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음악은 엄마가 만들었다
“엄마가 불러주는 노래, 엄마와 함께 부르는 노래는
클래식보다 정서적이고 피아노보다 교육적이다!”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고민이 많다. 내가 지금 아이를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지, 어떻게 해야 우리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지 불안과 걱정이 끊이지 않는다. 자연히 엄마들의 관심은 최신 육아법과 교육법에 집중된다. 그 세세한 방법론은 조금씩 달라도 근본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결국 아이의 '정서안정'과 '지능발달'이다. 이 둘은 감성과 지성이라는 상반된 측면처럼 보일 수 있지만, 서로 상호작용하며 상승발달을 돕는 밀접한 관계다. 쉽게 말해, 정서가 안정된 아이는 지적능력이 발달하는 데도 긍정적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조기교육이다, 선행학습이다 해서 무조건 지식만 주입시키고 무작정 학원만 보내서는 답이 아니라는 말이다.
지식교육에만 치우친 결과, 정서적 문제를 보이는 아이들이 최근 급속도로 늘고 있다. 'ADHD'로 불리는 극도로 산만한 유형, 또는 '선택장애'를 겪는 의존적이고 소심한 유형으로 주로 양분된다. 단적인 분류지만, 많은 엄마들이 아이의 이런 문제 때문에 고민을 호소한다. 그렇다면 방법은 무엇일까? 정서와 지능발달을 함께 돕는 것, 그 답이 바로 음악에 있다.
'모차르트 효과'는 틀렸다!
사실 음악이 정서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은 그리 새롭지 않다. 아니, 너무 당연한 소리 같다. 특히 '모차르트 효과'로 대변되는 클래식 음악의 교육적 효과는 이미 상식에 가깝다. 아이에게 모차르트 음악을 들려주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이 논리에는 그러나 치명적 허점이 있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이 전달하는 메시지의 전제이자 출발점이다.
저자는 클래식 음악을 통한 태교와 육아가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먼저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평소 클래식을 좋아하지 않는 엄마가 태교를 위해 억지로 듣는 것, 아이 혼자 방에 둔 채로 클래식을 틀어놓는 것은 오히려 아이의 정서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렇듯 태교음악에 관한 논의에서 엄마는 빠져 있고, 클래식 음악과 아기의 관계만을 따지고 있음을 지적한다. 음악이 아이에게 정서적 안정을 주려면 엄마와의 사이에서 '매개'가 되어야지, 그 자체로 '목적'이 되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엄마 없이 불안한 상태에서 혼자 클래식 음악을 듣고 자란 아이는 심리적 결핍을 느끼게 되는, 애초 엄마가 의도했던 바와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엄마의 노래가 행복한 아이를 키운다
음악의 힘은 크다. 그 명제는 분명하다. 그러나 더 확실한 사실은 음악을 엄마와 함께 즐겼을 때 아이에게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물론 긍정적으로 말이다. 음악은 왠지 전문가가 가르쳐야 할 것 같은 선입견과 부담감을 떨쳐버린다면, 엄마들도 얼마든지 실생활에서 아이와 함께 음악을 즐길 수 있다. 저자가 제안하는 방법은 쉽고 간단하다. 엄마가 직접 동요를 불러주는 것이다.
처음엔 물론 어색하거나 서투를 수 있다. 막상 떠오르는 노래가 없을 수도 있다. 무슨 노래를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면 이 책에서 저자가 예로 든 곡들부터 시작해도 좋다. 노래 불러주는 일이 익숙해지면 자신의 어린 시절에 불렀던 동요들이 하나둘 떠오를 것이다. 처음에는 그저 아이에게 노래를 '불러주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러다 보면 엄마의 마음도 덩달아 힐링이 된다. 노래는 스스로 '부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엄마의 멜로디를 따라 함께 노래 부르고, 리듬에 맞춰 몸도 흔들면서 느끼는 아이의 정서적 충만감은 비할 데가 없을 만큼 크다. 상황에 맞춰 가사도 바꿔보고, 노래를 주고받는 순서도 바꿔보면서 아이는 자신을 표현하고 소통하는 법을 몸으로 자연스럽게 배운다. 그리고 이것이 사회적 의사소통과 상호작용의 바탕이 된다.
일상에서 아이의 음악성 자극하기
아이의 문화적 토대를 키우는 것은 재력도 정보력도 아니다. 할머니가 만들어준 인형극 나무상자를 가지고 놀던 아이는 독일의 대문호가 되었다. 극작가 괴테의 이야기다. 아이를 지적·정서적으로 자극할 수 있는 수많은 놀이방법이 생활 속에 있다.
저자는 어린 괴테가 하고 놀았던 '징슈필singspiel(노래연극)'을 비롯해 같은 멜로디에 가사를 바꿔 부르는 '톤슈필tonspiel(음놀이)', 순발력을 길러주는 '즉흥연주', 강박과 약박의 위치를 바꿔 리듬감을 익히는 '싱코페이션syncopation(당김음)' 등 아이와 직접 해볼 수 있는 간단한 놀이법을 다양하게 제시한다. 아이에게 그 이론적 배경을 쉽게 설명할 수 있도록 음악용어에 대한 풀이도 친절히 덧붙였다.
아이가 음악에 남다른 흥미를 보이거나 진로를 고민 중인 경우라면 특히 도움이 될 만한 내용들도 상세히 실려 있다. 아이의 음악성은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지, 피아노는 필수로 가르쳐야 하는지, 아이에게 맞는 악기를 선택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 현실적인 궁금증과 그에 대한 조언을 풍부하게 담고 있다.
그러나 음악을 전공하든 아니든, 생활 속에 음악이 흐르는 삶이 얼마나 풍요로운지를 저자는 힘주어 강조한다. 음악, 그중에서도 엄마의 노래를 듣고 자란 아이는 행복을 관념이 아닌 경험으로 체득하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