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지 01
중국에 『삼국지三國志』가 있다면
일본에는 『전국지戰國志』가 있다!
『전국지戰國志』는 일본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세 명의 무장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혼란한 전국시대를 진압하고 통일국가를 만들기까지의 과정을 일본의 국민 작가 요시카와 에이지(吉川英治)의 붓끝으로 풀어낸 대 서사시이다.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이 세 영웅은 각각의 성격과 개성도 확연히 달랐다. 변방의 작은 영주였던 노부나가는 통일의 꿈을 꾸면서 전형적인 무사로서의 기질과 난세의 평정은 ‘힘’이라고 믿었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히데요시는 하급 무사의 아들로 태어나 노부나가의 휘하에 들게 되고, 후에 노부나가가 가장 신뢰하는 측근의 자리까지 오른다. 노부나가의 짚신지기에서 일본을 통일하고, 태합의 자리에 이르기까지의 파란만장한 역정은 언제 읽어도 흥미진진하다. 그 과정에서 보여주는 히데요시의 모습은 그 자체가 하나의 인간 경영학이고 처세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 히데요시와 때로는 협조하고 때로는 갈등하면서도 온갖 고난과 역경을 참아 내고 인고의 세월을 보내는 이에야스는 히데요시 사후 그의 대업을 이어받아 이후 통일을 완수한다.
이들을 두고 평한 두견새의 비유는 성품과 스타일이 전혀 다른 세 사람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나무 위에 앉아 있는 두견새가 울지 않을 때 세 사람은 각각 어떻게 할 것인가? ‘두견새가 울지 않으면 죽이라’는 노부나가의 과감하고 저돌적인 추진력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두견새가 울지 않으면 어떻게 해서라도 울게 만들라’는 히데요시만의 주도면밀함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신중함과 인내로 천하의 패권을 손에 넣었던 이에야스는 ‘두견새가 울지 않으면 울 때까지 기다리라’라고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오직 힘만이 지배하는 혼란기에 수백 명이 넘는 등장인물의 흥망성쇠를 보면서 우리는 삶에 대한 경건함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삼국지三國志』를 여러 번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과 감회가 오듯이 『전국지』 역시 처음에는 이야기의 재미에 빠져 읽게 되고, 두 번째에는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와 처세를 습득하게 될 것이고, 세 번째에는 우리에게 가깝고도 먼 나라인 일본과 일본인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