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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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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의 배신

저자
박산호 저
출판사
유유
출판일
2017-04-30
등록일
2017-11-20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49MB
공급사
예스이십사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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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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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단어를 배우고 익히는 법

우리는 처음 세상에 태어나서 낯선 단어를 어떻게 배우고 익혔을까? 한 입 깨물면 아삭 소리가 나는 빨갛고 동그란 것을 가리키며 누군가 ‘사과’라고 알려 주었다. 얼굴 아래쪽에 도도록이 붙어 있는 얇고 부드러운 부분을 만지며 ‘입술’이라고 발음해 주었을 것이다. 차가운 바람이 불던 하늘에서 하얀 결정이 떨어지면 ‘눈’이라고 외치면서 창가로 우리를 데려갔을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단어를 일대일 공식처럼 외우다가 점차 다채로운 말들의 풍경과 소리를 채집하면서 단어의 맛을 알아 간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결정체도 ‘눈’이지만 무언가를 볼 수 있는 감각 기관도 ‘눈’이라는 것을 배우고, ‘눈이 나빠졌다’는 말은 시력이 떨어졌다는 의미, ‘눈이 정확하다’는 것은 사물을 보고 판단하는 힘이 정확하다는 의미임을 알게 된다. 하나의 단어에는 다양한 뜻이 담겨 있고, 맥락에 따라 확장된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외국어도 마찬가지다. 가장 친숙한 영어를 예로 들겠다. arm은 신체 부위 ‘팔’뿐 아니라 ‘안경다리, 소매, 팔걸이’도 가리킨다. ‘무기’라는 뜻도 있다. ‘배신하다’라는 뜻으로 잘 알려진 betray는 ‘정보나 감정을 무심코 드러내다’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무심코 드러내는 것은 자신의 본심을 배신하는 셈이니 ‘배신하다’에서 확장된 의미라 볼 수 있겠다. 한국어 ‘눈’처럼 영어 eye도 ‘눈, 시력, 안목, 목적’ 등 다양한 의미로 쓰인다. 하지만 영어를 모국어만큼 활용하지 않다 보니 대개 배움은 사전의 1번 정의에서 그치고 만다. 그러다 보면 doctor는 ‘의사’라는 뜻에만 익숙해져서 ‘박사’라고 번역해야 할 경우에도 무의식적으로 ‘의사’라고 옮기는 일도 빈번하게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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