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창수는 밤줍기 놀이가 수년래로 각 신문사에서 한 해에 한 번씩은 반드시 주최하는 일로, 서울의 여자로서는 거의 상식으로 되어 있는 것인데, 경순은 아직 그러한 일을 모르고 여러 사람과 같이 가기를 부끄러워하는 것을 볼 때에, 조금 갑갑하고 불쾌한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나, 그것이 학생출신이 아닌 구식 여자로서 오히려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였다.
정거장에는 습율 대회에 가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신문사에서 가는 것으로 영솔하는 사람과 기자, 사진사등 몇 사람을 제하고는 전부가 여자였다. 그들의 의복과 행장과 모든 차림차림은 가지각색이었다. 그들은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곳에 가는만큼 될 수 있는 대로 모양을 내었다. 그중에는 밤줍기에도 편리하고 여흥(餘興)에도 한몫보려고 일부러 수수하게 차린 사람도 없는 것은 아니나, 그러나 그러한 여자는 몇 사람이 못 되었다. 그들은 왔다갔다하며 아는 사람끼리 이야기도 하고, 모르는 사람의 인사 소개도 하고, 서로 찾고 부르고 야단법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