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날다
일제강점기, 태평양전쟁, 한국전쟁, 격동의 70~80년대…
질곡의 한국 근현대사를 온몸으로 살아온 한 조종사의 삶의 기록
2015년 8월 15일은 분단 70주년이자 동시에 광복 70주년이 되는 날이다. 불과 70년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은 일제강점기의 식민지통치하에 있었고, 곧이어 동족상잔의 비극을 맞았다. 지금은 전쟁의 잔재를 흔적도 찾아볼 수 없게 되었지만, 아직도 당시의 아픔을 고스란히 껴안은 채 나라의 발전을 지켜온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공존하고 있다. 이 책은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태평양전쟁, 한국전쟁에 참전하고 이후 공군 조종사로서 격변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살아온 공군 최초 제트기 조종사 권성근 장군의 회고록이다.
저자는 열다섯 살에 조종사가 되기 위해 처음 일본행 연락선에 올랐을 때부터, 공군소장으로 전역하고 퇴역 군인으로서 삶을 살기까지의 일대기를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다. 1926년 경북 영천에서 4남 1녀 중 차남으로 태어나 올해 구순(90세)의 노병이 된 그는 살아 있는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거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삶과 죽음을 넘나들며 삶을 유지해온 공군 역사의 산 증인이다.
그는 일제의 억압 속에서 강제 징집될 상황에 처하자 스스로 항공병에 지원해 일본에서 조종술을 익혔다. 이후 태평양전쟁의 특공대로 차출되었으나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고, 광복 직후에는 잠시 교직생활을 하다 공군 4기생으로 투신했다. 대한민국 공군본부 작전과장, 작전국장, 초대 공군 군수사령관과 작전사령관 등을 역임한 그는 5·16 당시 직접 상공에 비행편대를 띄워 항공지원을 지휘했고, 북한 간첩단의 청와대 습격 사건인 1·21사태 당시에는 한 달 내내 벙커에 들어가 북에 대한 보복작전을 준비했다. 공군 근대화를 위해 미국을 세 번이나 다녀왔고, 한국 최초로 제트기를 도입하는 데 지대한 공을 세웠다. 공군 말기에는 판문점 정전회담 수석대표가 되어 북 대표단과 협상을 진행했으며, 1970년 공군소장으로 전역했다. 그 후로도 한국요업센터 사장, 중앙투자금융 감사 등을 거쳐 보라매 회장을 역임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