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길의 끝에서
여진이 볼품없이 커다란 환자복을 입은 채 해쓱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주환은 여자의 뺨을 때리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이 아이가 내 아이라는 증거가 어디 있지?”
모멸감이 느껴지기 충분한 질문에도 여진은 동요하지 않았다.
“친자검사 하세요. 아기의 검사용 피가 있을 테니까.”
“지우라고 했잖아.”
그의 낮은 목소리는 외침보다 더 강한 분노를 담고 있었다.
11월의 비.
흐릿한 그 날.
여진은 사랑에 졌고, 주환은 욕망에 졌다.
다시 돌아온 11월, 이제
여진은 아기를 지켜야 했고, 주환은 마음을 지켜야 한다.
다시 사랑하지 않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