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그렇군, 뜻밖의 조선 역사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역사’는 거창한 것만도 아니고 굳이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조금만 주의 깊게 둘러보면 역사는 우리 일상생활 공간 곳곳에 널려 있고,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우리 삶의 흔적 하나하나가 역사 아닌 것이 없다. 그런 역사도 모르거나 관심을 두지 않으면 그저 하나의 풍경으로만 스쳐 보내게 마련이다. 그러나 찬찬히 들여다보면 발끝에 차이는 깨진 기왓장 하나에도 수백 년 세월이 흐르고, 외딴집 문설주 하나에도 오만 사연이 깃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저자가 발로 쓴 역사 에세이다. 주로 서울?경기 일원에 소재한 역사 유적을 답사했으며, 조선시대 역사를 다뤘다. 요즘은 웬만하면 하나씩 가지고 있는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가서 유적?유물 사진을 손수 찍었다. 주제별로 3부(사랑의 역사, 정치의 역사, 뜻밖의 역사)로 나누어 편집했으며, 각 꼭지마다 저자가 손수 찍은 역사 현장 사진을 곁들여 사실감과 흥미를 한층 살렸다.
미처 몰랐던 줄밖의 역사를 읽는 재미
우리 곁에 가까이 있는데도 무심코 지나치고 말 역사 유적에 얽힌 얘기를 엄밀하게 고증된 문헌을 바탕으로 간명하게 풀어내고 있다. 또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거나 잘못 알고 있기 쉬운 ‘뜻밖의 역사’를 찾아가는 여정은 자못 흥미롭다.
제1부 ‘사로잡힌 영혼, 그 은밀한 사랑의 역사’에서는 조선시대 ‘대표적’ 여인들의 삶과 사랑 이야기를 ‘치마끈을 풀듯’ 은근하게 풀어낸다. 혜원의 그림을 통해 조선시대 남녀의 애정행각을 들여다보고, 임금을 둘러싼 궁중 여인들의 사랑싸움과 애환을 풀어낸다.
남성 중심의 양반사회를 조롱한 황진이의 사랑, 드라마처럼 극적으로 펼쳐지는 양녕대군의 사랑 이야기는 압권이다.
제2부 ‘생사를 건 암투, 그 슬픈 정치의 역사’에서는 정치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이고, 암투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풀어내고 있다. ‘상갓집의 개’ 흥선대원군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한 안동 김씨 권문, 무지렁이 농사꾼 강화도령이 임금이 된 사연, 왕의 형님으로 살아가야 하는 대군들의 애환, 반정과 좌절당한 개혁 그리고 새 왕조 건설 과정에 얽힌 비사가 펼쳐진다.
제3부에서는 부제목 그대로 ‘놀라운 뜻밖의 역사’를 ‘아하, 그렇군’ 하고 무릎을 치도록 풀어내고 있다. 왕릉에 얽힌 복잡한 정치적 함의, 원조 한류 스타 추사와 청계천에서 만나는 정조 임금 이야기 등이 펼쳐진다.
이 책은 한마디로 발로 쓴 역사 에세이, 사진과 함께 읽는 살아있는 역사 산책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