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옛 선비들이 어릴 적 지은 한시 이야기

옛 선비들이 어릴 적 지은 한시 이야기

저자
허경진
출판사
알마
출판일
2014-06-05
등록일
2014-11-26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0
공급사
북큐브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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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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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한시 속에 펼쳐지는
동심의 향연!
한시의 매력에 빠져 평생을 한시를 읽고 외우고 풀이하는 일을 해온 저자가
옛날 어린이들이 쓴 재치와 상상력 가득한 한시의 세계로 초대한다!
기획 의도
저자 허경진 교수는 어느 날 대학 도서관 고서실에 쌓인 한시 문집들을 우연히 읽게 되면서 한시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대학원 전공도 한문학으로 바꾸면서 한시를 읽고 외우고 해석하는 일로 20대를 보냈다. 한시의 매력에 빠지면서 자연스럽게 하게 된 일은 한시를 한국어로 쉽게 풀어내는 것이었다. 당시 창작과비평사나 문학과지성사에서 현대시인선집을 총서로 출간하는 것을 보고 ‘한국의 한시’라는 시리즈를 기획·집필했다. 1986년부터 시작된 ‘한국의 한시’ 총서는 최치원에서 황현까지 40여 권이 나왔으며 앞으로 100권을 채울 계획이다.
20여 년 동안 이 ‘한국의 한시’ 작업을 하면서, 저자는 옛사람들이 어린 시절 지은 한시들을 따로 모았다. 그리고 그 가운데 40여 편을 가려 뽑아 싣고 짧은 이야기를 덧붙였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결과물이 바로 이 책 ≪옛 선비들이 어릴 적 지은 한시 이야기≫다.
이 책에 실린 옛날 어린이들이 지은 한시를 읽으면, 때로는 깜찍한 발상에 절로 웃음이 지어지고, 때로는 천재적인 상상력에 깜짝 놀라게 된다. 주위 사물과 풍경을 있는 그대로 꾸밈없이 담아낸 시구에서는 더없이 순수한 동심을 느끼고, 자신의 처지와 현실의 아픔을 담아낸 시구에서는 동시라고 가벼이 여길 수 없는 깊은 감동과 지혜, 삶의 무게감을 느끼기도 한다. 번뜩이는 재치와 상상력, 천진난만함과 조숙함이 한데 어우러진 이 동심의 향연에 흠뻑 취해보자.
말보다 시를 먼저 배우다
김시습은 외할아버지에게 말보다 시를 먼저 배웠다. 두 살부터 배우기 시작했는데, 세 살 때 이미 유모가 보리방아를 찧는 것을 보고 “無雨雷聲何處動 黃雲片片四方分(비는 오지 않는데 어디서 천둥소리가 들리나. 누런 구름이 조각조각 사방에 흩날리네”라는 시를 지었을 정도였다. 열 살 이전 글만 모아 문집을 엮은 정약용, 아홉 살에 요절했지만 시집을 간행할 정도로 많은 시를 지은 조갑동 같은 이들도 마찬가지로 어린 나이에 많은 시를 지었다.
옛사람들이 처음으로 배운 글인 ≪천자문≫은 “한 편의 시”였고, 이어서 배우는 ≪추구(推句)≫ 또한 좋은 시구들을 뽑아 엮은 책이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어린이들이 신동이라 불린 것은 타고난 재주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이처럼 어릴 적부터 한시를 배우고 짓는 데 익숙한 교육환경도 중요한 요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어리지만 어리석지 않다
이 책에 실린 한시들은 어린이가 지었으니 동시다. 하지만 요즘 동시와는 사뭇 다르다. 자연과 일상을 천진난만하게 묘사한 시가 있는가 하면, 세상 이치와 우주의 원리를 꿰뚫는 철학적인 시까지 있다. 폭과 깊이가 무척 넓고 다채롭다.
맛있는 수박을 먹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조갑동, 밤톨 속 밤알들을 형제로 묘사한 이산해, 어린 소녀의 집 밖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묘사한 박죽서 들의 시에는 세상과 사물을 대하는 어린아이의 순수한 마음이 소박하면서도 재미있게 잘 형상화되어 있다.
오성 대감 이항복의 집 연꽃을 땄다가 혼쭐이 나자 그런 사소한 일에 신경 쓰는 건 재상이 할 일이 아니란 시를 지어 대드는 구봉서나, 공부는 안 하고 장난만 친다고 혼이 나자 자신은 “못된 놈”이지만 남들이 재상감이라 부른다는 시를 지어 자신만만해하는 정만화, 술 좋아하는 할아버지가 책을 안 읽는다고 나무라자 할아버지 술버릇을 들어 반격하는 채무일 들의 시에는 어린 시인들의 기발한 재치와 어린이다운 치기가 잘 드러나 있다.
정조는 열네 살에 당시에는 잘 쓰지 않던 ‘태양(太陽)’이라는 단어를 써서 천하를 다스릴 제왕의 기상을 한시에 담아냈고, 김인후는 다섯 살 때 ≪천자문≫ 첫 장 “宇宙洪荒”을 이용해 우주의 원리를 표현한 시를 지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정인홍은 “傍人莫笑稚松短(옆사람들이여! 비웃지 마세요, 어린 소나무 키가 작다고)”라는 시를 지어 훗날의 정치적 야심을 일찍이 드러냈고, 정약용은 일곱 살에 앞산과 뒷산 크기가 다른 것은 원근법 때문이라는 시를 지어 어려서부터 사물의 이치를 탐구했음을 보여주었다.
한편 산이 자신을 공경해 머리에 구름관을 썼다는 시를 지어 첩의 아들로 태어나 아무도 공경할 리 없는 자신의 처지를 스스로 위로한 어무적, 밭둑을 두고 이웃 어른과 다투다 관가에 끌려가자 봄비가 오면 꽃들도 서로 다툰다는 시를 지어 삶의 고달픔을 고발한 소년 가장, 아홉 살에 처음 학교에 가 ≪천자문≫을 배우고는 나라 풍속이 남자만 받들고 여자는 천대한다며 분노하는 오효원 들의 시는 만만치 않은 현실 문제들까지 다루어내고 있다.
이처럼 어린 시인들은 결코 어리다고 치부할 수 없는 넓이와 깊이, 재치와 상상력을 한시 속에 담아냈다.
옛 조상들의 글공부와 글쓰기
이 책에 나오는 많은 어린 시인들은 신동이나 천재라고 불릴 만큼 글짓기에 탁월한 솜씨를 자랑한다.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요즘 어린이들이 학교나 학원에서, 또는 과외로 공부를 하듯 예전 어린이들도 서당에 가거나 독선생을 모시고 글을 배웠다. 그런데 이 책에서 소개하는 어린이의 글쓰기 스승들 대부분은 아버지, 할아버지, 또는 가까운 집안 어른들이다. 할아버지는 손자를 무릎에 앉히고 손자의 상황에 맞게 시제를 출제해 적당한 구절을 지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아버지는 아들과 마주앉아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 자신이 직접 시범을 보인 뒤 시를 짓게 하고 고쳐주기도 했다. 이것이 바로 아이가 글쓰기에 재미를 붙이도록 이끌었던 옛 조상들의 가정교육이었다.
저자는 자식들 교육을 학교나 학원에만 맡겨두는 오늘날의 세태를 안타까워하면서, 글공부나 글짓기 교육은 부모들이 관심을 갖고 지도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시 제목을 내어주면서 자식의 글솜씨가 얼마나 늘었나 헤아려보기도 했고,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살펴보기도 했으며, 그런 기회를 통해 자식과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했다.” 단순히 글공부 자체만을 목표로 했던 것이 아니라 아이를 이해하는 통로이자 대화의 창구로 삼았던 것이다.
그렇기에 “학원이 아니라 가정에서 아이들과 마주앉아 글짓기를 도와주는 부모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라는 당부의 말은,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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