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동 111번지
성장 정체기에 빠져 절망하는
오늘날의 청춘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가난했던 기성세대들의 뜨거운 생존기
이 책은 197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낸 저자가 들려주는 현재의 젊은이들에게는 조금은 낯선 과거의 이야기다. 스마트폰 사용이 너무나 익숙하고, 책이나 신문보다는 인터넷, 손 편지보다는 이메일이나 메신저에 익숙한 디지털 세대들에게 어쩌면 이 이야기는 다소 황당한 허구의 소설과도 같을지 모른다.
하지만 고작 40여년 전의 과거에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다. 지금보다 훨씬 가난했고, 문화적 혜택은 고사하고 먹고 사는 것조차 팍팍했던 그 시절. 지금의 어른세대보다 훨씬 더 가난했던 그들의 부모세대는 자식에게는 자신과 같은 가난과 무지를 물려주지 않기 위해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허리띠를 졸라매며 희생도 마다 않고 자식을 뒷바라지했다. 그런 부담스러운 기대를 어깨에 짊어진 채 정치적으로도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살아냈던 세대였기에 유머감각 같은 걸 기대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역사 속에서 부담스럽게 포장된 그들의 젊은 시절 역시 지금의 젊은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마음속에 열정과 불만이 가득했던 반항아들이었고, 또 한편으론 낭만을 동경하는 순수한 청년이었던 것이다.
언젠가는 어른이 될 현재의 젊은이들은
미래의 젊은 세대에게
과연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것인가?
한국전쟁의 그림자가 채 가시지 않은 채 반공사상이 팽배하던 시절. 청년기에 군사혁명과 독재정권, 민주화혁명 등을 거치며 어른이 된 저자는 그 시절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준다. 젊은 세대가 생각하기에는 때론 코미디 같기도 할 것이고, 또 때론 어처구니가 없을 만큼 생소한 이야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엄연히 존재했던 우리의 실제 과거사다.
지금의 젊은 세대도 언젠가는 어른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때 미래의 젊은 세대에게 변화를 두려워하는 무능하고 고지식한 구식 세대라는 비난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시대를 막론하고 젊은이들의 눈에 어른들은 언제나 답답하고 현재에 안위하는 고루한 세대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저자는 딱히 교훈을 주려고 애쓰기보다는 그저 그 시절에 있었던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줌으로써 어느 시대든 그 시대를 살아야 하는 젊은이들에게는 당연한 고민과 아픔이 있음을 알게 해준다. 이 책은 특별히 젊은 세대에게 훈계를 하거나 아니면 어른 세대가 이루어낸 일들에 대한 과시나 생색을 늘어놓기 위해 쓰인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의 과거에 실제로 벌어졌던 일들을 돌아보면서 어른세대들도 한때는 꿈과 현실의 괴리에 절망하고 분노하던 평범한 젊은이들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들만의 아픔을 한번이라도 생각해볼 수 있다면 어떨까? 또한 현실의 부조리에 대해서는 분노하되 자신이 현재 누리고 있는 혜택에 대해서는 아주 작은 것이나마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