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의 힘
신뢰의 도덕적 토대
이 책 『신뢰의 힘-신뢰의 도덕적 토대』는 우리가 낯선 사람들을 왜 믿는지, 그런 믿음이 중요한 이유를 설명하고자 하는 책이다. 메릴랜드 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에릭 M. 우슬러너는 미국 의회 내에서 서로 다른 당 소속 의원들 간에 상호 기본적인 예절조차 지켜지지 않는 이유가 그들 사이에 아무런 믿음이 없는 상황 때문이라고 결론내리고 신뢰 개념에 대해 통찰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종합시계열자료와 여러 시장경제체제의 횡단면 자료를 바탕으로 그는 신뢰란 개인적 경험, 혹은 시민단체나 비공식적인 사교활동을 통한 상호작용에 의존하지 않는 도덕적 가치라고 주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장기간을 거쳐도 쉽게 깨지거나 변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저자가 풀어 나가는 신뢰란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는 개념인 ‘이미 알고 있는 지인들에 대한 믿음’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이러한 전략적 신뢰를 뛰어넘는 일반적 신뢰, 즉 ‘낯선 타인에 대한 믿음’을 말한다. 그들과의 느슨한 유대를 만들어주는 일반적 신뢰란 낙관적 세계관에 의존하는데, 앞으로는 지난날보다 모든 상황이 좋아질 것이며, 내 삶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고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시민생활에 기꺼이 참여한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이것은 저절로 획득되는 것이 아니어서 어려서는 부모로부터,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는 사회생활을 통해 배우게 되는 진리이다. 낯선 타인을 신뢰하는 사람들은 자선활동과 봉사활동에 나설 가능성이 더 높고, 차별을 당하는 집단의 권리를 지지할 가능성도 더 높다는 점을 조사분석을 통해 밝혀낸다.
한발 더 나아가 저자는 민주주의 나라 수십 개국의 자료를 조사분석 후 그들의 민주화와 신뢰와의 관계. 국민들이 서로를 신뢰하는 나라일수록 부유층에서 빈곤층으로 더 많은 자원이 재분배되고, 그런 나라의 정부일수록 더욱 효율적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분석 조사한 바로는 지난 30여 년 동안 미국 사회는 신뢰가 감소했다. 우슬러너는 이를 낙관론의 쇠퇴와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에서 비롯된 현상이라고 결론짓는다.
우리를 하나의 공동체로 묶어주는 기제, 신뢰
신뢰는 사회생활의 보양식이다. 신뢰는 개인적 조건에 행복감을 느끼고 자신이 속한 공동체와 기꺼이 관계 맺기를 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즐거운 일상생활 같은 여러 긍정적인 결과를 낳는다. 이러한 낙관적인 세계관은 신뢰와 동일한 개념이 아니라 신뢰의 도덕적 토대가 되는 것으로, 설령 자신과 의견이 다르고 전혀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과의 갈등해소에 도움이 된다. 협조와 타협은 사람들 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존중할 때만 꽃피울 수 있다. 즉 신뢰 결과 협조적인 분위기 조성이라는 엄청난 선물이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신뢰 지향적인 사회는 차별을 혐오하는 사회, 즉 관용적인 사회이다.
가족, 이웃, 노숙자, 길거리 빈민 등을 돕는 개인적 선행은 신뢰와는 아무 상관관계가 없다. 비공식적으로 남을 돕는 행위에는 당사자의 개인적 경험이 반영된 것뿐이다. 반면 일반적 신뢰를 고수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모르는 사람들, 앞으로 만날 가능성이 희박한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시간이나 돈을 투자함으로써 이 사회를 좀더 따뜻하고 편한 사회로 이끄는 원동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