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사람
강화길 첫 소설집『괜찮은 사람』. 이 책에 수록된 8편의 소설 속 장면들은 저자가 86년생 여성으로 살아오며 느꼈던 일상 경험과 맞닿아 있다. 밤늦은 귀갓길, 뒤에서 느껴지는 누군가의 위협적인 기척이라거나 좀처럼 실체를 확인할 수 없지만 어느새 자신을 포위하고 있는 본인에 대한 소문, 통념을 거스르지 않기 위해 저항을 포기한 채, 눈을 감고 입을 다무는 무기력한 순간 같은 것 말이다.
직접 느껴 온 불안감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저자는 ‘믿을 수 없는 화자‘를 설정한다. 1인칭 화자의 목소리를 따라가는 독자가 필연적으로 지닐 수밖에 없는 맹점, 즉 화자의 주관적 서술로 인해 상황을 전지全知할 수 없다는 한계는 화자의 불안감을 야기하는 다른 인물들이 미처 우리에게 드러내 보이지 못한 이면의 사건을 짐작해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