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면허
남들도 다 하니까, 해야 하니까…
그래서 너도 하려고? 결혼?
지난해인 2012년 결혼 33만 쌍, 이혼 11만 쌍 소식이 시선을 끌고 있다. 얼마 전 대법원이 발간한 '2013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결혼건수는 32만9220건으로 전년(33만 1543건) 대비 0.7%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혼건수는 2011년 11만 4707건에서 지난해 11만 4781건으로 0.7%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혼이 결혼의 3분의 1 수준까지 높아져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 책 《결혼면허》 또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시작되고 있으며, 운전면허가 있어야 운전할 수 있듯이 결혼면허를 따야 결혼할 수 있다는 발상이 기발하면서도 재미있는 소설이다.
결혼 숙려 프로젝트 결혼면허, 이혼 조장 프로젝트 행복세
2016년 가상의 한국, 결혼생활이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것보다 훨씬 위험하고 중요한 문제라는 인식이 높아진 시대다. 인생이라는 복잡하고 위험한 도로에서 면허도 없이 가정을 운전한다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날로 늘어나는 이혼율과 그로 인해 부모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아이들 등의 여러 가지 사회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정부는, 결혼하려는 사람들에게 일정한 자격시험을 통과하도록 했다. 바로 ‘결혼면허시험’인데, 이는 결혼생활이 무엇인지 사전에 알게 하고, 향후에 있을 파국을 줄여나가기 위해 도입한 사회적 안전장치다. 또한, 결혼 10년마다 행복지수를 정확하게 판단해 이혼 또는 행복세를 징수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한다.
여자 주인공인 서인선이 결혼면허증을 따기 위해 1년 과정의 ML결혼생활학교에 입학하면서 겪고 보고 느끼는 것들을 중심으로 결혼생활의 민낯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뜨거운 여름날의 두부 같은 사랑, 그 다음에는?
소위 ‘결혼 적령기’인 스물여덟의 서인선은 결혼면허증을 따기 위해 1년 과정의 ML결혼생활학교에 입학한다. 남자친구와의 핑크빛 미래를 꿈꾸며 결혼을 인생의 목표로 살아가던 그녀는 결혼생활학교의 교과 과정을 통해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은 현실적인 결혼생활을 체험하고, 남자친구인 손윤철을 통해 연애와 결혼의 차이를 발견해나가면서 변화되어간다. 또한 그녀의 대학 동창으로 연애박사로 알려진 희주를 통해 남녀관계의 역할을 보여준다.
결혼생활학교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결혼에 골인’ 하는 게 아니라 ‘무난하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들이 필요하며, 어떤 조건들을 갖추어야 하는지를 알게 된다. 또한 결혼이나 출산문제를 관성적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문제로 부각시킨다.
결혼 전에 꼭 알아야 할 핑크빛 너머의 잿빛 진실
- 부부는 일심동체가 아니라 이심이체다.
“부부가 일심동체여야 한다고 생각에 갇혀 있는 한 남편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알아야 하고, 아내가 내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나는 해낼 수 있지만 내 배우자는 해내기 어려운 일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다른 평범한 사람은 다 해내는 일 중에 내 배우자는 해내지 못하는 일 또한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것에 불만이 생기는 것은 나와 배우자가 일심동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내가 원하는 사람과, 나와 맞는 사람은 다르다.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고, 자신을 냉정하게 분석한 다음, 상대를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래야 내게 맞는 사람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많은 미혼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배우자와 자신에게 맞는 배우자를 곧잘 혼동합니다. 이 둘 사이에는 천양지차가 있습니다.”
- 다 맞춰가며 살게 된다는 건 새빨간 거짓말이다.
“하루이틀도 아니고 상대에게 억지로 맞춰가며 평생을 살 수는 없습니다. 결혼하면 달라지겠지, 하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상대에게 억지로 맞추다보면 많은 것을, 어쩌면 타고난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 결혼의 결과로 없던 행복이 생기지는 않는다.
“결혼하기 전에 이미 행복한 사람만이 결혼한 뒤에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자기 홀로일 때도 행복했던 사람이 행복한 결혼생활을 영위하는 것이지, 홀로일 때 불행했던 사람이 결혼한다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인생이 걸린 결혼을 두고 할 것인지 말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보지도 않고,
그저 습관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막연히 믿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