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마음 실험실

마음 실험실

저자
이고은
출판사
심심
출판일
2019-07-15
등록일
2019-08-29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0
공급사
북큐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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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심리학이 나를 이해하는 데 얼마나 유용한 학문인지
묵직하게 보여주는 책. - 정재승 뇌 과학자

무심하게 넘긴 일상에 과학적 해석을 덧붙이니 세상이 10퍼센트 더
명료하게 보였다. 사람의 마음과 세상의 움직임에 호기심을 가진
모든 분에게 권하고 싶다. - 하지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고민이 고민입니다》 저자

마음의 고통과 신체적 고통은 어떻게 같고 다를까?
인내심이 높은 아이가 정말 성공한 어른으로 자랄까?
인간이 과거뿐 아니라 미래를 기억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좋거나 나쁜 운세가 따로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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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모든 행동, 생각, 태도, 기분을 결정짓는 마음을
과학적으로 안내하는 인지심리학 입문서

마음이란 무엇일까? 여전히 낭만적인 사람이라면, 마음은 심장이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굳게 믿을 것이다. 그러나 낭만의 콩깍지를 벗겨낸, 객관과 근거를 중시하는 사람이라면 마음이 뇌가 만들어내는 일임을 알 것이다.
마음은 우리가 의식적으로 자각하는 것뿐 아니라 자각하지 못한 채 뇌에서 처리되는 모든 일들이다. 눈앞에 펼쳐진 세상을 보고, 글자 하나하나를 인식해 처리하고, 소리를 듣고 반응하며, 감각을 느끼고, 행동으로 옮기는 모든 것이 우리 마음에서 비롯된다. 사소하고 당연해 보이는 행동들도 마음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또한 마음은 우리의 생각, 기분, 태도에 끊임없이 영향을 준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의 마음은 복잡하고 동시에 매우 귀하다.
이토록 소중한 마음을 가장 합리적으로 설명하고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과학’ 뿐이라고 주장하는 책 《마음 실험실(심심 刊)》이 출간됐다. 저자는 ‘시간과 정서, 감각’을 주로 연구해온 젊은 인지심리학자다. 심리학자가 어째서 ‘과학’을 강조할까?
흔히 심리학을 ‘사람의 마음을 읽는 방법’이나 ‘인간의 성격을 예측하는 능력’을 알려주는 학문으로 생각한다. 저자도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전공이 심리학이면서, 사람 마음을 왜 이렇게 모르냐”는 질책을 받아왔다. 저자는 ‘심리학은 마음을 읽는 방법을 배우는 학문이 아니’라고 꼬집는다. ‘인간 심리를 간파해 행동을 예측하’는 학문은 더더욱 아니라고도 강조한다. 심리학은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도록 돕는 학문이라는 것이다.
과학을 크게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으로 나눈다면, 자연과학이 인간 이외의 지구나 자연환경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변화를 연구하는 학문이라면 사회과학은 인간의 행동과 생각과 마음을 과학적 기법으로 측정하고 분석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심리학은 납득 가능한 논리, 검증 가능한 방식을 활용해 마음을 연구하는 ‘사회과학’이다. 심리학을 과학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못 믿겠다는 사람을 위해, 책에서 예를 가져왔다. 사회심리학자 나오미 아이젠버거(Naomi Eisenberger)와 그의 연구팀은 뼈에 금이 갔을 때 느끼는 신체적 고통과, 사회적으로 받은 상처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우리 뇌가 어떻게 처리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흥미로운 연구를 했다.(33쪽) 우리는 마음이 아플 때 ‘가슴에 멍이 든다’거나 ‘심장에 못이 박히는 것 같다’는 등 신체적 고통을 나타내는 표현을 쓰는데, 인간의 이런 언어 습관에 착안해 ‘신체적 고통’과 ‘정신적 고통’이 신경과학적 관점에서 동일할지 모른다는 가설을 세운 것이다. 연구 결과, 언어가 일치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뇌에서 신체적 고통을 처리하는 배측 전대상피질(DACC, dorsal anterior cingulate cortex)과 전측 뇌섬엽(AI, anterior insula)이 사회적으로 거부당해 정신적인 고통을 겪을 때도 똑같이 활성화됐다. 신체적 고통과 정신적 고통을 처리하는 두뇌의 과정이 놀라울 정도로 동일했던 것이다.
‘고통’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작용을 과학적 기법으로 측정한 아이젠버거의 심리실험 덕에 우리는 인간이 느끼는 고통의 의미를 조금 새로운 관점에서,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됐다. 《마음 실험실》에는 이처럼 우리가 흔히 느껴온 감정과 정서, 해온 생각과 행동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도록 돕는 심리실험과 사례가 여럿 담겨 있다. 저자는 책에서 자신의 주요 연구 주제인 ‘시간과 감각’에 관해 직접 진행한 심리실험뿐 아니라, 우리 삶 전반(결혼, 늙음, 죽음, 이타심, 인내심, 모성 등)과 사랑(질투, 불륜, 짝사랑, 이별 등)에 관한 대표적인 심리실험을 풀어내며 마음의 숨은 작동법에 관한 의미 있고 색다른 통찰을 내놓는다.
그렇다면, 심리학의 효용은 과연 무엇일까? 저자는 “심리학 덕분에 어떤 마음도 우월하거나 열등하지 않다는 것을 배웠다”고 고백한다. 우리 마음이 우월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존에 가장 적합하기 위해, 즉 각자에게 최적화한 방식대로 살아가기 위해 생겨났다는 것이다.

심리학 덕분에 나는, 어떤 마음도 우월하거나 열등하지 않다는 것을 배웠다. 또한 우리 마음이 우월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존에 가장 적합하기 위해 구성된 것이라는 것도 배웠다.
어떤 마음도 허투루 생긴 것이 없다. 그러므로 나의, 당신의, 그리고 우리의 마음들은 전부 타당하다. 걱정이 많은 것도, 남과 다르게 기억하는 것도, 자주 우울한 것도, 가끔은 힘든 것도 모두 이유 있는 마음이다. 지금도 내 마음은 내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해 기능하고 있다.
- 저자의 말 중에서

책을 먼저 읽은 뇌 과학자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는 추천사에서 이 책을 “시종일관 객관적으로 우리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환히 밝히는 촛불 같은 책”이라고 평가하며, “누군가를 사랑하고, 가족과 화목하길 바라며, 불안과 스트레스 없이 삶을 살아내길 꿈꾸는 모든 이에게 오래된 일기장 같은 위로를 전할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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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을 만들어내는 원료는 무엇인가
인간의 정보처리 방식과 기억의 맥락 효과에 관하여

마음은 어떻게 만들어질까?《마음 실험실》에서 가장 먼저 다루는 주제는 ‘감각’이다. 우리 마음은 각 감각기관이 지닌 수용기(receptor)들이 외부 자극을 받아들여 뇌로 전달하고, 그렇게 받아들인 정보를 처리하는 뇌 영역들이 각각의 자극을 해석하고 이해하면서 생겨난다. 즉, 인간의 마음은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촉감을 느끼는 감각에서 시작된다. 책은 ‘감각’과 ‘감각 작용’이 우리의 모든 마음을 출현시키는 원료가 된다고 말한다.(22쪽)
따라서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받아들인 정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알아야 하는데, 책은 인간의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을 상향처리(bottom-up processing)와 하향처리(top-down processing)로 나누어 설명한다. 간단히 말하면, 상향처리는 정보를 객관적으로 처리하는 것이고 하향처리는 주관적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낯선 얼굴과 맞닥뜨렸을 때, 눈과 코와 입이 있으므로 ‘사람’이구나 하고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이 상향처리라면, 내 친구 얼굴과 닮았다거나 이런 인상을 가진 사람은 대체로 선하다거나 하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이 하향처리다.
우리 마음이 어떤 자극을 단독 정보로 기억하지 않는다는 얘기도 등장한다.(47쪽) 당시 상황이나 기분, 경험, 느낌을 함께 기억한다는 것. 이를 기억의 ‘맥락 효과(context effect)’라고 부르는데, 소리 자극에 해당하는 ‘음악’은 감정을 유발하는 강렬한 정보라고 한다. ‘그 음악’을 회상하면 ‘그때 감정’이 함께 고개를 드는 것이다. 첫사랑과 헤어졌을 때 듣던 음악을 다시 들으면 갑자기 눈물이 난다거나, 유학 시절 듣던 음악을 다시 들으면 그 시절 기억이 떠오른다거나 하는 것이 바로 기억의 맥락 효과의 실례다.
특히 기억의 맥락 효과가 가장 최고조에 달하는 시기가 따로 있다는 얘기는 흥미롭다. 미국 듀크대학교 심리학과 데이비드 루빈(David Rubin) 박사 연구팀의 연구 결과, 사람이 일생을 두고 기억할 수 있는 경험이 가장 많이 담긴 시기가 따로 있음이 밝혀졌다.(48쪽) 마치 노래의 클라이맥스처럼 인간의 기억 체계에도 클라이맥스가 있다는 것. 연구팀이 ‘회고절정(reminiscence bump)기’라 이름 붙인 이 시기는 바로 청소년기에서 20대까지다. 그래서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그 사람이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사이에 즐겨들으며 좋아했던 노래일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회고절정기에 좋아한 음악이 평생의 음악 취향으로까지 자리 잡는다는 이야기는 인간의 마음 기능의 신비롭고도 놀라운 단면을 알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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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의 인내심과 절제력이
어른이 된 뒤 성공을 보장해줄까

책에는 당연하게 여겨온 심리 이론 뒤에 다른 측면이 있음을 밝히는 장면도 등장한다. 1960년대에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의 심리학자 월터 미셸(Walter Mischel)은 동료 연구원들과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유아는 즉각적 유혹을 얼마나 참을 수 있을까’를 알아보는 연구였다. 이들은 네다섯 살짜리 아이들의 행동을 관찰하기 위해 특별한 실험 방법을 고안해냈다.(56~57쪽)
유치원 선생님이 아이를 한 명씩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 마시멜로가 하나 들어 있는 접시를 보여주고 ‘조건’을 이야기한 다음, 방에서 아이 혼자 기다리도록 했다. 그 조건이란, 언제든 원할 때 마시멜로를 먹을 수 있지만 선생님이 다시 돌아올 때까지(15분간) 먹지 않으면 마시멜로를 하다 더 얻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네다섯 살 남짓 아이들은 평균 512.8초 동안 기다렸는데, 이는 9분이 채 안 되는 시간이다. 연구는 당시 〈유예됐지만 더욱 가치 있는 보상을 위한, 즉각적인 만족에 대한 유아원생들의 자주적 유예에 관한 연구 및 그 이론적 틀〉이라는 길고 어려운 제목을 달고 발표됐다.
미셸 연구팀은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미셸의 딸들은 실험을 진행한 유치원에 다니는 중이었는데, 연구 결과를 정리해 발표한 뒤에도 미셸은 딸들에게 유치원 시절 친구들의 이야기를 꾸준히 듣게 됐다. 실험에서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기다린 아이들이 공부를 꽤 잘한다는 근황, 기다리지 못하고 바로 먹어버린 친구 몇몇은 학교 안팎에서 문제를 일으킨다는 소식이었다.
1982년, 미셸은 새로운 연구를 시작한다. 예전에 마시멜로 실험에 참여한 유치원생들의 부모와 교사들을 수소문해 연락이 닿은 이들에게 설문지를 보냈다. 설문 내용은 절제력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온갖 종류의 행동 방식과 성격 특성에 관한 것이었으며, 학업 성취도를 비롯해 계획 능력과 사회성에 관한 것도 내용에 포함시켰다.
미셸 연구팀은 최초 조사 후 약 10년에 한 번꼴로 설문을 지속했다. 직업과 결혼 여부, 재정 상태, 신체 및 정신 건강 상태 등이 주요 설문 내용이었다. 네다섯 살 아이들은 점점 자라 어느새 50대 성인이 되었다.
삶의 궤적을 장기간 추적한 연구 결과는 어땠을까? 15분을 끝까지 기다린 아이들이 그렇지 않았던 아이들에 비해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더 높은 점수(평균 210점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다린 쪽은 사회성이 높고, 친구나 선생님들에게 인기 있는 사람으로 성장해 대인 관계도 좋았다. 비만도 없었고, 마약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도 더 낮은 것으로 추정됐다.
너무도 유명한 미셸의 마시멜로 실험은 ‘어릴 때의 만족 지연 능력, 즉 인내심과 절제력이 어른이 된 이후 삶의 질을 결정한다’는 식으로 요약·확산됐다. 마시멜로 효과는 간단히 설명되는 덕분에 여러 강연자와 자기계발서 저자가 자주 인용하는 단골 메뉴가 되었으며, 완전한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과연 우리 아는 상식은 정말 ‘상식’일까?
책은 우리가 어떤 연구 결과를 접하면 쉽사리 인과관계를 말하고 싶어 한다고 꼬집는다. 다섯 살 아이가 보였던 인내심이 마치 사회적 성공이 원인이 되는 것처럼 이해한 것이,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 결과를 두고 ‘인과적 결론’을 내린 위험한 사례라는 것이다.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는 인과관계의 단초 역할을 할 뿐, 인과관계 자체를 밝히는 연구가 아님을 강조한다.

자세히 뜯어보면 마시멜로 실험 결과에는 ‘다섯 살 때 인내심이 평생을 좌우한다’거나 ‘인내심과 절제력은 타고 난다’는 설명은 단 한 줄도 없다. 그럼에도 결과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너무 많은 편견과 오해가 생겼다. 연구 결과에서 알 수 있는 마시멜로 효과 자체보다 거기에 ‘인과관계’와 ‘의미’를 부여해 퍼져나가는 ‘마시멜로 파급효과’가 더 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마시멜로 효과는 보여주는 결과보다 들려주는 성과가 더 강력한, 꿈보다 해몽이 좋은 전형적 사례다. - 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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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마음은 어떻게 인간 자신을 위해 기능하는가
간단한 심리실험으로 알아보는 인간 마음 작동법

책에는 가볍고 단순한 것부터 정교하고 복잡한 실험까지 저자가 직접 진행한 심리실험 이야기가 다수 등장한다. 그중 특히 흥미로운 실험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우선 항상 운이 나쁘다며 한숨 쉬는 후배 이야기(82쪽)가 있다. 후배가 운이 나쁘다는 이유는 한 번도 자기가 타려는 층에 엘리베이터가 없었기 때문. 이 황당한 이유에 웃음이 나올 법하지만, 후배는 사뭇 진지하다. 저자는 운이 나쁜 사람이 아님을 데이터로 증명하기로 하고 후배에게 ‘한 달만 엘리베이터가 타려는 층에 있는지 없는지 기록해보라’고 주문한다. 고맙게도 후배는 꼼꼼히 기록해 데이터를 축적한다.(후배가 심리학과였기에 이토록 말을 잘 들었다는 정보는 책에는 빠져 있다.) 결과는 어땠을까? 후배가 운이 나쁜 게 아니었다는 것이 증명됐다. 엘리베이터가 타려는 층에 대기하고 있을 때와 없을 때의 데이터에는 전혀 차이가 나지 않았다. 저자는 후배가 ‘운이 나쁘다’고 주장한 이유를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확증편향이란 자기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게 되는 마음이다. 운이 나쁘다는 확증편향에 빠진 후배가 그 생각을 증명하는 사건만 기억하다보니, 엘리베이터가 타려는 층에 있던 때보다 없던 때를 더 강렬하게 기억했다는 것이다.
자신이 놓인 상황에 따라 외부 자극을 다르게 지각한다는 것을 간단한 실험으로 증명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저자가 강의하는 강의실은 오르막길 끝에 있었는데,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힘든 마음의 상태와 주관적 지각 처리 사이의 상관관계’를 검증해보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다.(202쪽) 강의실까지 오르막길이 얼마나 멀고 가파른지를 ‘완만하고 걸을만하다: 1점’에서 ‘너무 가파르고 다리 아파 힘들다: 7점’까지 점수 중 평가하도록 하는 동시에, 최근 정서 상태와 연애 사업의 형편도 물었다. 연구 결과는 간명했다. 최근에 마음이 외롭고 힘들고 슬플수록 오르막길은 가팔랐고, 기쁘고 활기차고 행복할수록 가뿐했다. 저자는 연구 결과를 분석하다가 더 재밌는 상관관계를 발견했는데 이별한 시기와 오르막길의 가파름 정도가 상관이 있었다. 연인과 헤어진 시기가 최근일수록 오르막길 경사는 가팔랐고, 헤어진 시간이 오래 지났을수록 완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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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기억, 기다림에 관한 심리실험으로 알게 된 것들
인간을 미래를 기억하는 주관적인 동물이다

저자의 주요 연구 주제 중 ‘시간’은 각별하다. 박사 논문도 시간을 주제로 썼다. 책에 등장하는 시간에 관한 심리실험 꼭지는 저자의 통찰과 아이디어를 핵심적으로 들여다보게 해준다. 특히 ‘미래 기억’과 ‘기다림’에 관한 심리실험이 눈길을 끈다.
‘기억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과거 경험을 떠올리는 것을 뜻한다. 저자는 인간이 지난 일만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기억한다고 말한다. 미래를 기억한다니, 무슨 의미일까? 나중에 해야 할 일, 내일 있을 일, 그리고 미래에 이루어야 하는 일을 훨씬 더 많이 기억하며 산다는 것.(140쪽)
정해진 시간에 약을 먹는 일이나 친구와 한 약속을 기억하는 것처럼 앞으로 할 활동에 초점을 맞춘 기억을 심리학에서는 ‘미래 기억’이라고 한다. 그동안 심리학은 ‘과거 경험 기억’을 주로 연구해왔으나, 최근에는 실제적이고 일상적인 기억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미래 기억’ 연구가 활발하다고 한다.
‘기다림’을 연구한 실험은 인간의 흔한 일상에 과학적 해석을 덧붙인 경우다. 우리는 객관적인 시간을 가리키는 시계에 의존하는 한편 실제로는 체감에 기대 ‘주관적인’ 시간을 살기 때문에 시간을 ‘짧다’거나 ‘길다’고 표현한다. 어떤 기다림은 길지만, 어떤 기다림은 짧은 것도 그런 이유다.
기다림을 짧거나 길게 만드는 조건은 무엇일까? 저자는 기다림의 이유를 알 때, 기다리는 동안 주의를 전환할 만한 자극이 있을 때 등 기다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조합해 실험을 설계?진행해 우리가 느끼는 기다림을 길거나 짧게 만드는 조건을 밝혀냈다.(177쪽)
정교하고 체계적인 실험 결과, 인간은 기다림의 목적이 분명하고, 언젠가 이 기다림이 끝난다는 믿음이 있으면 객관적인 시간보다 더 짧게 기다렸다고 느끼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다림의 심리험은 우리 마음이 생각보다 객관적이지 않음을 역설적으로 드러내지만, 동시에 우리 마음이 나 자신을 위해 충실히 기능하고 있음을 다시금 환기시킨다. 하지현 건국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이 책을 읽고 ‘무심하게 넘긴 일상에 과학적 해석을 덧붙이니 세상이 10퍼센트 더 명료하게 보였다’는 소회를 밝혔다.


책 속으로

마음은 우리가 의식적으로 자각하는 것뿐 아니라 자각하지 못한 채 뇌에서 처리되고 있는 모든 일들이다. 우리의 마음, 인간의 심리는 고차원적인 능력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생존을 돕는 원초적 능력들, 예컨대 보고 듣고 느끼는 것도 모두 마음에 해당한다.
눈앞에 펼쳐진 세상을 보고, 글자 하나하나를 인식해 처리하고, 소리를 듣고 반응하며, 감각을 느끼고, 행동으로 옮기는 모든 것이 우리 마음에서 비롯된다. 사소하고 당연해 보이는 행동들도 마음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지금 이 순간 여기 적힌 글자와 글을 인식해 읽어내고 무슨 뜻인지 어렵지 않게 파악하며 이 책을 계속 읽을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과정도 우리 마음이 제대로 기능해주는 덕분에 가능한 것이다. (6쪽)

동공의 크기와 마음의 관계, 즉 눈과 마음의 관계를 살펴본 최초의 연구는 1965년에 있었다. 미국의 심리학자 에크하르트 헤스(Eckhard H. Hess)는 사람의 동공이 팽창되는 정도를 통해 그 순간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여러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 결과를 종합해보면, 인간은 흥미로운 것을 보면 동공이 확장된다. 예컨대 남성은 매력적인 여성의 사진을 보자 동공이 많이 확장됐고, 여성은 아기 사진을 볼 때 크게 확장됐다. (19~20쪽)

심리학자 네이선 드월(Nathan DeWall) 연구팀과 나오미 아이젠버거 연구팀은 공동으로 타이레놀, 즉 아세트아미노펜이 정신적 고통을 줄여주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 첫 번째 그룹의 실험 참가자들에게는 매일 저녁 아세트아미노펜이 아닌 위약, 일종의 비타민을 먹게 했다. 물론 그들은 약을 아세트아미노펜으로 알고 먹었다. 그리고 두 번째 그룹의 참가자들에게는 진짜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시켰다. 실험 참가자들은 모두 매일 밤, 하루 동안 정신적 고통을 어느 정도 경험했는지 기록했다. 그에 덧붙여 긍정적인 감정의 수치도 기록했다.
3주 뒤,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한 참가자들은 위약을 복용한 참가자들에 비해 정신적 고통을 덜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긍정적인 감정이 증가하지는 않았다. 이는 아세트아미노펜이 부정적인 감정을 누그러뜨릴 수는 있어도 긍정적인 감정을 높여주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생리통으로 타이레놀을 복용하면, 통증이 진정되긴 해도 평소보다 더 좋은 컨디션을 만들어주지는 않는 것처럼 말이다. (35쪽)

미 육군에서 오토바이 사고와 연관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여러 요인들과의 상관관계를 알아보았다. 조사 대상자의 성별, 나이, 사회경제적 수준 등 여러 요인들을 조사했다. 그 결과 가장 상관관계가 높게 나온 요인은 다름 아닌 오토바이 운전자 몸에 새겨진 문신의 크기였다. 문신의 크기가 클수록 오토바이 사고율이 높더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신의 크기가 사고의 원인이 된다고 이해할 수 있을까? 이런 식의 인과관계를 믿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우리는 어떤 연구 결과를 접하면 쉽사리 인과관계를 말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다섯 살 아이가 보였던 인내심이 마치 사회적 성공의 원인이 되는 것처럼 이해했다.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 결과를 두고 인과적 결론을 내리는 것은 무척 위험한 일이다.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는 인과관계의 단초 역할을 할 뿐, 인과관계 자체를 밝히는 연구가 아니다. (64~65쪽)

스탠퍼드대학교 심리학 교수였던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는 인간이 가진 착각상관을 밝히는 흥미로운 연구를 했다. 사람들이 일말의 의심 없이 믿는 상관관계 중 하나가 바로 흐린 날씨와 허리 통증, 즉 날씨와 만성적 통증 사이의 연관성이다. ‘고질병이 되어 이제는 날만 흐리면 아프다, 무릎이 아픈 거 보니 내일 비가 오겠다’ 같은 말은 비 오기 전날 우리가 흔히 듣거나 하는 레퍼토리다.
트버스키 교수는 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15개월 동안 날씨 상태와 그들의 통증 기록을 대조?분석했다. 결과는 실제 상관관계가 0에 가까운 것으로, 즉 날씨와 통증은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만성적 통증은 날씨와 직접적인 상관이 없었다. 그럼에도 연구에 참여한 거의 모든 환자가 날씨와 자신의 통증이 아주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줄기차게 주장했으며, 심지어는 객관적 데이터를 보여줘도 연구가 잘못되었을 것이라고까지 이야기했다. (85~86쪽)

노인이 운전에 주관적인 유능감을 느끼는 것은, 즉 스스로 ‘운전을 잘한다’고 느끼는 것은 행복한 삶을 향한 열망처럼 보인다. 실제로는 시력도, 돌발 상황에서의 반응 속도도, 핸들 균형 감각도 떨어지지만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유로움과 행복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비단 운전 능력뿐 아니라 ‘할 수 있음’과 ‘하고 싶음’의 괴리가 커지는 경우는 점점 많아진다. (115쪽)

아무도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조금 더 지혜롭고 홀가분하게 받아들이는 마음을 ‘죽음 대처 유능감(death competency)’이라고 한다. 죽음 대처 유능감은 자기 자신의 죽음뿐 아니라 주변 사람의 죽음에도 마음을 다해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믿는 긍정적인 기대감이다.
죽음 대처 유능감은 자신이 얼마나 건강하다고 느끼는지, 심리적으로 얼마나 평안한지, 그리고 내면이 얼마나 강인한지와 관련이 깊다. 그래서 ‘나는 죽음을 바라보는 관점이 긍정적이다’, ‘죽음은 안전하게 다루어질 수 있는 영역이다’, ‘나는 미래에 누군가를 잃는 것에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물음을 통해 가늠해볼 수 있다. (126쪽)

개인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걱정 없는 사람이 있을까? 주위를 둘러보면, 나처럼 특기까지는 아니어도 겁 많고 걱정을 한 짐 짊어지고 사는 사람은 정말 많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누구나 걱정을 한다.
끊임없이 생성되어 제발 그만 좀 멈춰줬으면 싶은 걱정은 인간이기 때문에 하게 되는, 생각보다 자연스러운 마음 상태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다르게 ‘예측’이라는 것을 할 줄 안다. 걱정은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이다. 인간이 걱정하는 동물이 된 건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을 상상할 수 있는 몹쓸 능력 덕분이다. (136쪽)

시간을 실제 시간과 다르게 느끼도록 하는 조건들은 아주 다채롭다. 지루하고 따분한 강의 시간은 도저히 끝이 날 것 같지 않고, 힘들게 얻은 휴가 3일은 빛의 속도로 사라지는 게 ‘마음의 시간’이다. 정서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고, 집중하거나 딴생각을 할 때에도 달라진다. 우리는 매 순간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을 사는 것이 아니라 주관적 시간, 즉 마음의 시간으로 인생을 산다. 따라서 손해를 보거나 이득이 있을 때 마음의 시간도 당연히 달라질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162쪽)

우리 마음은 과제를 얼마나 오래 했으며, 과제가 얼마나 재미있었느냐보다 그것을 완성했느냐 못했느냐를 훨씬 중요하게 받아들인다. 완성한 일보다 마치지 못한 일을 훨씬 더 상세하게 기억하고 마침내 완성을 시키려는 욕구를 일컬어 ‘자이가르닉 효과(Zeigarnik Effect)’라고 부른다.
자이가르닉 효과가 생기는 이유는 우리 마음이 완료나 종료가 주는 안정감을 추구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미완결 과제가 주는 ‘긴장감’을 ‘안정감’으로 바꾸려다 보니 완료하지 못한 일을 자꾸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자이가르닉 효과를 이별에 대입하면, 완료하지 못한 관계로 인해 헤어진 그 사람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자꾸 머릿속을 맴도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 마음은 연인과 헤어지는 사건을 마치 진행되던 프로젝트가 중간에 파투 난 것과 같은 강도로 받아들인다. 과제를 수행하다가 중지되거나 노래를 부르다가 만 것처럼 미완성된 숙제로 인식하는 것이다. 게다가 삶이 예상치 못한 쪽으로 전환되면 그 방향으로 마음을 돌리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어느새 일상이 되어버린 연애가 갑자기 끝나버리자 마음이 변화를 받아들이기 힘겨워하는 것이다. (207쪽)

남성의 짝사랑과 여성의 짝사랑은 어떻게 같고 다를까. 인디애나-퍼듀대학교 심리학과 크레이그 힐(Craig A. Hill) 교수 연구팀이 젊은 성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성에 비해 남성이 짝사랑을 훨씬 많이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징사범대학교 천샤오(Chen Xiao) 교수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서도 남성이 여성에 비해 짝사랑 경험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뿐만 아니라 남성은 여성에 비해 더 어릴 때 짝사랑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힐 교수와 샤오 교수의 연구 내용을 보고 ‘남성이 여성에 비해 짝사랑 경험이 많고 더 이른 나이에 짝사랑을 한다’고 얼른 결론 내릴 수도 있으나, 짝사랑처럼 사랑 경험을 묻는 질문에 남성이 훨씬 더 개방적인 태도로 대답할 수 있음도 고려해볼 일이다. (2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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