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칼과 황홀

칼과 황홀

저자
성석제
출판사
문학동네
출판일
2012-01-11
등록일
2015-09-25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0
공급사
북큐브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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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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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무엇을 쓰든 단번에 읽는 이의 심금을 찌르는 절대 무공의 이야기꾼, 성석제가 돌아왔다.
그가 오랫동안 벼린 칼을 뽑아들고 들려주는 이야기는 지금껏 각별한 관심으로 나름의 미학을 구축해온 ‘음식’에 관한 것이다. 그는 음식이란 “그 무엇보다 우리의 존재에 맞닿아 있기에”, 소설로도 잘 안 되고, 시도 못 된다며 ‘이야기’의 방식으로밖에 풀어낼 수 없다고 말한다. 이 책은 그가 나고 자란 고향 상주에서부터 한국에서 비행시간으로만 26시간이 걸리는 칠레에 이르기까지―작가 성석제가 천하를 유람하며 맛본 궁극의 음식들, 그리고 그것을 만들어낸 숙수들과 그 음식을 나누어 먹은 정겨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성석제의 대동‘맛’지도 탄생!
존재 전체를 꿀맛 같은 황홀경에 들게 하는 궁극의 음식들

성석제의 음식 이야기『칼과 황홀』은 문학동네 온라인 카페에 올해 3월부터 7월까지 일일연재된 작품이다. 매일 오후 다섯시, 저녁시간을 앞두고 위를 후벼파는 ‘맛고문’이라는 독자들의 행복한(?) 원성 속에, 성석제의 음식 이야기를 읽기 전에는 반드시 ‘턱받이’를 둘러야만 흘러내리는 침을 감당할 수 있다는 등의 재기발랄한 독자 댓글이 달리며 인기리에 연재되었다.
책으로 엮으면서 연재분 외에 국수, 두부과자, 포도 등 그의 생을 푸근하게 해준 주요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가 더해졌고, 1995년부터 지금까지 한 영화전문지에 꾸준히 만화를 연재하고 있는 만화가 ‘정훈이’의 위트 넘치는 삽화도 실렸다. 만화가 정훈이의 전매특허 캐릭터인, 목도 허리도 없는 ‘인간적인’ 몸매의 소유자 ‘남기남’과 함께 성석제의 맛 기행을 따라가다보면, 책장을 넘길 때마다 저도 모르게 웃음 한 사발을 쏟아내게 된다. 또한 책을 읽고 나면 당장이라도 맛집으로 달려가고 싶어질 독자들을 위해 말미에는 ‘성석제의 맛 지도’를 수록했다. 각 글에 등장하는 맛집들은 물론이거니와, 그 밖에 그에게 “은혜를 베풀고 영향을 준 전국의 음식점과 찻집, 술집”을 총정리했으며, 특정 맛집에서 그가 즐겨 찾는 메뉴와 가게의 분위기 등에 대한 코멘트를 덧붙여 성석제의 맛집을 직접 탐방해보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가이드가 되도록 했다.
뼛속 깊은 허기까지 진압하는 하루 세 번의 여행
따뜻한 인간의 밥상, 마음의 노독을 풀어주는 술상을 찾아서

이 책의 1부는 그가 ‘하루 세 번의 여행’이라고 표현한 끼니, ‘밥상’에 대한 이야기이다. 먹는 즉시 전투력이 상승하는 어머니표 쇠고기라면, 고양이도 울고 갈 부뚜막 무쇠솥 김치볶음밥 같은 가정식에서부터 껍데기째 연탄불에 올려놓으면 뽀얀 물이 나오는 맛이 ‘겁나게’ 진한 벚굴, 울릉도의 약소와 명이나물과 같은 국내식을 뛰어넘어, 독일의 ‘할매 포차’에서 먹은 독일식 소시지 ‘부어스트’, 중국에서 혼자 3인분을 게 눈 감추듯 먹어치웠다는 동파육에 이르기까지 세월과 타향의 수만 가지 맛을 넘어 단숨에 뇌리를 강습하는 압도적인 맛의 향연이 펼쳐진다.
사이사이 카메오처럼 등장하는, 그와 인연 깊은 인물들을 훔쳐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일례로 대학 시절 백일장에서 자존심 있는 문청이었던 성석제에게 ‘당선’도 아닌 애매한 ‘가작’을 안긴 한 선생님에게 그가 부루퉁해 있자, 절친한 문우였던 시인 기형도는 일단 선생님을 찾아뵙고 “선생님을 사다리 삼아 지붕으로 올라가거든 가차 없이 그 사다리를 버려버리라” 충고한다. 그렇게 찾아뵌 선생님은 마치 그 속을 내가 다 안다는 듯이 제자에게 코끝이 아리고 눈물이 절로 퍽, 쏟아지는 ‘홍어찜’을 사주고 그 강력한 맛에 성석제는 소주를 물처럼 벌컥벌컥 마신다. 선생님과 헤어져 돌아오는 길, “더럽기 짝이 없는 전동차 바닥이 벌떡 일어나” 쩍, 하고 자신에게 입을 맞추는 경험과 함께 전철 안에서 기절한 후 그는 비로소 “어른이 된 것 같았다”고 토로한다. 이 짧지만 인상적인 성석제의 ‘성장기’는 푹 삭은 홍어처럼 알싸한 공감과 웃음을 동시에 자아낸다.
뿐만 아니라 성석제처럼 음식에 무한한 애착을 갖고 있었던 당대의 작가 파블로 네루다, 중국의 소동파 등이 시공간을 초월해 글 속에 슬며시 얼굴을 내밀어 음식 이야기를 풍성하게 하고, 오직 먹을 것 때문에 여자를 두 번씩이나 울린 적이 있다는‘나쁜 남자(?) 성석제의 참회록(「미안해요, 아가씨들」) 편에서는 그의 별쭝난 식습관과 특유의 말투에 배꼽을 잡게 되는 등, 성석제가 차려낸 만찬에는 버릴 것이 없다.
2부에서는 마음의 노독을 눅지근하게 풀어주는 술상을 받아볼 수 있다. 성석제의 술, 하면 뭐니 뭐니 해도 막걸리다. 수많은 술을 섭렵한 만만치 않은 주당(酒黨)이지만, 그가 ‘삶의 계단을 넘어설 때 함께하는 술’로 꼽는 것은 단연 막걸리다.
그가 술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걸출한 술꾼들의 연대기에도 눈이 휘둥그레진다. 열일곱 살 때부터 술을 마셔서 한 끼에 소주 한 병씩, 하루 평균 소주 세 병을 일흔 살까지 꾸준히 마셔왔다는 절세의 술꾼 이확재 어른. 성석제는 그에게 “무릇 술을 마시면 그냥 마시는 것이지 잘 마시는 것은 무엇이며 많이 처먹기만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는 심오한 질문을 던지고, 어른은 이렇게 답한다.
“술은 음식이다. 생명 가진 사람에게는 그저 고마운 것이다.”
막걸리뿐만 아니라 칵테일 ‘헤밍웨이’, 물을 전혀 섞지 않은 알코올도수 16도의 ‘막걸리 원주’에 이어 알코올도수 60도의 법성포소주까지 성석제의 글과 함께 눈으로 들이켜 정신이 황홀해질 즈음이면, 3부로 넘어간다. 3부에서는 속을 편안하게 달래주는 찻상과 후식 이야기와 함께, 그의 음식관과 ‘맛집’을 총망라하는 글들이 실려 있다.
그가 맛집을 판별하는 기준에는 음식 자체의 맛만이 아니라 ‘정(情)’과 ‘재미’도 큰 영향을 미친다. 혹, 어느 식당에서 말끔하게 화장을 하고 머리카락 한 올 삐져나오지 않게 머리를 빳빳이 넘긴 메이드 복장의 종업원이 환한 웃음을 지으며 그에게 “스테이크 나오셨습니다, 손님” 하면 그는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심드렁하게 음식을 먹을지도 모른다.
칼로 푹 찔러도 피 한 방울 날 것 같지 않게 억지웃음을 띤, ‘세상에 단 하나뿐’이라는 자존심이 없는 종업원들의 음식은 그에게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것 같다. 천하의 산해진미를 경험한 그이지만, 아직도 그에게 가장 감동을 주는 것은,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가 온돌에 엉덩이를 걸친 채 허벅지를 득득 긁다가, 마치 내 가족이 온 양 만들어주는 담담한 배차적(배추전)의 맛이다.
미식가의 수준에도 단계가 있다면 그는 음식을 만드는 인간의 온기까지 감식해내는 최고 등급의 미식가가 아닐는지. 천고마비의 계절, 성석제가 글로 차려낸 이 만찬에 우리의 몸과 마음에도 살이 오를 것만 같은 기분이다.
책장을 덮으면서 독자들은 ‘작가의 말’에 그가 남긴 한 문장에 이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가 성석제의 음식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은, 그리고 그의 음식 이야기에서 끝끝내 발견하게 되는 것은, 희귀하고 별난 음식이 아닌 지극히 평범해서 아름다운 인간, 그리고 맛있는 인생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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