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술잔 - 현기영 산문집
소설로써 미처 다하지 못한 작가 내면의 은밀한 자기고백.
오늘의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순이삼촌』,『지상의 숟가락 하나』의 작가, 현기영(62세,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이 오랜만에 내놓은 신작 산문집.
모두 5부로 나누고 총 41편의 산문으로 묶어, 소설에서 미처 다하지 못한 작가 내면의 은밀한 자기고백과 함께 이순을 넘긴 작가가 문학과 삶과 인생에 대해 느낀 감회와 여러 애환을 진솔하게 담았다.
작가에게 있어 바다는 어린 시절의 요람이었고, 나의 성장을 도와준 것들 중에서 그 바다가 차지한 몫이 아마도 절반이 될 것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각별한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이 책에서 작가는 바다로 상징되는 작가의 고향인 제주에 얽힌 추억담과 고향을 떠나 40여 년 간 서울에서 몸담고 살아온 타관의 삶에서 느낀 여러 감회들을 통해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과 감동을 던져준다.
이와 함께 우리 문단에서 소문난 두주불사형 애주가인 작가의 술잔에 얽힌 에피소드들은 책의 갈피갈피마다 묻어있어 읽는 재미를 더하며, 그와 친교를 맺고 있는 시인 신경림, 소설가 김성동, 화가 강요배, 시인 이재무 등 문학예술계 인사들과의 교류에 얽힌 에피소드와 회상 또한 우리에게 잔잔한 웃음과 감동을 함께 느끼게 한다.
현기영은 눈이 밝은 사람이다. 세상을 보는 데 그렇고 사건의 핵심을 집어내는 것이 또한 그렇다. 이번 산문들은 그의 아픔도 보여주고, 기쁨도 보여준다. 자랑스러운 곳도 내보이고 부끄러운 곳도 드러내고 있다. 그의 산문들을 읽고 나니, 서로 탁 터놓고 술도 마시고 떠들기도 하면서 한 일주일쯤 그와 여행을 하고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 신경림(시인)
현기영의 바다엔 술잔이 놓여 있고, 현기영의 술잔엔 바다가 들어 있다. 글을 써서 섬 하나를 다 사버린 친구가 있다. 글 쓴돈으로 무인도도 아니고 아름다운 제주도의 바다와 바위와 바람을 통째로 샀다면 누가 믿겠는가. 나는 현기영의 글을 읽으며 그걸 믿게 되었다. 그러나 그가 사들인 섬에는 원혼의 넋도 깃들어 있어 아직도 현기영에게 술잔을 권하는구나.
- 박완서(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