떤 작가보다 뛰어난” 존재로 급부상했다. 이 작품은 커다란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수백 가지 판본으로 간행되었으며, 전 세계적으로 5천만 부가 넘게 팔리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한때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아일랜드와 미국에서 판매 금지를 당하기도 했지만,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해 오늘날 20세기 영문학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도로시 파커는 이 작품을 “최고의 악한 소설”이라 칭했고, V.S. 나이폴은 “코믹하고 불결하며 감동적이다. 당대 작품 중 최고의 작품이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평론가들은 제임스 조이스를 연상시키는 내적 독백과 독특한 서술기법, 헨리 밀러의 시적인 문체, 사뮈엘 베케트의 부조리한 유머, 라블레적인 즉흥성과 쾌활함 등으로 이 작품을 규정했다. 그러나 『진저맨』은 이 모든 것을 담고 있으면서도 그 어떤 기성 작가의 작품과도 닮지 않았다. 그것이 바로 이 작품이 가진 문학적 독창성이자 의미의 다성성이다. 따라서 이 작품은 “어떻게도 분류할 수 없는 문학작품”이라고 힘겹게 분류해볼 수 있을 것이다.

20세기 영문학 가운데 가장 독창적인 소설 『진저맨』은 뛰어난 유머와 위트, 부조리한 삶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 밀도 높은 문학적 감수성으로 출간된 지 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세상의 열혈 독자들에게 뜨거운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하나의 신화로 자리 잡고 있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아무 책임도 지지 않고,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은 채,

오로지 쾌락만을 향해 돌진하는 전대미문의 문제적 인물 탄생!




사회 부적응자, 루저, 인간 말종, 고삐 풀린 망아지……. 모두 ‘진저맨’이라는 이름 앞에 붙일 수 있는 수식어다. 또한, 진저맨은 『위대한 개츠비』의 개츠비가 가진 유쾌함과 방종,『호밀밭의 파수꾼』의 홀든 코울필드가 가진 염세적인 냉소와 『달려라 래빗』의 토끼 같은 현실 도주와 일탈, 트릭스터의 간계와 속임수, 안티히어로의 무능함을 닮았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는 이 모두를 닮았으나 그 누구도 닮지 않은 인물이다. 그래서 실재감을 가지는 동시에 독보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옮긴이는 작품 해설에서 “돈리비는 돈리비 외에 누구도 아니다”라고 했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 진저맨 또한 이제까지 본 적 없는, 세계문학사에서 유일무이한 인물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스물일곱 살의 청년 시배스천 데인저필드는 트리니티 칼리지의 법대생으로 아내 매리언과 딸 펠리시티와 함께 더블린에서 살고 있다. 그는 가정을 돌보는 데 무신경하고, 오직 술과 여자에만 빠져 있다. 생활고를 푸념하는 아내에게는 성서 구절을 변용해 “빛이 있으라 하니까 빛이 탁 생기고. 전기가 있으라 하면 전기가 있”다고 응수한다. 가난하고 만만한 친구에게서 술값을 털어내고, 돈을 갚으라는 닦달에는 “유쾌한 이야기만 해”라고 대답하며 딴청을 피운다. 계약 기간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집세가 밀렸는데도 현재 살고 있지 않는다는 이유로 당당하게 내지 않는다. 법대생 진저맨은 아니러니하게도 어떻게 하면 법의 사각지대로 제대로 달아날 수 있을까를 궁리한다. 그의 사전엔 눈치나 배려, 신뢰, 책임감 따위는 없다. 그의 삶은 오로지 여인의 육체를 탐하는 기쁨, 섹스의 기쁨, 술의 기쁨, 우정의 기쁨 등 몇 가지 쾌락을 중심으로 돌아갈 뿐이다.

시배스천의 행동들을 열거해보면 아무래도 불쾌하기 짝이 없다. 수많은 상점 주인과 술집 주인들을 속이고, 세간은 전부 전당포에 맡겨 세든 집을 망가뜨리고, 술집에서 난동을 부리고, 자전거를 훔치고, 아무 거리낌 없이 여러 여자들과 잠자리를 하고, (아마도) 사랑하는 여자를 두들겨 패기도 한다. 하지만 오만방자하고 시건방진 그에게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봤자 우리의 시배스천은 그 사이 지나가는 여자의 각선미나 훑을 게 뻔하다. 영 들어먹질 않으니 애써 그를 교화하기 위해 소중한 정신적 에너지를 소모할 필요는 없다. 그런데 어쩐지 신나게 취하고, 뜨겁게 연애하고, 가끔 그럴듯하게 형이상학적인 시구를 중얼거리는 그가 때로는 부럽기도 하다. 그는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사람이 꼭 뭔가 하고 싶은 게 있어야 하나? 그건 누가 정한 건가?’ 신의 특명도 아니라면, 인간이 정한 사회적 관습과 법적 제도 따윈 신경 쓰고 싶지도 않은 거다. 시배스천에 따르면, 잘못을 한 뒤엔 신의 자비를 구하면 될 일이다. 용서란 죄를 지은 다음에 써먹으라고 있는 게 아닌가? 자잘한 죄를 모아 한꺼번에 연말 정산하듯이 참회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그는 분명 지금껏 본 적 없는, 세계문학사상 전무후무한 인물이지만 우리로 하여금 어쩔 수 없는 공감과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스스로 “난 나쁜 놈이야”라고 거침없이 내뱉곤 매력적인 미소를 짓는 마성의 남자. 진저맨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아무 책임도 지지 않고,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으려 한다. 그 무엇에도 구애받고 싶지 않지만, 그렇다고 진정한 자유를 갈망하는 것도 아니다. 이도 저도 아닌, 실로 무기력하고 흐리터분한 사내다. 고삐 풀린 망아지같이 거칠고 방종한 행동 이면에는 존재에 대한 고뇌와 비애감이 흐른다. 전후 시대의 허무와 불안의 그림자와 작가 자신의 독창적인 이력으로 빚어낸 전대미문의 안티히어로가 탄생한 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혹은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인 ‘청년기적 열병’이 우리 심장 한구석에는 분명히 자리하고 있을 것이며, 이는 곧 보편적인 공감의 원천이 된다.





전후의 불안과 허무, 그리고 부조리한 세계에서

개인이 느끼는 절망과 소외감, 무기력함을 적나라하게 그려낸 작품!




돈리비는 진저맨과 마찬가지로 아일랜드계 미국인이었고, 미국 해군에 들어갔으며 제대군인 장학금을 받아 트리니티 칼리지를 다녔다. 1994년 『진저맨』의 탄생 비화를 다룬『진저맨의 역사』라는 책까지 낸 것을 보면 진저맨과 그는 영원히 결부될 운명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작가는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이 인물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한 것일까.

인류를 한순간에 파멸시킨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인간은 충격과 공포와 함께 걷잡을 수 없는 무력함과 허무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이제 과거는 현재와 단절되었고 미래는 점점 더 예측할 수 없어졌다. 이 작품에서 시배스천이 자주 무기력해지고 뚜렷한 인생의 목표나 가치도 기준도 없이 흐리터분한 삶을 살아가는 것도, 제아무리 거칠고 방종한 삶을 살아가는 그라고 해도 전후의 불안과 허무를 오롯이 겪어낼 수밖에 없는 시대 속의 한 개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에게 의미 있는 것은 찬란했던 어제도, 장밋빛 미래도 아닌 다만 바로 지금 이 순간뿐이다. 시배스천의 삶이 쾌락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이유도 어쩌면 이와 같을 것이다. 찰나의 쾌락만이 그나마 자신이 가장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나아가 소설 전반에 깔린 기존 사회 체제에 대한 적대감이나 그에 따른 자조적인 허무감은 적극적인 의미에서의 사회적 저항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문학의 경향 가운데 하나인 ‘비트운동’이나 ‘성난 젊은이’로 분류할 수도 없다. 술과 여자에 빠져 사는 그가 진정한 자아와 자유를 발견하려는 진지함과 낭만을 갖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1950년대에 미국식 자유주의와 시장 경제 체제는 보편적 이상으로서 헤게모니를 형성했고, 이에 따라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대량폐기 체제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었다. 그는 일견 기성세대와 자본주의적 가치에 대해 조롱하는 듯하면서도, 유산 상속에 의지하고 자살한 줄 알았던 친구가 벼락부자가 된 것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는, 자본주의에 잠식당한 인물이기도 하다. 시배스천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게 된 미국에 대한 반감을 끊임없이 드러내고 있다. 그는 “미국인은 훌륭하고 살찐 국민이다”라는 경외감 섞인 조롱을 내뱉다가도 “큰 나라 미국. 세상 어디에도 그렇게 어마어마한 부를 가진 나라는 없어”라고 감탄한다. 작가는 때로 시배스천의 친구 오키프의 입을 빌려 “여기는 미국이고, 우리는 세계에서 제일 높은 생산력을 갖고, 세계에서 제일 많은 물건을 팔고, 세계에서 제일 많은 물건을 제조하고, 나머지 세계 전체와 싸워도 이기고, 나머지 세계를 쥐어짜고 착취한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또 굶주림과 빈곤의 치욕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고는, 사회 전체가 자신을 가난 속에 가두기 위해 존재한다며 자신을 둘러싼 음모가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유토피아적 세상에 대한 좌절과 분노는 술집에서 부리는 행패로 표출되는데, 자신이 부린 난동에 관한 신문 기사를 본 그는 “중상모략”이라고 일축한다. 문제를 해결할 합리적 방안은 고사하고 곤란한 상황을 회피하는 데만 급급한 것이다.

약육강식과 승자독식의 사회 구조는 권력의 중심에서 벗어난 이들에게는 다시 일어서거나, 아예 시작할 기회조차 박탈한다. 시배스천을 비롯한 그의 친구들의 청춘은 황금만능주의에 가려져 그늘지고 음울할 수밖에 없다. 그들이 무기력하고 나태하면서도, 구제할 길 없고 흐리터분한 이유일 것이다.





마음껏 방황하고 마음껏 아파하고 마음껏 사랑하라,

젊은이들에게 바치는 발칙하고 유쾌한 청춘 광시곡!




방황은 청춘의 특권이라는 말도 이제는 옛말이 되었다. 오늘의 젊은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방황하기를, 무너지기를, 아파하기를 두려한다. 그들은 그저 남들 정도의 스펙과 훌륭하지 않더라도 안정적인 궤도의 삶을 살길 바랄 뿐이다. 진저맨 역시 가진 것 없고, 이룬 것 없는 청춘 군단의 일원이다. 그 좋아하는 술조차 맘껏 먹지 못하고 냉수밖에 안 나오는 집에서 살 정도로 궁핍한 데다 기댈 구석이라고는 언제가 될지, 또 얼마가 될지도 모를 아버지의 유산뿐이니 말이다. 거창한 신념이나 뚜렷한 자기 주관도 없지만, 그렇다고 쉽게 현실에 타협하거나 기존 체제에 복종하지도 않는다. 그는 “싸워야 해. 싸우지 않고 그냥 죽는 동물은 멸종동물이야”라고 말하며, 외부적인 조건과 제약에서 벗어나 오로지 자기 자신 그 자체로 살기 위해 애쓴다. 이런 의미에서 그는 어쩌면 의식하지 않았더라도,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비록 시배스천이 사회 부적응자에 소위 말하는 ‘루저’의 모습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착실하게 스펙을 쌓으면서 수동적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청춘보다는 활력 있는 인물로 그려지는 이유일 것이다.

시배스천에게도 미약하게나마 (비록 여자를 꼬일 때에만 발휘될지라도) 열정과 (술값을 뜯어낼 때에만 피력되는) 의지가 있다. 어쩌면 거창한 인생의 목표나 비전은 무한경쟁 체제에 기초한 자본주의 사회가 획책하는 음모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에 무관심한, 혹은 반하려는 개인의 의지 또한 한 사회에서 존중될 필요가 있다. 시배스천에게 인생의 유일한 목표가 있다면 그것은 ‘사랑’일 것이다. 그는 “나에게 있는 것은 오직 사랑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사랑을 외치는 그에게 돌아오는 것은 “모욕과 조롱”뿐이다. 사회 관습적·기독교적 관점에서 간통은 금기시되고 죄악시된다. 하지만 그에게 사랑은 이 모든 관습과 금기와 죄악을 넘어서는 절대적인 무엇이다. 나아가 삶의 목적이고 이유이자 절대적인 신이고 자기 자신 그 자체로 보인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식 존재 증명을 그는 사랑을 통해 이룬다.

그는 특히 교제한 여자들 중 미스 프로스트에게 감동하는데, 그녀가 아무 조건 없이 사랑을 베풀어주는 ‘성녀’와 같은 이미지를 가졌기 때문이다. 설령 그것이 종교적 희생과 봉사에서 비롯된 것일지라도, 혹은 금세 사라져버릴 신기루 같은 사랑일지라도 세바스찬은 그녀와의 정사를 통해 안도하고 휴식을 취하며 유일하게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시배스천에게 있어 사랑이란 “불쾌한 욕망”이고, 인간에 대한 자비심이며, 자신만의 안식처다. 하지만 그가 말한 대로 “모든 것은 변하게 마련”이기 때문에 그 사랑 또한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는다. 그는 또 다른 연인 메리와 아이를 가질 계획까지 세우지만, 금세 가장 그다운 방식으로 아이가 생기는 건 신의 노여움을 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더욱 그다운 방식이라면 얼마 안 있어 메리와 헤어지고 다른 여자를 찾아나서는 것일 테다. 어쩌면 그가 원하는것은 진정한 사랑 그 자체가 아니라, 사랑을 찾는 행위 자체이므로. 이러한 이율배반적인 모습과 불가사의한 탄력성을 지닌 인물이 바로 시베스천이다. 청춘을 모순과 혼돈 그 자체라고 파악할 때 시베스천은 이 명제에 가장 부합되는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사소한 말다툼 끝에 메리를 흠씻 두들겨팬 뒤 다시 만나 “진정한 내 사랑”이라고 속삭이는 시배스천. 그러고는 어김없이 “15파운드를 가져와”라고 덧붙인다. 이쯤 되니 역시 ‘진저맨은 진저맨 이외의 그 누구도 아니다’는 생각과 함께 떠오르는 책 속 한 구절. “진저맨에게 신의 자비가 있기를.”





주요 내용



아일랜드 더블린의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법학을 전공하는 스물일곱 살의 미국인 시배스천. 그는 영국 해군 제독의 딸인 매리언과 결혼해 딸 펠리시티를 낳고 이곳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의 꿈은 변호사가 되어 많은 돈을 버는 것이지만 막상 공부는 하는 법이 없고, 오히려 여자를 유혹하는 데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 집 안 물건을 전당잡히든, 가난뱅이 친구에게서 돈을 꾸든, 물건을 훔치든 어떤 수를 써서라도 돈을 마련해 술을 마시는 데 아낌없이 써버린다. 코앞에서 전차가 달리는 궁벽한 집은 가스도 안 나오고 온수도 안 나오고 변기는 고장 나고 지붕에서는 물이 새는데, 술에 취하면 폭언을 하고 물건을 집어던지고 아내를 때리는 시배스천의 술버릇은 집 안을 점점 더 난장판으로 만든다.

집을 나간 매리언의 행적을 추적하던 그는 매리언이 부유한 시배스천의 부모가 부쳐준 돈으로 번듯한 집을 얻어 살고 있는 것을 보고는 짐짓 용서를 빌며 그 집에 기어들어간다. 하지만 여전히 폭음을 하고, 지나가는 여자들에게 추파를 던지고, 세탁소에서 일하는 상냥한 크리스를 꼬여 밀회를 즐긴다. 자기에게 술을 팔지 않으려 했다는 이유로 술집에서 난동을 부리다가 경찰과 추격전을 벌이고, 돌아와서는 아무렇지 않게 매리언과 자고, 파티에서 우연히 만난(뚱뚱해서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 메리를 꼬여내 그녀의 집 헛간에서 관계를 갖는다. 어느 날 매리언이 아기를 데리고 또다시 집을 나가자, 이번에는 집에 세 들어 사는 연상의 여인 미스 프로스트의 동정심을 자극하며 그녀를 유혹한다. 조금씩 돈을 얻어 쓰며 함께 영국에 가자고 설득해보지만, 완고한 가톨릭교도인 그녀는 간통을 저질렀다는 사실에 대한 죄책감에 빠져든다. 예전에 살던 집주인이 계속 찾아와 기물 파손과 밀린 월세를 내라고 하고(시배스천은 계속 집에 아무도 없는 척 연기한다), 사방에서 날아든 빚 상환을 독촉하는 청구서들은 쌓여만 가고, 그의 여성 편력과 술버릇이 온 동네에 소문난다. 마침 함께 떠나자는 말을 믿은 메리가 그에게 돈을 부쳐오자, 그 돈을 가지고 영국으로 향한다.

새롭게 정착한 곳에서 아버지의 임종 소식을 들은 그는 유산을 기대하며 잔뜩 들뜬다. 친구들과 함께 캥거루 탈을 쓰고 술집에 가서 술을 퍼마시고 호기롭게 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그러던 중 아버지의 유산은 신탁재단에 맡겨져 20년 후부터 6,000달러씩 분할 지급될 것이라는 소식이 날아들고, 메리는 다시 난폭해진 시배스천을 견디지 못하고 떠나버린다. 그런데 그가 완전히 망가져버린 순간, 바다에 몸을 던져 자살했다던 친구 퍼시가 부자가 되어 나타나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퍼시의 옷을 빌려 입은 시배스천은 또다시 근사한 신사가 되어 크리스마스 파티에 참석하고 배우가 된 메리와 재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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