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신곡 살인
잔인하고도 예고된 살인 사건. 그것은 단테의 <신곡> 지옥 편에 나오는 9개의 형벌을 재현하고 있었는데.... 고전의 향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이 작품은 구성방식에 있어서만은 현대적인 스릴러와 모험소설의 진행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지옥에 떨어지는 자들은 신을 거부하는 자, 육욕의 노예, 식탐자, 인색하고 낭비하는 자, 쉽게 분노하는 자, 이단자, 폭력적인 자, 사기꾼, 배신자들이다. 1756년, 물의 도시 베네치아는 그 번영의 한편으로 이러한 지옥에 떨어질 만한 자들로 가득하다. 그야말로 단테의 지옥에 해당될 만한 상황인 것이다.
자칭 일 디아볼로, 즉 악마는 이러한 베네치아를 심판하려 한다. 도시의 한복판 극장에서 마르첼로라는 유명 배우를 십자가에 못 박는 것으로 시작되는 악마의 살인은 예고편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리고 살인의 현장에 떨어져 있던 고급스러운 브로치, 악마의 지혜는 신의 그것을 능가하리만치 간교한 장치로 이루어져 있었다.
지옥의 왕의 깃발이 다가온다
단테의《신곡》지옥 편의 무대는 18세기 베네치아 였다.
1756년 물의 도시 베네치아, 도시의 한 극장에서 유명 배우 마르첼로 토레토네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잔혹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결국 총독은 감옥에 갇힌 당대 최고의 스파이이자 바람둥이인 피에트로 비라볼타르 풀어 주며 이 사건을 해결토록 지시한다. 하지만 계속 되는 연쇄살인, 마르첼로의 숨겨진 동성애인이었던 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의 신부 카펠리, 그리고 명망 높은 원로원 의원의 정부이자 고급 창녀였던 루차나 살리에스트리, 돈을 밝히는 유리 공에 장인 스파데티 등이 연속적으로 살해되고, 그 현장에 남아 있던 수수께끼의 문장들을 조합해 본 결과 주인공 피에트로는 이 사건이 단테의《신곡》에 묘사되어 있던 형벌을 그대로 모방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모두 9옥으로 이루어진 단테의《신곡》지옥 편이 완성될 때까지 살인은 멈추지 않는다.
살인을 교사하는 자는 다름 아닌 악마 루시퍼, 혹은 일 디아볼로. 그는 과연 신의 반대편에 서 있느 자인가, 아니면 세속적 욕망을 채우기 위한 야심가인가, 유럽 문화의 정점에 위치하고 있던 18세기 베네치아의 뒷골목, 그리고 정치인들의 음모와 배신이 열광적인 카니발 한복판에서 그 정체를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