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헤겔을 읽다
삶으로서의 철학 ─ 다시, 헤겔 읽기
헤겔은 ‘진리는 전체이다’라고 말한다. 이는 진리는 우리의 삶 전체와 분리되어 또 다른 어떤 곳에 있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우리의 삶 전체가 진리임을 의미한다. 헤겔은 『정신현상학』을 통해 세계사의 의미가 무엇인지 진리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사는 것이 성숙한 인간의 삶인지를 보여주려 했다. 이는 한 위대한 철학자가 그의 삶 전체를 관통하며 탐구한 진리에의 추구가 결국 참된 현실은 무엇이며 또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탐색하고 모색했던 지난한 여정이었음을 의미한다.
『정신현상학』에 대한 간략한 고찰인 이 책을 통해 우리는 헤겔이 보았던 이성적 세계, 그리고 그가 생각했던 철학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알게 될 것이다. 세계는 지금도 분쟁과 혼란 속에 빠져 있다. 세계사를 돌이켜 보면 더욱 그렇다. 이렇게 볼 때 인간의 역사는 야만의 역사이다. 하지만 이것이 역사의 모습 전부는 아닐 것이다.
헤겔이 말하듯이 인간은 욕구를 가진 존재이면서 동시에 이성을 가진 존재이다. 인간이 욕구를 가진 존재인 한 앞으로도 인간의 역사 속에는 끊임없이 갈등과 투쟁이 존재할 것이다. 반면 이성을 가진 존재이기에 인간은 이러한 혼란과 갈등의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즉 우리에게 역사는 열린 공간이며 우리는 어느 방향으로도 갈 수 있는 것이다. 만일 참된 것이 무엇이고 그 연장선에서의 의미 있는 삶의 방식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독자들이라면 그리고 진리 추구를 멈추지 않을 독자들이라면 이 책은 우리의 일상과 철학의 현실을 되돌아보는 소중한 기회를 안겨 줄 것이다.
진리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 이성적 사유에 대한 인식, 참다운 자유에 대한 탐구,
헤겔 철학 여정의 의미를 묻다.
헤겔, 세계정신을 만나다
1806년 10월 아름답고 오래된 도시 예나에 포성이 울리기 시작했다. 포성이 점점 커질수록 한 철학자의 손놀림도 더욱 빨라졌다. 세계사의 한 순간을 뜬눈으로 지켜보며 원고를 탈고중인 서른여섯 살 젊은 철학자. 그의 이름은 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이다. 포성이 잦아들고 이내 밖으로 나온 헤겔의 앞에 백마를 타고 나온 적국의 황제 나폴레옹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그때의 감동을 친구에게 다음과 같이 편지에 적어 보낸다.
“나는 황제가, 이 세계정신이 시가지를 지나 진지 정찰을 위해 말을 타고 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 실로 무엇이라 말할 수 없는 감동이었습니다.”
헤겔은 적국의 황제를 보고 어째서 이렇게 감동한 것일까. 그리고 이 감동은 그의 철학적 연구와 어떤 사상적 연관성을 갖고 있는 것일까.
헤겔이 살았던 18세기 유럽은 전통과 혁명이 뒤엉킨 혼란스러운 시대였다. 봉건제가 무너지고 계몽주의에 근거한 시민정신이 싹텄다. 하지만 독일의 상황은 반대로 흘러갔다. 이러한 가운데 발생한 ‘프랑스혁명’은 당시의 독일 지성인들에게는 하나의 커다란 충격이자 감동이었다. 20대 초반의 어린 헤겔도 예외는 아니었다.
“만일 천사들의 정부가 있다면, 그것은 민주적일 것이다. 이성이 있는 자유를!”
청년 시절부터 말년에 이르기까지 헤겔의 생각을 붙들었던 주제는 바로 ‘이성’과 ‘자유’이다. 그리고 헤겔로 하여금 역사와 인간 삶의 내용을 이성에 의한 자유의 실현으로 간주하게끔 한 정치적 사건이 바로 프랑스혁명이었다. 헤겔은 많은 사상가들이 그랬듯 계몽주의 이상이 실현된 프랑스혁명의 과정을 지켜보며 그의 철학 체계를 완성해 나간다. 그리고 마침내 나폴레옹이 예나에 입성할 때, 그의 위대한 최초의 저작 『정신현상학』을 탈고한다.
이 책은 헤겔 철학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정신현상학』을 간략히 고찰한 것이다. 『정신현상학』은 프랑스의 유명한 헤겔 주석가 알렉상드르 코제브가 “여기에 모든 것이 들어 있다.”고 말했듯이, 헤겔의 전 사상뿐 아니라 철학사 속에서 이제까지 많은 철학자들이 논의한 내용은 물론, 인간 개인의 정신적 발전과 인류가 간직한 사상적 전개가 망라되어있는 대작이다.
‘정신’을 ‘현상’한다는 것
『정신현상학』에서 먼저 우리 눈길을 잡는 것은 제목인데, 왠지 어려운 내용이 들어있을 것 같은 단어들의 조합이다. 하지만 ‘정신’과 ‘현상’은 자주 쓰이지는 않더라도 아주 생소한 단어는 아니다. 하나씩 떼어 그 의미를 숙고하면 헤겔이 『정신현상학』에서 주장하려는 전체적 의미를 가늠해볼 수 있다. 우선 ‘정신’은 한 개인의 의식부터 사리를 분별하는 능력으로서의 이성 그리고 한 개인을 넘어 집단의 구성원이 공유하는 사유 방식 또는 행위 방식을 포괄하는 폭넓은 개념이다. 그리고 ‘현상’은 아직 그 본질이 드러나지 않은 어떤 일이나 사물이라는 사전적 개념을 넘어 가상을 피하고 진리에 도달하고자 하는 뜻이 담겨있다. 즉 아직 진리가 아니라는 의미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종합하면 ‘정신현상학’은 일단 ‘정신의 현상학’으로 이해될 수 있으며, 이는 정신이 아직 완전히 그 본래의 모습으로 드러난 것이 아니라 드러나는 과정에 있음을 말한다.
헤겔은 이러한 『정신현상학』의 서술 과정을 통해 눈앞에 보이는 것, 즉 감각적인 것에 매몰된 개인의 인식이 오성의 작용으로 어떻게 사물의 본질을 통찰하게 되는지 그리고 더 나아가 어떻게 ‘나’와 ‘우리’라는 큰 틀 속에서 세계를 바라볼 수 있게 되는지 그리하여 마침내 모든 진리는 이성적으로 사유하는 인간의 자기 인식에 근거한다는 것을 어떻게 깨닫게 되는지를 보여주고자 했다. 사물을 파악하는 의식이 곧 자기를 파악하는 의식과 다르지 않다는 것은 당시에는 정말로 놀라운 철학적 발견이었다. 이것으로 헤겔은 칸트를 극복하고 ‘독일관념론’이라는 철학 사상을 완성하게 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정신현상학』에서 보여주는 정신의 여정을 현실에서 우리가 부딪히는 다양한 상황들을 예로 들어 독자들의 이해를 높이고자 하였으며 또한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과 같은 헤겔 사상의 핵심을 보다 쉽게 풀어 일반 독자들도 헤겔 철학의 핵심을 일별할 수 있게끔 입문서로서도 손색없도록 갈무리했다.
헤겔 이후, 비판적 헤겔 읽기
마르하이네케 베를린 대학 총장이 추도문 속에서 영원히 살아 있기를 기대한 헤겔의 정신은 그 지대한 철학적 영향에도 불구하고 헤겔 사후 많은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그리고 그 중심에 칼 마르크스가 있다. 마르크스는 인간은 정신적인 존재 이전에 물질적인 존재라며 헤겔 철학이 삶의 본질이 무엇인지는 가르쳐주지만 그것은 현실의 삶이 아니라 이념일 뿐이며 바로 그런 의미에서 헤겔 사상은 현실적 삶과 철학을 분리시켰다고 비판한다. 유물론에 따른 이러한 마르크스의 비판은 이후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의 한층 더 가혹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마르크스의 헤겔 비판이 근대적 체계 안에서 가해진 부분적인 비판이었다면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은 근대 체계의 구조 자체를 비판하는 보다 근본적인 것이었다. 이 책에서는 푸코와 데리다를 중심으로 근대적 주체 개념과 이성의 역사에 대한 비판을 소개한다.
하지만 마르크스의 헤겔 비판은 헤겔과는 다른 자유의 조건을 제시한 것뿐이라는 것을 확인하면 비판하는 이론이 비판받는 이론의 근본이념에 동조하게 되는 역설이 발생함을 알 수 있다. 이것은 ‘포스트모던’적 사유에서도 유사한 방식으로 반복된다. 결국 헤겔 이후 포스트모던 시대에 이르기까지의 비판적 헤겔 읽기는 또 다른 의미의 인간 ‘지성의 오디세이’인 것이다.
삶으로서의 철학 ─ 다시, 헤겔 읽기
헤겔은 ‘진리는 전체이다’라고 말한다. 이는 진리는 우리의 삶 전체와 분리되어 또 다른 어떤 곳에 있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우리의 삶 전체가 진리임을 의미한다. 헤겔은 『정신현상학』을 통해 세계사의 의미가 무엇인지 진리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사는 것이 성숙한 인간의 삶인지를 보여주려 했다. 이는 한 위대한 철학자가 그의 삶 전체를 관통하며 탐구한 진리에의 추구가 결국 참된 현실은 무엇이며 또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탐색하고 모색했던 지난한 여정이었음을 의미한다.
『정신현상학』에 대한 간략한 고찰인 이 책을 통해 우리는 헤겔이 보았던 이성적 세계, 그리고 그가 생각했던 철학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알게 될 것이다. 세계는 지금도 분쟁과 혼란 속에 빠져 있다. 세계사를 돌이켜 보면 더욱 그렇다. 이렇게 볼 때 인간의 역사는 야만의 역사이다. 하지만 이것이 역사의 모습 전부는 아닐 것이다.
헤겔이 말하듯이 인간은 욕구를 가진 존재이면서 동시에 이성을 가진 존재이다. 인간이 욕구를 가진 존재인 한 앞으로도 인간의 역사 속에는 끊임없이 갈등과 투쟁이 존재할 것이다. 반면 이성을 가진 존재이기에 인간은 이러한 혼란과 갈등의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즉 우리에게 역사는 열린 공간이며 우리는 어느 방향으로도 갈 수 있는 것이다.
만일 참된 것이 무엇이고 그 연장선에서의 의미 있는 삶의 방식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독자들이라면 그리고 진리 추구를 멈추지 않을 독자들이라면 이 책은 우리의 일상과 철학의 현실을 되돌아보는 소중한 기회를 안겨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