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내려놓으면 좀 더 행복해진다
이 책의 핵심키워드는 “소박함”이다. 소박함이란 궁핍이나 인색, 자기 부정이 아니라 우리에게 고갈된 정신적 풍요를 회복하는 삶의 방식을 뜻한다. 근래에 유행했던 “웰빙(well-being)”과 비슷한 방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소비중심의 사회에서 혼잡하고 조급하게 살아가는 많은 사람에게 혼란과 스트레스가 적은 삶의 길은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전하며, 그러한 삶이 얼마나 유익한지를 전하고자 한다. 동서고금의 지혜와 경구, 자신과 주변의 경험을 통해 소박함의 진리에 대해 쉽고 설득력 있게 들려주며 이것이 바로 “행복”이라는 것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사람이 살아가는 가장 큰 목적은 행복일 것이다. 행복은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수많은 사람이 질문해보았고 아직도 정답을 얻지 못한 질문일 것이다. 하지만 행복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기본적으로 인간들은 “조금 더”라는 말을 좋아한다. ‘조금 더’ 멋진 차, ‘조금 더’ 크고 좋은 집, ‘조금 더’ 좋은 직장을 추구하고 있다. 이것 역시 따지고 보면 “조금 더 좋은 것들”을 가지면 행복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나오는 것이다. 과연 “조금 더” 가져서 행복해졌을까? 생각해보면 잠시 행복했지만 결국은 더 좋은 것을 찾고 있는 당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것들을 많이 원할수록 행복은 점점 멀어지는 것이다. 결국, 물질적 풍요로움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정식적 풍요로움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고 행복한 삶에 다가가기 위한 첫걸음은 정신적인 성숙함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지금 기꺼이 불행해지는 사회
이 책은 하나의 우화로부터 시작한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미루고서라도 열심히 일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한 실업가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기대 때문에 현재의 충만한 삶을 포기하는 것이야말로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하는 한 어부 간의 촌철살인의 대화는 다음과 같다.
담뱃대를 문 채 고깃배 옆에 느긋하게 누워 있는 어부를 보고 어느 사업가가 어이없다는 듯 물었다.
“왜 고기를 안 잡는 거요?”
“오늘 잡을 만큼 다 잡았소.”
“왜 더 잡지 않소?”
“더 잡아서 뭘 하게요?”
“돈을 더 벌어야지요. 그러면 배에 모터를 달아서 더 먼 바다로 나가 고기를 더 많이 잡을 수 있잖소. 그렇게 되면 나일론 그물을 사서 고기를 더 많이 잡고, 돈도 더 많이 벌게 되지요. 당신은 곧 배를 두 척이나 거느릴 수 있게 될 거요. 아니, 선단을 거느릴 수도 있겠지. 그러면 당신은 나처럼 부자가 되는 거요.”
“그런 다음에는 뭘 하죠?”
“그런 다음에는 느긋하게 인생을 즐기는 거지요.”
“지금 제가 뭘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오?”
이 우화는 사람들은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불행을 기꺼이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행복은 미래가 아닌 ‘지금 여기’에 있다는 것, 이것이 이 책이 전하려는 메시지의 핵심이다.
많이 가져야, 사회적으로 성공해야 행복해질 수 있다는 물질주의, 성공주의 세계관은 심지어 어린 학생들에게까지도 지배적인 생각이 되어 있다. 중학교에 갓 입학한 아이들조차도 학교에서 돌아오기 바쁘게 학원으로 발길을 옮기면서 ‘어른스럽게’ 말한다. “이제 앞으로 6년은 없다고 생각하면 돼요. 그래야 좋은 대학에 들어가잖아요.” 아이들은 마음의 풍요를 누리는 법을 어디에서도 배우지 못한다. 심지어 그것은 죄악시되기조차 한다. 실은 아이들이 이러한 주류 사회의 문화적 가치들을 습득하는 곳이 곧 학교이며, 이 점이야말로 이 책의 저자가 크게 우려하는 바이다. 상상력과 자기표현을 억제당한 채 기능적인 인간으로만 육성된 아이들이 자라 어른이 되어도, 이들은 자신의 일과 여가를 창조적으로 즐길 줄 모른다. 일을 하는 것은 돈을 벌기 위함이고, 여가란 그렇게 번 돈을 쇼핑 등으로 소비하는 것이다. ‘명품’을 소비할 수 있는 것이 개인의 능력으로 평가되는 것은 이러한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하나의 아이콘이다.
“더 적은 것으로 더 풍요롭게 사는 방법이 있다”
이 책은 소박함에 관한 책이다. 왜 소박하게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소박하게 살 수 있는지, 소박하게 살면 어떤 유익함이 따르는지, 그리고 이러한 소박한 삶이 궁극적으로 개인과 사회, 나아가 지구 환경에 이르기까지 무슨 의미를 가지는지를 풍부한 자료 분석과 경험적 증언, 그리고 동서고금의 예와 경구들을 섭렵하면서 쉽고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한마디로 소박한 삶을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소박한 삶’에 관한 교본이라 할 수 있다.
먼저, 저자는 소박하게 사는 것이 가난함, 궁핍함, 게으름, 인색함 혹은 자기 부정의 삶을 사는 것이나 문명과 단절한 채 고립된 생활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일상을 유지하면서도 더 풍요롭게 사는 것임을 분명히 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자기가 어떤 사람이기를 바라고 어떤 일을 할 때 행복한지를 알고 살아간 사람들의 예를 든다. 은행원으로서의 삶을 충실히 살면서도 《황무지》를 썼던 시인 엘리엇, 우편배달부로 평생을 살면서도 자기 내면의 요구에 따라 〈이상의 궁전〉이라는 놀라운 구조물을 완성한 조각가 페르디낭 슈발 등등……
다음으로, 소박한 삶은 자발적인 선택이어야 하며, 따라서 소박한 삶으로의 변화를 위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당신 자신을 계속 소모하면서 괴로워한다면, 예전에 당신이 선택했던 것 때문에 구속받는다면…… 그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일에 자기가 희생되는 속도를 줄여라. 손 안에 당신의 인생을 쥐어라.” 그리고 그 결단은 내일이 아니라 바로 오늘 해야 한다고 말한다. “주택 융자금과 아이들 양육비에 허덕이며 더 이상 일이 즐겁지 않고 당신의 육체적ㆍ내면적 삶의 희생으로 인해 함정에 빠져 있다는 느낌이 든다면, 지금이 바로 당신 삶의 기어를 바꿀 때이다.” 자신의 영혼이 계속해서 파괴되도록 놔두지 말라는 것이다.
그럴 결심이 섰다면, 우선 생활에서 불필요한 물건들을 추려내는 등 삶을 간소화하고 가볍게 할 필요가 있다. 불필요한 엄청난 정보나 관심조차도 버리는 것이 좋다. 그러고 나서는 돈의 지출을 줄여나가야 한다. 뚜렷한 전망을 세우고 그 전망을 성취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며, 불필요한 일에 돈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한다. 신중한 소비를 통해 삶의 에너지를 아끼는 것은 한 차원 더 나아가 자아를 존중하는 일이기도 하다. 목공이라든지 자동차 수리, 집 장식, 채소 키우기, 요리하기, 손으로 걸레질하기, 옷 수선하기 등 일상에서 가능한 노동은 삶을 고역스럽게 하는 것이 아니라 기쁨을 증진시켜 주는 일이다. 그것들은 바로 성공과 소비와 속도의 신앙을 받아들이면서 생활의 영역 밖으로 밀쳐냈던 것들이다.
물론 이러한 결단과 실천이 쉽지는 않다. 그것은 두렵고 이미 손에 익지 않은 일들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 모든 환경과 함정과 유혹과 맞서려면 한 가지 목적에만 전념하는 것이 최고의 방책이자 유일한 길잡이다. 그 한 가지 목적이란 바로 당신 자신이 되는 것이다. 당신이 존재하는 유일한 현실인 ‘지금 여기’에 사는 것이다.” 소박함의 삶이 지닌 놀라운 마법이 발휘되는 것은 바로 이때이다. 저자 자신의 경험대로 “회벽에 떨어지는 햇빛, 잡초 한 포기, 하늘을 가로질러 몸을 풀며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며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런 순간에 나는 미래에 의존하는 것으로부터 해방되고, 지금 내가 있는 자리 외에 다른 곳에 있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러나 소박한 삶이 주는 선물이 비단 이것뿐일까?
《오래된 미래》의 저자 헬레나 노르베리-호지가 “우리 모두에게 훨씬 더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이 무엇인지 설득력 있게 웅변했다”고 이 책을 평가한 것이 결코 과찬이 아님을 책을 펼쳐드는 순간부터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