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이야기
“미국과 중국은 왜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첨예하게 대치하는가?”
지구 전체 면적의 1/3을 차지하는 태평양을 둘러싼 현대사 이야기
미국은 왜 원자폭탄 실험 장소로 태평양을 선택했는가? 중국은 왜 태평양 바다에 콘크리트 인공섬을 만들었는가? 아시아에서 제국주의는 어떻게 무너지기 시작했는가? 산호초의 탈색 현상과 앨버트로스의 멸종 현상은 왜 일어났는가? 이 책은 현대 태평양에서 일어난 역사, 문화, 정치, 환경의 주요 사건들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남북한 사이에 그어진 38선의 시작과 북한의 독재 체제의 문제점, 바닷속 심해열수공의 발견과 태평양 자원의 개발, 원자폭탄 실험의 잔혹성, 트랜지스터라디오의 발명, 서핑의 역사와 유행 등 태평양이 품은 다양하고 흥미로운 10가지 이야기를 소개한다.
트랜지스터라디오에서 G2의 대립까지
현대 태평양에 관한 10가지 이야기
미국의 시인 로빈슨 제퍼스는 1955년 발표한 시 〈눈eye〉에서 태평양을 가리켜 “지구의 눈은 결코 잠들지 않는다.”라고 표현했다. 태평양이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일들의 목격자라는 의미쯤 될까? 태평양은 1억 6,525만 제곱킬로미터의 드넓은 바다로, 지구 전체 면적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그 광활한 바다에서는 매일 수많은 사건과 역사가 펼쳐지며, 무수한 인간의 욕심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런 의미에서 태평양은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벌어지는 끔찍하고 탐욕스러운 사건의 목격자인 셈이다.
이 책은 1950년 이후 태평양과 그 주변 국가에서 발생한 중요하고 의미 있는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비키니섬에서 자행된 미국의 핵 실험(원자폭탄 실험)과 그로 인한 피해들, 유럽의 태평양 식민 시대의 종식 과정과 그 영향, 서양과 동양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는 오스트레일리아,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펼치는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 한반도의 분단 과정과 북한의 정치 체제 등 태평양을 둘러싼 지정학적 문제뿐 아니라 트랜지스터라디오의 발명과 소니의 탄생, 서핑의 시작과 유행, 바닷속 새로운 세상의 발견, 폴리네시아 전통 항해술로 세계를 일주하는 배 등 다양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윈체스터는 이 주제들이 동양과 서양을 잇는 매개 역할을 하는 장면들이라고 생각했다. 하와이에서 시작된 서핑과 일본에서 만들어낸 트랜지스터라디오가 서구인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그들의 삶에 어떻게 자리 잡았는지, 그리고 서구의 식민 지배가 아시아에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미국과 소련에 의해 쉽게 그어진 38선으로 인해 한반도가 어떠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는지 등 그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동서양의 연결점을 발견하게 된다.
"중국은 왜 한국의 사드(THAAD) 배치에 민감한가?"
태평양 해상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대립을 파헤치다
오늘날 태평양의 해상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세계열강, 특히 G2로 통하는 미국과 중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중국은 동아시아의 해상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항공모함 건조, 해군 확충을 비롯해 막대한 군비를 축적하고 있으며, 미국은 중국의 해상 지배력 확장을 억제하기 위해 ‘공해전투’라는 새로운 군사 정책을 만들어냈다. 이제 미국은 세계의 화약고로 불렸던 중동 국가보다 태평양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는 데 더 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공해전투’는 육군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해군과 공군의 기여도를 늘려 태평양 공해상에서 전쟁을 치르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공해전투에서 활용될 수 있는 미사일 방어 기지 중 하나가 현재 국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는 사드다. 그러니 한국에서 아무리 북한의 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외쳐봤자 한국의 사드 배치가 미국의 공해전투의 일환이라면 중국으로서는 절대로 달가울 리 없다.
중국은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2040년까지 해군 전력을 키워 태평양을 호령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고, 미국 역시 공해전투 정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해군력과 공군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다 보면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이 경쟁적으로 무기를 늘려나갔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에 대해 윈체스터는 미국을 비롯한 서구 국가들이 아시아의 특성을 이해하고 거기에 알맞은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단순히 중국의 해상 확장을 견제하고 막는 것이 아니라, 동양의 국가들이 태평양의 미래를 스스로 책임지도록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윈체스터는 이 책의 전반에 걸쳐 “서양은 동양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지배 대상이 아니라 공존의 상대로 삼아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태평양을 사이에 둔 동양과 서양이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함으로써 지구 전체의 평화와 번영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동서양을 가운데 둔 태평양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가장 큰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